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본계와 외국계 회사를 경험해보니
짧디 짧은 내 경력에서 나는 일본계와 외국계 회사를 둘 다 경험했다.
첫 번째 회사가 전통적인 일본 제조업 회사 <A>, 두 번째 회사는 미국 본사가 있는 글로벌 회사 <B>.
B재직 기간이 때마침 A의 재직기간과 비슷해졌다.
이 정도면 맛보기로 살짝 비교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B는 직원수나 규모가 A에 비해 몇 배나 큰 대기업이기에 불공평한 비교가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초짜가 쓰는 지극히 개인적인, 표면적인 비교.
#[사람]을 대할 때
B는 드라이하다. 중장기 성장하는 인재를 찾는 게 아니라 지금 바로 투입돼서 퍼포먼스가 나오는 사원을 찾는다. 그러기에 경력직 사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평가가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사원이라면, 내보내기도 한다. 계약직*도 많다.(*일본 노동법 개정으로 인해, 올해 대부분이 정사원으로 전환되긴 했다.)
팀원들은 어디까지나 회사 동료에 불과하다. 점심을 같이 먹는다? 그런 팀은 입사해서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각자 자리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거나, 휴게실로 가서 각자 먹는다. 저녁에 회식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 와중에도 다른 팀/ 부서 사람들끼리 친해질 사람은 친해지지만.
A는 전형적인 일본 회사다. 미숙한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해 키워나간다. 사원 대부분이 신입으로 입사해 몇 년, 몇십 년씩 있는 사람들이다. 매 년 운동회, 송년회 등은 필수 연례행사로 있고 주말에도 사이좋은 사원들끼리 여행을 떠난다. 퇴근 시간이 맞으면 그대로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간다. 회사 차원에서 하와이로 사원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월급에서 매달 사원여행 비용을 공제해서 모은 돈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다.
#[월급]을 대할 때
A는 지방에서 온 사원들을 모두를 대상으로 주택수당, 가족수당 등이 지원됐다. 재정적으로 곤란한 사원에게 대출을 해주는 시스템이 있었다. 일본 회사라면 사내 대출제도가 있는 회사는 꽤 많은 듯하다.
B의 월급 구조는 극히 심플하다. 기본급. 끝이다. 과거에는, 인사고과 결과에 따라 평가가 낮은 사람은 기본급이 깎이기도 했다.(고 한다)
#[일]을 대할 때
A는 단순했다. 회사 창립자이기도 한 1인자, 회장의 존재가 가장 셌고 회장의 한 마디에 모든 게 좌지우지였다. 영업 톱인 영업부장도 회장의 부름이면 도쿄에서 본사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다. 회장이 공장에 시찰이라도 가면 본사에 있는 사원이 즉시 해당 공장장에게 연락해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며 이르는 정도였다. 회장이 눈여겨보는 사원은 <기대 수당> 같은 특별한 수당도 매달 월급에서 지급됐다.
B는 단순하지 않다. 우선 모든 결정권은 미국 본사에 있기에 우리 뜻대로 모든 게 진행되진 않는다. 일에 대한 효율성을 중요시 여긴다. 야근을 많이 하는 사원은 일을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한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인상이다. 매달 근무 시간이 팀, 조직 단위로 보고되며 잔업 시간이 많은 사원은 일을 비효율적으로 하는 게 아닌지, 상사와 1on1에서 얘기하게 된다. 성과주의. 다소 개인주의가 있고, 매니저여도 플레이어 성향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A는 매일 아침 라디오 체조, 아침 조례가 있었다. 복장은 비즈니스 캐주얼, 정장. 잔업은 눈치껏 하는 게 매너.
B는 출퇴근 시간 자유. 연차 사용 자유. 상사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다. 복장 자유. 여름엔 반팔, 반바지, 샌들, 노란 머리 조합도 많이 봤다.
워낙 색이 다른 두 군데여서 어디가 좋다, 안 좋다 할 것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사람 사이에 적당히 거리가 있는 외국계가, 처음에는 섭섭했지만 지금은 딱 좋은 느낌. 그러나 일본에 처음 와서 다닌 곳이 가족 같은 돌봄이 있는 분위기의 회사였다는 점에 감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