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_그는 숫자를 맞췄고, 나는.

밍키의 한 문장

by 밍키

밍키의 한 문장


기억의 온도


“그는 숫자를 맞췄고,

나는 타이밍을 건넸다.”


2022년 8월 1일,

나는 1년의 휴직을 마치고 재단으로 복귀했다.

그날은 새 회장의 첫 출근날이었다.


출근 아침 우연히 로비에서 마주쳤고

난 인사를 했다.

같은 날,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각자의 ‘첫날’을 맞이했다.


몇 주 후, 젊은 직원들의 모임에서

회장을 다시 만났다.

그는 금융권 출신의 전문경영인답게

말솜씨가 좋고, 에너지가 넘쳤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화법과 무대감각이 있었다.


그날 나는 퀴즈를 냈다.

“콜드플레이 브라질 공연의 관객 수는 몇 명일까요?”

회장은 거의 근사치의 답을 냈다.

순간 나는 ‘와, 이 사람 감각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지금 돌아봐도 진심 어린 감탄이었다.


그리고 답을 맞힌 사람들에게

‘후원자도 다 때가 있다’

라는 문구가 적힌 때 타월을 선물로 줬다.

장난처럼 건넸지만, 내 방식대로 진심을 담았다.

회장은 웃으며 “이거 굿즈로도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한 달쯤 뒤,

전 직원 영상 속에서

그가 그 ‘때 타월’ 이야기를 언급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아, 그 순간이 꽤 깊게 남았구나.”


그건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의미의 여운이었다.

숫자를 잘 맞춘 사람과

타이밍을 잘 건넨 사람 사이의 짧은 교차점.

그게 내가 일하는 방식의 본질이었다.


“누군가는 데이터를 다루고,

누군가는 마음의 타이밍을 다룬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이번 주,

한 협약식 자리에서

회장을 다시 만났다.

그는 여전히 말솜씨가 좋았고,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빛났다.


그가 나를 기억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건 이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때의 감탄은 여전히 진심이었고,

지금의 나는 그 감탄을

‘기억이 아닌 의미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숫자를 맞췄고,

나는 타이밍을 건넸다.”


기억은 흐려져도,

그 순간의 의미는 여전히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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