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날에는"

띵 시리즈 2 해장음식을 읽고 생각난 것들 (서평 아닌 독서 일기)

by 깔깔마녀

'나라 잃은 백성이라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제목과 표지를 보는 순간, 띵~(시리즈의 취지인가) 하며 감탄했던 책이다.

(사발째 들이키는 모습-사진은 검색 바랍니다.)

저렇게 마시는 모습을 아직 현실에서 본 적은 없다.

집에 있는 식기를 뒤졌다. 저런 장면이 연출되려면, 아무리 얼굴이 작은 성인이라도 밥그릇이나 국그릇은 아닐 테고... 찬장을 뒤적이다 양푼이를 발견, 100cc 컵으로 물 10컵은 족히 들어간다. 여유 있게. 그럼 맥주로는... 소주로는... 이미 계산 나온다.


지름 20cm, 얼굴을 가리고도 넉넉한 크기


민음사 띵 시리즈 2번 해장음식-미깡의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날에는>은 순전히 제목을 보고 선택했다. 시리즈 1번 조식-아침을 먹다가 생각난 것들-을 검색했는데 연관 도서로 등장,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세트로 주문했지만 나는 '조식'을 마다하고 '해장음식'부터 찾게 되었다.


저자는 본인 스스로 술이 약하다고 계속 주장하면서도, 술을 푸는 장면 묘사부터 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고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 해장음식을 먹는 순서-술 먹기 전에 먹느냐 후에 먹느냐-에 대한 열띤 공방은 어떤 의학지식보다 그럴싸해 보인다. 더 나아가, 술에 대한 임상실험이라니. 굳이 이렇게 까지 자신을 학대하며 술을 마셔본 사람들이 있을까 하고 의심하다가도, 저자의 주장을 들으니 절로 수긍이 간다.

나는 술꾼도 아니고, 책에 나온 해장음식들은 대부분 내 취향과 거리가 멀지만, 실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자타공인 "금주/*금욕(?)" 주의자다, 이미 대한민국의 대학문화와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술자리'가 어떤 분위기인지- 보고 겪고 들어서- 잘 안다.

한편, 미깡의 책에는 술 이야기와 함께 해장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져 오히려 식욕을 자극할 것 같다. 콩나물 국밥부터, 해장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평양냉면까지 맛있는 음식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외국인들의 해장 문화까지 언급하고 있어 가히 해장음식의 달인을 보는 듯하다. 덕분에 추억을 곱씹으며 맛집 투어를 떠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술맛 보다 맛깔난 어투 덕분에 술술술술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던 책, 키득키득 히죽히죽 웃다 보니 어느새 끝. 이야말로 해학의 진수였으니, 오늘에서야 술꾼? 아니 '이야기꾼'을 만났구나!







몇 년 전, 블루베리 소주 뚜껑을 열어야 했다.

앗! 이 향기는 뭐지?

세상이 이렇게 달라졌어? 잘못하다가 한 모금 마실 뻔했다.

도수가 13도라고 적혀있다. 숫자 앞뒤가 바뀐 것 아냐?

뭐야, 세상 진짜 좋아졌다. 난 너무 빨리 태어났구나.-_-;




술 마신 사람들 가운데, 술기운을 빌어 사과하고 약속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과감하게 사양하자. 술기운을 빌린 고백과 사과는 부도수표다. 영혼마저 술에 탈탈 털린 상태라면 더더욱 조심~

*해장음식으로 거론된 것 중 ~탕, ~창으로 끝나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북엇국은 북어탕이라 하지 않고, 복국도 마찬가지.

*금욕주의자 의미를 철학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그저 술 안 마시는 행위를 수행, 정진에 비유하는 시선에 빗대어 선택함.

*미깡-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웹툰 작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매일매일이 새로운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