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만 모르는 현실
오늘 아침은 미역국을 끓였다. 끓일 때 보니 미역이 길이가 짧고 얇은 것이 평소 먹던 것과 다르다. 식감도 다르다. 어느 행사에서 사은품으로 받았던 미역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제 미역이 다 떨어졌네. 주문해야겠다.
미니멀리즘이다, 냉털하자, 다짐하면서 남은 식재료를 다 털어먹고 나서야 주문하겠다고 연초부터 독한 마음을 먹은 터다. 이제와 오염된 미역 등 해산물을 사야 하니 이 노릇을 어떡하면 좋은가.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어제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 주부들의 과제는 안전한 식재료 수급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일단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급식에 비상이 걸린 학부모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당장 안 먹어도 되지만 우선 미역 주문부터 해보며 사태파악을 해보고자 한다. 어디서 어떤 미역을 사야 할까. 뉴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북태평양을 돌아 일본 남해, 우리나라는 제주에서 부산으로, 동해로 올라온다는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해안까지 오려면 몇 일이 걸린다는 내용도 있다. 그 전까지는 국내산 해산물이 안전하다는 얘긴가. 암암리에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 바다도 오염되어 왔다고 알고 있던 터다.
판매자들이 직접 생산해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홈을 뒤적이다가, 동해 연안에 거주하는 지인이 생각나 통화를 했다. 그 지역 어민들은 이제 다 죽었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대부분의 어민들이 어선이며 집기류들을 대출받아 샀는데 모두 파산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점잖던 지인의 입에서도 욕이 뿜어져 나온다. 어쨌든 나는 미역에 집중했다.
오염수가 맨 나중에 도착하는 그 지역 미역은 아직 괜찮은 거죠?
오염수의 흐름이니, 우리 해안에 오염수가 도착하는 날짜 등이 중요한 게 아니란다. 이미 후쿠시마 인근에서 그 물을 먹고 자란 물고기들이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혀 살아남아 세계 어느 바다든 흘러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또 태평양을 오가는 대형선박이 내려놓는 평행수 이야기도 언급하며 이미 어디에도 안전한 건 없다는 것이다.
앞바다 수질검사 및 분석은 실시하겠지요?
지자체를 통틀어 기계가 한 대라고. 한 대 더 늘린다고는 하는데 그 규모로는 어림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해서 검사, 분석을 한들 어민들 생각을 하면 제대로 발표는 하겠는지 그것도 걱정스럽다.
결론은 '지역에서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좋은 거 사서 드시라'고 언질을 준다. 어떤 곳에서 구입해야 할지는 어렴풋이 알겠다. 그런데 같은 미역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골라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자세히 보니 자연산과 국내산을 분별할 필요도 느꼈다. '좋은 거' 바꿔 말하면 '비싼 거'를 말하는 걸까. 도시민의 선택기준은 가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 국내산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어쨌든 주문을 했다. 그런데 1인 1포만 주문 가능하단다. 세상이 이렇게나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나만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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