관계에서 깨달은 것
지난봄, 지금부터 약 5개월 전, 어쩌다 오래된 친구와 사이가 틀어졌다.
대학교 입학식 때 만난 그 친구는, 내가 이사 왔을 때 집까지 흔쾌히 찾아와 준 절친이었다. (이것도 내 생각)
그런데 (일일이 옮기기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 생략) 그 친구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던 그날, 나는 충격받고 하루를 온전히 앓아누웠다.
쌍방이 좋아서 만났다고 믿었다. 동성지간이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참 어리석게도 내가 가진- 사람이든, 돈이든, 건강이든 뭐든- 것은 영원한 줄 착각 속에 살았음을 깨달았고,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긴 만큼 계속 중간중간 친구가 생각났고, 두 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5월과 9월)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답도 없었다.
처음엔 나도 화가 났지만, 나중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멀어진 게 다행이라고.
시절인연이란 글을 읽었을 때 위로받았지만, 그 뒤에도 쉽게 무 자르듯 관계를 끊기는 어려웠는지, 자꾸 그 많은 노력이 물거품처럼 느껴져 서운하고 섭섭했다.
친구가 결혼할 때, 함께 기뻐했고, 전시회며 낭독회도 함께 하며- 솔직히 늘 내가 끌고 다닌 건 아니라고 본다. 본인도 취향이 맞아서였다고 생각한다.- 추억을 쌓아 올렸다고 생각하는 데, 어느 날 이 모든 것은 허상이고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좀 허무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관계란 거 아무 쓸모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제법 많았다.
나도 관계를 좁히며 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조금 더 남다른 , 특별한 관계에 해당되었기에, 실망도 커진 셈이다.
오늘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사과가 상대방에게 진정성 없이 들렸을 수 있지만, 상대 또한 너무 단호한 마음으로 나오니 나로선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꽉 막힌 사막 같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는.
사과도 받아줄 줄 아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어떤 사과는 정말 형식에 지나지 않겠지만, 일상에서 이런 일은 거의 없으니.... 뉴스에 나올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 또한 내 마음이 네 마음이 아니라, 소통의 부재임을 역력히 드러내는 것으로 비칠지라도, 반년 가까운 시간을 마음 쓰며 살았던 나 자신을 이제는 놓아줄 생각이다.
돌아서면 남... 남의 편이라 남편....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 하나같이 맞는 말이었다.
노랫말, 남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오니, 이제야 나도 세상을 제대로 보게 되었나 보다.
여하튼 씁쓸한 기억이라 글로 남기지 못했으나, 이렇게 브런치에 털어놓은 걸 보니, 이제 마음이 정리가 된 것 같다.
참, 가끔 상대가 너무 T로 보여도 다시 기회를 주는 것도 좋겠다. 나도 어디선가, 어떤 상황에서는 T도 되고 F도 되니까. 아, 식상해. MBTI. (최근엔 자신이 좋아하고 희망하는 단어의 첫 글자만 따서 만드는 MBTI도 생겨나던데, 차라리 그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