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식탁 기행>을 읽고
송나라 식탁 기행
출판사: 생각과 종이
리카이저우 지음
책에 의하면, 중국의 다른 왕조보다 송나라의 식문화가 지금의 우리 입맛과 가장 친숙할 거라고 한다.
한나라는 식사 때 무릎을 꿇고 먹었다니, 하루 한 끼도 아닌 데 이 생활 십수 년이면 무릎 연골 다 닳아 사라질 판이다. 위진남북조시대에는 분찬제(각자 자기 자신의 음식만 먹는 것을 말하는 데 후대에 공찬제로 바뀐다.)가 있었지만 술잔 돌려마시기가 유행이었고, 원명청 시대 또한 고지혈증 유발 식단이 많았다고 하니, 굳이 과거의 중국으로 여행을 해야 한다면 '송왕조'를 택하라는 데. 이때부터 식기가 제대로 갖추어지고 조리법도 다양해졌으며 요리 전문점도 많았던 만큼, 입맛 까다로운 사람들도 굶지 않고 미식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송나라가 배출한 수많은 인재들과 발명품만 봐도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꽃핀 시기임을 알 수 있다. 고로 송나라의 식탁 문화도 그전과 달랐을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전 세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세상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당시의 식사 문화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었다.
가령, 송대에 벌써 상형 음식(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음식)과 모형 음식(관상용 요리를 포함)이 존재했으며, 채식 요리 전문점에서 식물성 고기를 다루었을 정도니 지금과 흡사한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카페(차관) 문화가 송시대에 이미 유행이었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술을 마시면서 벌칙을 정하는 모습 (벌주 놀이-투호를 하며 항아리에 화살이 가장 먼저 들어간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벌주를 내리는 놀이문화)은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게임이 떠올랐다.
조회 후에 먹는 업무 식사와 황제의 연찬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는 등은 회식문화와도 비슷했다. 그 외에도
한여름에는 냉음료 가게가 있어 '뻥쉐'라는 아이스크림과 발효 식혜 등도 판매했다고 하니 이만하면 송나라에 가서 음식이 맛없다고 투덜거리지는 않겠다.
중국 여행을 갔을 때 현지 음식에서 느껴지는 향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못 먹었던 기억이 나고 가끔 비위에 거슬리는 장면을 본 적도 있지만, 송나라 음식 기행에서는 그다지 눈살 찌푸려지는 대목은 보이질 않았다. 단 하나 거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술잔을 돌리는 습관(권배)은 여전했다는 것... 왜 굳이 잔을 돌려가며 타액을 섞을까!
한자 문외한이자 중국 문화에 대해 생소한 나 조차도 송나라의 식탁 문화를 맘껏 즐겼으니, 자칭 맛에 대한 일가견이 있다거나 식객임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군침도는 책이 아닐까 싶다.
간간이 등장하는 수호지 속 인물과 중국의 유명인사들(시인, 정치가, 역사적인 인물 등)의 에피소드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또 챕터가 바뀔 때마다 나오는 그림은 그 시대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송나라 미식 여행이 주된 내용이지만 당시의 풍습도 엿볼 수 있어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식(미식) 여행을 다룬 영화*
<트립 투 스페인> <트립 투 이탈리아> <트립 투 잉글랜드>
BBC 제작의 다큐멘터리 <릭 스타인의 요리 여행 시리즈> (백종원이 혼자 하는 푸드 트립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연관 도서*
<수호지> <만화 십팔사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