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은 날
무단횡단, 신호도 넣지 않고 훅 들어오는 차들, 이들이야말로 도로의 무법자다.
이런 상황은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나의 일과 중에는 병원 치료가 포함,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방문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곤 한다.
1년 남짓한 시간을 투자했다. 이제는 음식도 아주 잘 소화해 내고, 아직 오래 앉아있는 건 힘들지만,- 사실 너무 많이 활보해, 치료가 더디게 된 탓도 있다.- 제법 버티는 중이다. 물론 통증이 경감, 다시 악화되길 반복하니, 결국 잘 관리하는 게 답이다.
치료를 받는 동안, 가끔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의 유형을 학습하는 것도 덤이다. 인생 공부라 여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인지, 여기서도 그만 경계대상이 생겼다. 나의 민감한 안테나는 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잘도 한다. 내 마음이야말로, 다수를 수용할 능력이 없음을 잘 안다. 그리고 살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었다! 굳이 관계할 사람들이 아님에도, 무척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일부러 그 시간대를 피하고 있다. 대체로 사람들이 방문하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고, 이런 패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처음엔 한 두어 번 이야기를 들어드렸고, 자꾸 내 이야기를 묻길래, 나도 짧게나마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내 표정이 환대 그 자체였나 보다.
끊임없이 개입한다.
심지어 내 바로 옆에 앉은 것도 아닌데, 고개를 내밀어 물어본다. (일렬로 착석)
어떤 날은 바로 내 옆자리라, 앗차 하면서도 표정관리만 했다. 일부러 내 옆 다른 분께, 고개를 180도 돌려, 말을 걸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또 그 대화에 끼어들어 자기 이야기를 한다.
내 이야기가 궁금한 게 아니고, 결국 자기 말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 마디 던져놓고, 백 마디를 읊어댄다.
아무도 반응이 없다.
그저 혼자 떠든다.
누가 무슨 말을 하면, 또 거기에 대거리를 한다.
자신이 앉은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무슨 말이 들리면, 거기에 본인이 답을 한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니, 나는 이미 그 아줌마의 가족과 본인의 일, 그리고 어린 시절까지 다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골치 아픈 스토리! 이건 정보도 아냐.
나는 이웃, 옆라인(나를 포함 4세대가 거주)에 누가 사는지, 얼굴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 시기가 끝나기 전에 이사를 와, 그것도 달랑 짐 몇 개 택배로 보낸 게 전부라 (나보다 짐이 먼저 도착), 아무도 나의 이사소식도 몰랐다.
그냥 어느 날 옆집에 누가 왔구나 하며,... 인사를 했지만, 뒷모습만 본 정도다.
한 번은 내 건너편 라인의 아주머니가 나를 아는 척 해, 10분 정도 말을 섞었는데, 이 아줌마는 또 이상한 소리를 한다. " 집에 남자가 오던데..." 어이가 없다. 형부와 언니, 조카가 함께 온 게 전부인데,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뭘까. 그날 이후, 그 아주머니와 절대 말을 섞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그 이후로는 아무도 본 적 없다.
이렇게 사는 내게, 여기 이 공간은 너무 부담스럽다.
어떤 아저씨는 내게 이런 말도 한다. 만날 때마다 같은 잔소리다.
"얼굴이 누렇다. 살을 더 쪄야 한다. 더 먹어라..." 요즘 누가 타인의 외모를 두고 함부로 말하는지,
타인인지 감수성이라곤 없다.
그렇다고 내가 그 말에 반응한 적도 없다. 그냥 어이가 없어 쳐다보지도 않는다.
웃는 얼굴이지만, 즐거워 웃는 게 아닌데, 그 웃음을 , 받아주는 거라 착각하니
아예 무시하는 게 낫겠다.
지난번에는 물을 한 번 , 마시던 차를 모르고 쏟았는데, 그걸 기억하고, 한 달이 지난 엊그제 내게 다시 지적한다.
물 쏟지 않게 이거 조심하라.. 내 옆의 컵을 두고.
나는 " 그 안에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참으로, 묘하게 거슬렸다.
시아버지, 시어머니라면 이런 말, 이해가 된다. 여기 청소하는 분이라면, 또 수긍하게 된다.
직장상사도, 선생님도, 엄마 아버지도, 친구들로부터 이런 지적질을 받은 적 없던 내가,
왜 여기서 온갖 시선의 - 물론 정말 친절하고 따스한 말 한마디로 격려해 주는 어르신이 더 많았다.- 타깃이 된 지 , 나도 모르겠다.
딱 두 사람인데, 어이가 없어 응수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한 두 번이 아니고 볼 때마다 말을 건다.
친구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하니
" 자식들이 말을 안 들어주겠지. 아님 며느리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말을 받아줄 사람이 없으니, 여기 와서 자식 또래의 너에게 온갖 이야기를 다 늘어놓고, 자기는 즐겁게 놀다가는..."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눈치를 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남을 비판하고 비방하는 그 목소리에 질려버렸다. 이상하게 그 사람이 옆에 앉은 날은, 집에 돌아가도 몇 배로 피곤했다.
내가 치료를 받고 가는 건지, 병을 얻어가는 건지....
사람들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그냥 있다.
본인만 모르는 건지, 아니면, 개의치 않고 혼자 신나 떠 느는 게 습관인지...
여하튼 귀가 아플 정도다. 목소리가 너무 커, 저 멀리 데스크를 지나, 대기실까지도 들린다.
이만하면, 내가 이상한 건 아닌 거 같다.
살면서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일에서 엮이면 힘들지만, 그래도 견뎌냈다.
그런데 병원에서까지 이런 사람이 옆에 올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 (어르신들이 양로원에서 많이 싸운다던데, 혹시 이런 상황일까.)
한국 속담은 재해석할 게 많은 데, 그 말은 맞는 거 같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들어보면 매번 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거기엔 이런 뉘앙스가 전해진다.
나는 고생했지만, 똑똑해 , 아는 거 많아, 잘났어. "집은 35평이면, 딱 좋아.(아무도 평수를 묻지 않았다. 그럼 스튜디오에 사는 사람들은 뭐가 될까. 사는 곳마다, 같은 35평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 중국사람들은 다 시끄러워. (지금 그 목소리는 더 큰데요) 젊은 애들이 왜 그 모양이야." 가장 최근에 들은 말인데 나도 모르게 한 마디 하게 되었다. 젊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뜻입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20분 넘게 혼자 떠든다.
내가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데, 계속 끼어든다.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라고 하자, 또 그 말에 끼어든다. 어쭙잖게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 요즘은 고기 아니라도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다. 나는 "고깃값보다 더 비싼 좋은 것도 많이 먹는데요."라고 하려다 말았다. 아마, 절대 지지 않으려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는 더 해야 직성이 풀릴 테니, 무응답이 답이다.
예전엔 말투와 행동 하나만으로 사람을 판단할까 두려웠다.
그런데 이 경우엔, 말투만으로도 사람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걸, 자기 기준으로 설명하고, 모든 걸 이분법적으로 나눠 판단하고, 내가 옳다라니...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될 거 같다는 생각에
친구와 이야기하며 털어냈다.
그럼에도 한번 묻고 싶었다.
음... 이런 부류는 어떻게 대처하면 될까요?
귀에 꽂아도, 책을 봐도 말을 시킨다.
뭘까. 이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몇 살인지, 막 물어보는 데
내가 "개인정보"입니다.라고 말하길 정말 잘한 거 같다.
살면서 겪는 이런 일은, 먼지처럼 털어내고 싶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이 사람 스트레스가 제일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문득 고슴도치의 거리 두기가 떠오른다.
그들은 붙어살지 않는다. 이야말로 현명한 처사다.
우리의 삶은 항상 거리 두기를 적절히 해야 한다.
그러면 질리지 않고 평생 이어질 수 있다.
좋은 사람들과 오래 연을 유지하고 싶다면,
예를 갖추고, 존중하고, 들어줘야 한다.
때로는 그들에게 숨쉴틈을 제공해야 한다.
21세기에 살지만, 아직 그 사람은 20세기 중반에도 못 미친 것 같아, 내가 어찌할 순 없다는 생각에 당도하게 되었다.
자신의 자랑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집에서 글을 쓰시죠? 자서전 쓰기를 하면 될 텐데.
아무도 초청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연설을 하실까.
아무래도 지하철에서 무표정한 모습을 이어나가는 게 최선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