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내 꿈에 날개를 달자.

by 깔깔마녀

며칠 전 본, NHK 다큐멘터리 <마이크를 잡은 할머니>의 주인공은 70대 중반의 할머니였다. 나이만 놓고 보면 분명 ‘노인’ 일지 모른다. 그러나 화면 속 그녀에게서는 그런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말을 잘 듣지 않는 몸은 누구에게나 숙명이겠지만, 그녀는 그것을 핸디캡으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마이크를 잡고, 웃음을 나누며,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 삶은 처음부터 평탄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공부를 제때 하지 못했고, 유방암과의 싸움으로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그러나 마흔 넘어 방송통신대학에 진학했고, 퇴직 후 70이란 나이에 코미디 학교에 들어갔다. 벌써 다섯 해가 넘도록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니, 그 자체가 얼마나 큰 감동인가.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라는 그녀의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다.

흔히 “나이가 들기 전에 뭐든 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사실 좋아하는 일은 나이가 들어서도 해야 한다. 직업이 되지 않아도,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마음속에는 늘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 그건 바로, 꿈에는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이 없기 때문이다. 원대한 꿈이 아니라도, 소박한 꿈이라도 지금 당장 꺼내야 한다. 비록 실패와 좌절을 겪는다 해도, 묵혀두는 순간 그것은 병이 된다. 만약 할머니가 80세가 되어 마음속의 바람을 꺼내 놓았다면, 더 힘들지 않았을까? 지금처럼 빛나는 무대는 없었을 것이다. 일찍 시작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마침 브런치 10주년의 주제가 ‘브런치와 함께 한 꿈, 브런치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마감이 코앞이라 글을 포기하려던 차, 할머니의 이야기는 나에게 하나의 신호탄처럼 다가왔다.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죽기 전에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하지 못한 일이라고. 내년이면 나는 또 한 살 더 먹는다. 그때까지 꿈만 꾸고 살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브런치에서 꿈의 씨앗을 뿌렸고, 아직 싹은 트지 않았지만 정성껏 물과 영양제를 주고 있다. 누군가 눌러주는 공감 버튼은 내게 비타민이자 에너지 부스터가 된다. 나를 위한 글쓰기지만, 타인의 마음이 함께 움직일 때 더 큰 힘이 솟는다.


나는 아직 스스로를 작가라 부르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는,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아야 비로소 작가의 대열에 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글 쓰는 활동을 하는 사람, 이 정도로 해야겠다. 하지만 꼭 작가만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쓰고자 하는 마음’과 ‘멈추지 않는 의지’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올여름의 행보가 그것을 증명한다. 두 달 가까이 열렸던 시민 저자 학교에서 장르별 글쓰기의 특징을 배웠고, 매주 한 편씩 글을 쓰는 습관도 들었다. 속도는 더디고 필력은 올라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열망을 다시금 확인했다.

흔들린 적도 수백 번 수천번 있었다. “세상에는 이미 책이 넘쳐나고, 어떤 명작은 백 년의 세월을 초월해 여전히 사랑받는데, 내 글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심이 나를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상의 사소한 경험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그렇게 마음을 바꾸었다.

사실 나의 바람은 글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림에도 마음을 두었다. 음악과 여행, 영화와 책을 좋아하니, 언젠가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주제로 책을 쓰거나, 방문했던 세계 곳곳의 디자인 호텔과 음식 기록을 담아내고 싶다. 미비하지만 그림 노트도 몇 권 갖고 있다. 수준은? 미달이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올해는 기회만 보이면 도전했다. 초·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백일장에 나갔고, 편지 쓰기와 독후감 공모전에도 지원했다. 수상작을 읽고 비교하면, 여전히 "좋은 글"은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면, 다시 다른 꿈을 떠올리기까지 긴 시간을 통과해야 할지도 모른다. 글과 그림은 태어난 순간부터 내 마음을 붙든 오랜 친구다. 여기에, 타고난 시각적 이해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나만의 글은 나만 쓸 수 있다. 나이기에, 나만의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용기와 격려를 장착했다면, 정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내린 답은 단순하다. 재미와 감동! (그게 제일 어렵다고들 한다.) 용기와 격려를 담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 주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이 나를 위로하고, 동시에 타인의 마음을 열어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한 줄을 이어간다.

이렇게 브런치 10주년의 꿈이라는 주제에, 나의 꿈을 조심스레 얹어 본다. 솔직히, 내일이라도 좋은 소식이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함께 꿈꿀 사람이 없다면, 내가 나를 응원하면 된다. 지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내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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