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앤은 어디로 갔을까?

Anne with an E 삐딱하게 바라보기

by 깔깔마녀


넷플릭스 상영 빨강 머리 앤 10부작을 보고 있다.

제목은 Anne of Green Gables 가 아니라

Anne with an E, 지금은 타 방송국 정규편성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 있다.


그런데 조금 당황스럽다.

내가 알던 그 빨강 머리 앤이 맞는지...

수다스럽지만 밉살스럽지 않고, 사랑스러운 빨강 머리 앤!

주근깨는 더 많아지고 빼빼 마른 건 변함없는 데,

캐릭터가 좀 복잡해 보인다.

만화와 동화, 그리고 원작(루시 몽고메리 여사)과 비교했을 때의 느낌과 사뭇 달랐다.

앤 with an E라는 제목은 참신하고 좋은 데, 앤이 워낙 발음할 때 E를 강조했으니, 내가 아는 그 앤으로부터 좀 많이 멀어진 기분이다.


앤이 말은 많지만, 저 정도로 성격이 불같았나?

좀 가식적으로 보이는 데? 레이철 린드 부인이 대놓고 앤의 외모를 지적하는 장면에서, 앤이 참지 않고 쏘아붙이는 건 속 시원했지만, 사과할 때의 태도와 눈빛이-사과하고 돌아설 때 번쩍~하던 힘이 들어간 눈과 마릴라에게 되묻는 장면- 살짝 섬뜩했다.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사과의 태도가 형식적이다 못해 진정성이 떨어져 보였고, 그 나이의 아이들이 가지는 순수함이 덜해 보였다. 물론 앤의 상황이 절박했으니 (사과를 해야 초록지붕에 남을 수 있고, 고아원으로 돌아가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 영리하고 당돌하다고 해야 하나? 헷갈린다.


어렸을 때는 마냥 사랑스럽고 귀엽고 정감이 갔던 존재인데, 그 앤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하루 24시간 내내 저렇게 지껄이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사람도 지쳐 나가떨어지는 건 아닐까. 목소리도 고음에다 감정도 쉽게 격해지고... 드라마 퀸처럼.

게다가 고집도 엄청 세다.

헉, 내가 앤을 싫어했나? 아니면 내 마음이 동심에서 너무 멀리 와 버렸나?

앤의 상황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만 생각했는데, 앤이 달라 보였다.





그래도 앤이 누구인가?

웬만해선 안티 없는 사랑스러운 존재 아닌가? 앤을 작품 속 아이가 아닌 현실의 어른으로 바라본 것 같다.

앤의 장점을 찾아보자.

앤은 분명 이야기를 잘하고 재밌는 아이다. 타고난 예술가적 기질도 다분해 보인다. 상상력도 풍부하고 머리도 좋은 것 같다. 시를 잘도 외고... 참으로 재주가 많다. 더 나열해볼까?


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목표가 뚜렷한 아이다.

우정을 중요시 여기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다. 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지!

또래의 아이들과 조금 다른 아이? 그게 앤의 또 다른 매력!


가만 보니 앤이 저렇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것은 주변의 인물들이 워낙 품성이 너그럽고 착해서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매튜 아저씨와 마릴라 (남매). 마릴라는 겉은 무뚝뚝해도 요즘 말로 츤데레다. 앤의 환경을 탓하거나 아이라고 무조건 무시하지 않고- 물론 브로치 사건은 경솔했다.- 중립을 지키는 자세도 배울 만하다. 다이애나야말로 앤과는 천생연분.

그러고 보니 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참, 앤의 노력도 한 몫했지.

고아원을 나온 앤이 새로운 가정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앤의 사랑스러운 면모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앤(Anne) 셔얼리'니까~.




넷플릭스 앤 시리즈에는 동성애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고 들었다. 이는 적지 않게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민감한 사안일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 부분은 뭐라 말하지 않겠다. 사람들은 입장이 다르니까...(LGBT, 여기에 Q도 더해져, 는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부분)


단지 앤이 궁금할 뿐이다.

어린 시절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빨강머리 앤의 귀환을 반길 뿐.

앤이 누구인가, 낭만의 상징이자 긍정의 메신저 아닌가.

내 기억 속 (초록지붕의) 앤이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더 씩씩하고 복잡해진 앤이라도 좋다.

비록 다른 모습을 발견해도, 그때의 앤을 잊지 않아야지. 그리고 지금의 앤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참, 매튜는 원래 마릴라의 오라버니 아니었나? 드라마에서는 남동생이라고 하던데.

길버트 브라이스라고 했는데, 철자를 보니 blythe, 블라이스네.

앤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1800:1의 경쟁률을 뚫었다니, 믿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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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과 관련된 책*

백영옥 작가 <빨강머리 앤에게 전하는 말>

백영옥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출간 예정인 책

일본 후지 TV <빨강머리 앤 > 만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앤의 모습은 여기서 시작한 것 같다.

그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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