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설레게 하는 봄밤의 말들
[편지]
얼마 전부터, 연락을 미루던 분들한테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어요.
인사하고 소식 전할 때면 자꾸 앞에 덧붙여요. "아마도 예상 못하셨을 텐데" "아마도 의외의 일상을 말해 줄게요." 라고 운을 떼고 말해요. "저 빵집에서 일해요. 빵 팔아요."
작년 8월부터예요. 빵집에서 일한 게. 그러니까 벌써 반 년도 더 지났네요. 아르바이트로 하다 끝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수습 기간을 끝내고 조금씩 더 일을 알아가고, 한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계절을 벌써 세 개째, 아니 네 개째, 그러니까 온 계절을 다 경험하게 되었네요. 지난 해에는 '나 해 넘어갈 때도 여기 있을 거 같아.' 라던 것이 이제는 벚꽃이 예쁘다는 이곳의 만개한 봄을 앞두고 있어요.
매력 있는 일이에요. 그리고 힘들어요. 주6일을 일해요. 브런치에 한 편이라도 글을 올리고 싶어 그렇게 애썼건만 시도만 하고 맺은 글이 없어요. 새로운 그림책 『두근두근』『산딸기 크림 봉봉』『허먼과 로지』를 봤어요. 기다림이 궁금하고 의미 있어『조금만 기다려 봐』『나는 기다립니다』를 보았고요, 친구가 보내 준 『허먼과 로지』를 보고 나서는 오래된 목소리가 듣고 싶어 한동안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를 들었어요. 『웨슬리나라』『세 개의 황금열쇠』『도서관』처럼 나를 아뜩하게 만들거나 안온하게 만들던 그림책을 사고 논픽션 그림책을 여러 권 보고 있어요. 좀 더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요. 그런데요, 여유 없음을 치더라도 매력 있는 일이에요. 일과 더불어 나라는 인간도 반응하고 있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욕심이 난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놀랐어요. 꽤 오랫동안 사그라들지 않는 피로감과 피해의식 때문에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자체가 썩 내키지 않았으니까요. 사람에 대해서도요. 누군가와 지속적 관계를 맺는다는 게 나한테는 무척 힘든 일이랍니다. 그런데 천천히, 참 천천히지만 나는 사람들이 알고 싶어졌어요.
이미 많이 맞아 본 봄. 그런데도 또 설레고 새로운 참 희한한 봄.
이 봄을 당신은 어떻게 맞고 있는지 궁금해요. 연락해야지, 생각만 하고 여전히 연락을 하지 못한 당신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나를 기억은 할까요.
나는 이렇게 지내요. 아마 날 보면 바로 알아차릴 거예요. 내가 잘 지내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뭔가 삶의 또 다른 전환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런 마음, 이런 마음, 그런 변화, 이런 변화가 모여 빵집의 낭독회를 같이하려고요. 내가 일하는 빵집에서요.
궁금했어요. 내가 빵집에서 빵을 파는 동안, 남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문장에 감응받을까? 그리고 듣고 싶었어요. 목소리. 진지하거나 어색하거나, 무엇보다 자기에게 귀한 문장을 읽어주는 목소리. 인상적이었던 문장이 무언지 빵집 손님에게 묻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참았어요. 그 질문이 서로를 너무 빨리 친해지게 할까봐, 나를 빵집에서 빵 파는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보게 할까봐. 나는 지금 이 모습도 좋으니까요. 굳이 다른 모습으로 내보이고 싶지 않아요. 내가 어떤 사람이든 그건 내가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증명할 순간에 하나씩 증명하면 돼요.
이렇게 내 소식을 전해요.
내가, 생각하고 있었어요. 당신을, 당신들을. 연락이 늦어진 건 당신에 대한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내가 변변하게 못 지낸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 미뤘어요. 어찌 지내나요. 소식 듣는다면 정말 좋겠어요.
내용· 봄밤의 낭독회. 봄을 맞는 가지각색의 설렘을 표현한 작품을 여러 낭독자의 목소리로 듣는 자리
일시· 4월 7일 금요일, 해가 진 7시 30분에서 9시까지
장소· 쿠아레 비 B1 빵공장 옆 창작소
참가비· 만 원(음료 포함)
참여 인원· 낭독자 7명(읽거나 노래하거나), 듣는 이 10명
신청 방법· 인스타그램 다이렉트(quoirez.b), 쿠아레 B 매장, 전화 02·356·7886
https://www.instagram.com/p/BSFhXWuAgvY/?taken-by=quoirez.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