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깨가 으쓱해질겁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일본에서는 한 해를 정리하는 랭킹 발표가 여기저기서 발표된다.
올 한 해 히트 상품, 가장 많았던 신생아 이름, 강아지 이름, 등등..
개인적으로 유행어 신조어 발표를 매년 재밌게 보고 있다.
랭크인 된 리스트를 보면 벌써 한 해를 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
조금 찾아보니, 유행어 신조어 대상은 유캔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1984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12월 초에 대상을 발표한다.
이번에도 역시 대상을 발표하기에 앞서 대상 후보에 오른 단어들이 노미네이트 되었다.
30개의 후보들이 있는데 코로나로 관련해 파생된 단어들이 대다수다.
동숲, 아베노마스크, 뉴 노말, 클러스터, Zoom, Goto캠페인, 재택근무 등..
그럴 만하다. 예상 가능했다.
하지만 놀랬던 점은, 이 중 한국에 관련된 단어가 있다는 것.
1. 사랑의 불시착 / 제4차 한류 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사랑의 불시착에서 시작된 한류)
25. NiziU 니쥬
(JYP가 프로듀싱한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아이돌 그룹)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에선 한류가 유행하고 있다!
티브이를 켜면 예능 방송에서는 '한국에 빠져 있는 여자 연예인 특집'을 하거나
NiziU프로젝트로 유명인사가 된 JYP 인터뷰 방송이 나오거나 한다.
한국 드라마에서 꼭 나오는 연출, 로 드라마의 한 장면을 따라 하기도 하고 코로나로 자숙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국요리 전문점은 어딜 가든 웨이팅이 있다.
이전에 쓴 글과 같이, 회사에서 체감상으로 느끼는 한류도 꽤 뜨겁다.
특히 요즘 JYP가 주목받고 있다고 느낀 게, ‘한국에서도 JYP는 유명한 사람이냐’고 묻는 일본인 지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리고 JYP 성대모사, 메이크업 분장을 하는 개그맨도 생겼다.
아이돌의 인성과 성격을 보고, 그 숨겨진 재능을 발굴해내는 능력에 언제부턴가 JYP의 팬들이 확 늘었다.
한국에선 아직 인지도가 낮은 것 같지만 NiziU는 일본에서 주목받는 신인 아이돌 그룹이다.
매일 아침 정보 방송에서 한 코너로 'JYP의 아이돌 오디션'를 장기간 프로젝트로 진행했고 거기서 드라마틱하게 선발된 일본인 멤버들이 JYP엔터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한국식 아이돌로 성장하여 데뷔. 방송에서 팬임을 자청하는 연예인들도 다수다.
사랑의 불시착은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넷플릭스 구독자수가 늘고, 이에 자연스레 한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도 늘어나, 가장 먼저 한류 재시동에 불을 지핀 드라마다.
하지만 늘 일본 넷플릭스 상위권이던 사랑의 불시착은 요즘은 조금 밀려났다.
폭발적으로 인기가 생긴 귀멸의 칼날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상위권이고(노미네이트 13번), 그 외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 청춘의 기록, 이태원 클라쓰 등이 순위권에 올라가 있다.
소위 말하는 '국뽕'이라는 거에 내가 취해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올 한 해 유행어를 선정하는 후보에 오를 정도로 일본에서 한류는 대단했다는 걸 널리 널리 알리고 싶었다. (내 브런치에 썼다고 널리 알려지는 건 아니지만) 모두에게 소문내고 싶을 정도다.
타국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가까운 이웃나라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우리나라 문화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걸 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나조차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괜스레 어깨가 으쓱한다.
문화 콘텐츠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내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이 한류 붐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