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최선

by 깔깔마녀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를 옆에 두고 살았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 태어났기에, TV와 라디오, 비디오 등이 유일한 매체였다. 물론 자라면서 DMB를 비롯 다양한 전자기기를 거의 다 시대에 맞춰 섭렵했지만, 여전히 라디오가 주는 매력이 내게는 가장 크다.

어린 시절,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특히 신기했다.

TV는, 말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라디오는 상상해야 하는 데, 그래서 더 놀라웠다.

자라면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살았는데, 그 세월이 무척 길다.

영어공부, 클래식,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책 소개 방송 등 여전히 라디오는 세상과의 연결 그 자체다.


그런데 이제 밖에선 웬만하면 귀에 이어폰(소음 방지를 위해서든 무엇이든)을 꽂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아주 사소한 데서 출발했다.


어제 지하철역에서 문득 마주친 한 장면이 내 마음을 달리 먹게 만들었다.

멀리서 바라보았지만, 상상이 되는 그 장면은 다음과 같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누군가에게 길을 묻는 데, 상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고, 할머니의 작은 키는 그 사람의 시선에 머물지 못했는지, 여하튼 그냥 지나치는 모습을 보았다.

할머니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시는 데, 여하튼 다시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 게셨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텐데,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할머니 옆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

할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여기는 ** 방향이에요."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제야 나도 안심이 되었고, 내 갈길로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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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라디오에선 초고령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곤 한다. 노인인구가 점점 많아지는 데, 그에 대한 대비책은 미비하고, 노인 빈곤 문제 및 각종 사회비용이 증가한다... 반면, 인구절벽이란 현실 속에서 육아 지원정책과 산아정책에 대한 지원은 높아지는 것 같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는 건 아니라고들 한다.)

물론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 전 세계적인 추세)을 지적한 것이지만, 나이가 드는 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다.

그럼에도 자꾸 노인을 혐오하고, 젊음이 최고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는 것 같아, 솔직히 걱정이 된다.

꼰대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했고, 이젠 노시니어존까지 생겨나니, 정말 직접 체험해 본 건 아니라도 무섭다.

나이가 들면, 눈도 나빠지고, 행동도 둔해지고, 여하튼 예전 같지 않음을 본인이 실감하게 된다.

키오스크가 불편해, 주문하지 못하고 돌아온다는 뉴스도 자주 들었다.

세상은 점점 더 발달할 텐데, 그럼, 지금의 나도 나중엔 이런 상황에 닥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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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든 원치 않든 나이를 먹게 된다.

젊음이 영원할 거 같지만, 절대 아니다.

아무리 성형을 하고 , 노화 방지를 위한 식단과 약, 기술이 발달해도

신체, 정신적, 그리고 법적으로 나이는 들게 마련이다.

그럼 계속 저속 노화를 위해 노력하면 좀 더 편해질까.

그건 나로선 모르겠다. (노화는.. 내 생각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살다, 어느 날 훅 하고 느낀다!)

아마 어디선가, 어떤 세상의 특수 집단에선, 나이를 거스른 체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체로, 비슷한 거 같다.

닥치면 그때서야 아... 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회의 뒷배경으로 물러나는 기분은, 반드시 나이 탓만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나이는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들곤 한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나이가 되는 건, 스스로도 슬프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쓰니, 내가 더 나이 듦을 경시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이제 앞으로 나의 일이 될 거 같아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주 별일 아니지만, 눈과 손과 귀를 열고 살 생각이다.

스마트폰은 필요할 때만 사용하면 된다.

음악은, 집에서만 들어도 충분하다.

아주 사소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내 귀와 눈을 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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