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더는것이 더 행복한것인가
탄자는 말했다. 인생이 힘들어야지 글은 써지는거라고. 행복하면 글을 쓸수 없다는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을까. 오늘의 시름들, 복잡한 감정들을 갈아버리기 위해 감자 2개을 이 밤에 강판에 시원하게 갈아치웠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탱고를 들으면서. 그리고 바로 글을 쓰며 마음을 다스려보기로 했다.
내 나이 37세. 미국계 제약회사에서 좀 복잡한 일을 하고 있는 와중, 3개월 전부터 추가로 복잡한 일을 더 맡게 되었다. 모두 100% 나만의 의지로 말이다. 임신이라는 큰 과업을 준비해야하는 37세 고위험 산모라는 타이틀 대신 나는 야근과 과도한 업무에 더 뛰어들고 싶었다. 나는 그냥 일이 좋았다. 그것도 다양한 부서와의 미팅에 병원 교수님을 만나 회사의 전략을 짜며 다양한 연구 데이터들에 익숙해져야하는, 그리고 지속적인 영어 회의들. 우리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머릿골치 아픈 그런일들 말이다. 원래 업무에 추가로 그런일들까지 더해져 12월까지 맡기로 했었는데, 무능한 매니저 덕분에 다이어트 기간보다 더 적은 고작3개월만 추가 업무를 하고 종료하게 되었고, 그 얘기를 오늘 바로 오늘 듣게 되었다.
3개월동안 회사의 소모품처럼 무보수로 내 인력을 쓰고, 단물만 먹고 버려진 이 헛헛하고 기분나쁜 감정을 내내 추스리기 힘들었다. 마침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라 일찍 일을 마친 후 동네를 배회하기로 했다. 산책하면 기분이 나아진다고 하니까. 물론 만약을 대비하여 노트북은 든 채로, 하지만 노트북을 덮고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의 여러 사물들을 마주하니 어느덧 의미없는 일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일에만 아등바등했던 내 자신을 먼 발치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나의 안부를 전해주는 목적이랄까. 재택하면서 업무 시간에 산책하는 딸의 안부를 몹시도 즐거워할 테니까.
하지만 충격적인 반전이였다. 엄마는 이 상황이 너무 신나고 기분이 좋단다. 우리 딸이 매일 야근하고 힘들게 머리골치 아프면서 일하는게 너무 싫었는데, 이제야 편해질수 있다하니 엄마는 너무 좋다고.
하지만 엄마는 나를 제일 잘 안다.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고 일을 잘 해내고 싶어하는 사람인지를. 그리고 추가로 맡은 업무를 잘 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지를. 하지만 엄마는 늘 적당히 즐기면서 일하고, 다른 의미있는걸로 인생을 채우라고 하지.
어두운 방에서 홀로 남편을 기다리면서, 물론 남편이 돌아오면 감자전이 되어버릴, 강판에 갈아놓은 감자들과 함께 다시 오늘을 곱씹어본다. 화가 나서 감정들을 없애려고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금 지나니 별거 아니다. 7개월 추가로 일 하는것에서 3개월로 감소하는것이 그다지 큰 의미있는것은 아니다. 그리 많이 살아오지 않았을수도 있고 오래 살았을수도 있는 애매한 37세 나이지만, 결과론적에서 본다면 과거 어느 한순간도 중요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따라서 지난 3개월의 경험도 언젠가 빛을 발할꺼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감정을 정리한다. 맛있다고 연신 따봉을 외치는 남편과, 감자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