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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김선생님 Apr 26. 2024

재미있어서 자주 만들어요

오늘 반찬은 한국어입니다   제14화  크림감자뇨끼






[ 오늘의 반찬 ] 

A/V(형용사·동사)아/어/여서


 냉장고에 감자가 많아서 뇨끼를 만들었어요.     

 식당은 음식 양이 적어서 집에서 뇨끼를 먹어요.    

 

 가: 왜 한국어를 가르쳐요?

 재미있어서 가르쳐요.





  감자는 장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많이 사야 할지 늘 감이 안 잡히는 식재료다. 부모님 댁에서 지낼 때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식구가 많은 집이라 감자는 상자째로 사 놓아도 금방 동이 나곤 했다. 자주 먹는 된장찌개를 끓일 때 빠질 수 없는 재료가 바로 감자인 데다가, 볶음이나 조림 요리를 할 때도 여러 개씩 훅훅 사라졌다. 늦은 저녁에 입이 심심하면 그냥 쪄서 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강아지 간식으로 주기도 좋았다. 하지만 결혼 이후로 생전 처음 감자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2인 가구다. 남편과 나 딱 둘만 같이 살고 있다. 평일에는 서로 바빠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유롭게 퇴근해 같이 밥을 먹는 날에도 체중 관리 겸 건강도 챙길 목적으로 샐러드를 택한다. 감자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주말에만 찾아온다. 그래서 부모님 댁에서처럼 상자째로 감자를 사 놓는 건 상상할 수도 없을뿐더러, 킬로그램 단위로 사는 것도 좀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한두 개씩 소포장된 것을 집어 들기엔 개당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심통이 난다. 이런 이유로 결국 한 봉지씩 넉넉히 사게 된다.



  그런데 또 이 감자라는 녀석이 참 똘똘하지만 매력이 맛깔나게 빛나는 친구는 아니라서, 집에 감자가 있다는 걸 잊어버릴 때가 많다. 가끔가다 한 번씩 냉장고 야채 칸을 열고서 ‘맞다, 감자가 있었지!’ 생각하며 놀라곤 한다. 구매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도 새것처럼 건재한 감자를 보면 정말이지 기특하다. 그렇지만 주말에 식사 약속이 많아서 너무 오랫동안 잊어버리면……. 다행히 곰팡이가 피지는 않았지만 습기를 먹어 살짝 눅눅해져 버린 감자를 만나게 된다. 그런 감자가 여러 개 있으면 속으로 조용히 되뇐다. 감자들아, 미, 미안해.     




  지금 내 앞에는 잔뜩 삐쳐 있는 감자 다섯 개가 있다. 감자들의 상태를 보니 꼭 나에게 엄포를 놓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참아 주고 있지만 하루 이틀만 더 잊어버리면 바로 곰팡이 친구를 찾아가겠다고. 오늘 당장 감자를 해치워야 한다. 그것도 다섯 개나 말이다. 부모님 댁에서라면 감자 다섯 개 정도는 일도 아니겠지만 우리 집 상황은 다르다. 이렇게 많은 감자를 대체 어떻게 해치운담. 싱크대에서 공연히 감자알만 굴리며 머리도 굴려보았다. 그때 딱, 전구에 불이 켜지듯 기억 하나가 반짝 떠올랐다.  


   

  작년 여름에 친정 식구들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나와 아빠는 볶음밥을, 엄마와 큰 여동생, 남편은 파스타를, 그리고 막내 여동생은 뇨끼를 주문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니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둘씩 서빙되었다. 멋진 그릇에 담겨 나오는 요리들을 보니 맛보기 전부터 눈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중 막냇동생의 그릇을 보고 깜짝 놀랐다. 큼직한 타원형의 그릇에 꾸덕한 크림 소스가 멋들어지게 깔려 있는데, 그 위에 올라간 뇨끼가 열 개 남짓뿐이었다. 작지 않은 크기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너무 적었다. ‘애걔걔’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심지어 가격은 제일 비쌌다. 손으로 직접 반죽을 해야 하니 파스타보다 훨씬 요리사의 품이 많이 들겠다 짐작하면서도, 감자의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를 다시 생각해 보면 외식 메뉴로 사 먹기는 좀 아깝다고 여겨졌다.



  식사 자리의 즐거운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조용히 속으로만 다짐했다. 조만간 꼭 집에서 뇨끼를 만들어 보겠다고. 그 조만간이 벌써 일 년 가까이 미뤄져 버려 살짝 민망하지만, 뇨끼를 만들 절호의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먼저 집에 있는 재료들부터 훑어보았다. 당장 먹어야 하는 감자 다섯 개, 반찬 만들고 남은 느타리버섯, 먹고 남은 후라이드 치킨. 며칠 전에 크림파스타 하고 남은 생크림도 있었다. 이렇게 훌륭한 재료들이 시기를 딱 맞추어 남아주다니. 온 우주가 크림 감자 뇨끼를 만들어 보라고 나를 응원해 주는 것 같았다.



  흐르는 물에 감자를 씻는다. 감자에 묻어 있는 흙을 만질 때의 오돌토돌한 감촉이 좋다. 흙냄새가 난다. 시원한 물을 맞으며 조금씩 매끈해지는 감자의 표면. 다섯 개를 다 씻은 후 세라믹 감자칼로 껍질을 빠르게 벗겨낸다.



  예전엔 엄마처럼 동글동글 예쁘게 감자를 손질해 보겠다며 과일칼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껍질을 깎았다. 칼날에 대한 두려움도 많고 칼질도 서툴렀기에 과일칼로 감자를 깎을 때마다 엄청난 집중을 하느라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요리 유튜브 영상에서 본 유명한 셰프가 본인도 감자를 빠르게 손질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감자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칼질의 귀재인 셰프도 감자칼을 쓰는데, 나는 쓸모없는 노력을 하고 있었구나! 그날 바로 감자칼을 주문했고 감자 손질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순식간에 껍질을 벗고 맨들맨들해진 감자를 뿌듯하게 바라보며 과거의 나를 질책하고 또 칭찬해 보았다.



  감자는 조각내어 전자레인지용 찜기에 담는다. 찜기에 물을 살짝 붓고 뚜껑을 닫아 전자레인지에 5분 돌린다. 그동안 나머지 재료들을 준비한다. 느타리버섯은 밑동을 썰고 하나하나 뜯어서 씻는다. 너무 두꺼운 줄기는 손으로 갈래갈래 찢어 놓는다. 냉장고에서 막 나와 차가운 후라이드 치킨은 살코기 부분만 남겨 적당한 크기로 썬다. 살코기가 붙어 있지 않은 튀김 부분은 사용하지 않는다. 생크림과 우유를 2:1 비율로 섞고 그 안에 잘게 썬 쪽파를 넉넉히 넣는다. 쪽파는 토핑용으로도 조금 남겨 둔다.



  전자레인지 조리가 끝났다는 알림음이 들린다. 찜기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천장을 향한다. 젓가락으로 감자를 몇 개 푹푹 찔러 본다. 딱딱한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2분 정도 더 쪄야 한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푹 쪄야 감자를 으깰 때의 노력을 덜 수 있다. 넓은 볼에 감자를 담은 다음 널찍하고 판판한 매셔로 열 번에서 스무 번 남짓 고루 으깬다. 전분가루를 크게 두 스푼 넣고 날계란 노른자도 그릇 안으로 떨어뜨린다. 고운 소금도 작은술로 한 숟갈 뿌린다.     




  머그컵에 미온수를 담는다. 오른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왼손으로는 머그컵 손잡이를 잡는다. 컵을 기울여 물을 쪼르르 조금만 넣고서는 바로 오른손을 그릇 안에서 조물거리기 시작한다. 반죽이 너무 되직하다 싶을 때마다 물을 아주 조금씩만 추가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원재료의 형태를 잃은 뽀얀 반죽이 찐빵만 한 크기로 한 손 가득 잡힌다. 



  이제 왼손에도 비닐장갑을 낀다. 반죽을 한번 꼬집듯 조금 훔쳐낸 후 아기처럼 잼잼, 네다섯 번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한다. 물방울 모양의 반죽을 양손의 엄지와 중지만을 이용해서 가볍게 잡고서 빠르게 굴리며 튀어나온 모서리들을 없애 준다. 그렇게 얼추 깔끔한 원형이 되었다면 왼손바닥 위에 살며시 올리고 오른손바닥으로 살그머니 눌러 윗면과 아랫면을 판판하게 만든다. 손가락을 굴릴 때마다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도마 위에 하나둘씩 자리하는 뚱글한 뇨끼들을 보고 있으면 입꼬리가 보시시 올라간다.



  웍이나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른 다음 썰어 둔 치킨과 느타리버섯을 볶는다. 버섯의 물기가 날아가면 미리 섞어 놓은 생크림과 우유를 붓고 불 세기를 높인다. 맞은편 화구에는 프라이팬을 올린다. 팬에 버터를 넉넉히 녹이고 나서 감자 뇨끼의 앞뒷면을 노릇하게 굽는다. 고개를 아래로 기울이면 한창 구워지는 중인 뇨끼 아랫면을 엿볼 수가 있다. 뜨거운 버터가 자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감자 반죽 밑면을 튀기듯 굽고 있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 나긋한 버터 내음이 가슴을 채우는데, 마치 소리가 향기를 풍기는 듯한 착각이 들게끔 한다.



  벌써 걸쭉해진 크림소스에 치킨스톡과 후추로 간을 하고 서둘러 불을 끈다. 파스타 접시에 크림 소스를 넉넉하게 담고 감자 뇨끼도 담뿍 올린다. 파르메산 치즈와 얇게 썬 쪽파를 사르르 뿌린다. 소복하게 쌓인 눈덩이 위로 떨어지는 눈가루 같다.  



   

  포크를 들어 뇨끼 하나를 폭 찌른다. 아랫면에만 크림소스가 묻어 있다. 어린아이도 한입에 쏙 넣을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이지만 괜히 앞니로 한번 베어 본다. 물기 없이 바삭한 겉면의 안쪽에서 감자의 쫀쫀한 성질이 느껴진다. 남은 반쪽은 딥핑 소스를 찍듯 크림을 넉넉히 묻혀 맛본다. 이번에는 숟가락으로 크림소스와 치킨, 버섯, 뇨끼를 한술 크게 뜬다. 두 팔을 널찍하게 벌린 크림소스는 점성으로도 맛으로도, 각기 다른 재료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한데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양쪽 어금니를 부드럽게 다물어 보면 조금 전 프라이팬을 엿볼 때 나던, 버터 향을 입힌 소리가 입안에서도 들리는 듯하다.     



  “진짜 배불러.”



  집에서 뇨끼를 해 먹으니 얼마나 좋아, 밖에서 먹으면 정 없이 콩알만큼 주는데 말이야. 볼록해진 윗배를 만족스럽게 만지며 생각한다. 정말 그렇지 않냐며 남편에게도 동의를 구하려는데, 이 사람이 글쎄 먼저 선수를 쳤다.



  “근데 사 먹는 건 사 먹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에 잔뜩 당황해서 곧장 다그치듯 물었다. 왜? 맛없어?



  “아니, 엄청 맛있는데 손도 너무 많이 가는 것 같고. 그리고……”



  남편의 눈길이 닿은 곳은 주방이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며 주방 풍경을 훑으니 절로 겸연쩍은 웃음이 지어진다. 넉넉한 뇨끼만큼이나 주방도 넉넉하게 어지럽다. 화구에 놓인 큰 냄비와 프라이팬, 도마 한쪽에 모인 쓰고남은 식재료들, 전분 가루 범벅이 된 스테인리스 볼. 머쓱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근데 그냥 재미있어서.”



  이어진 남편의 대답은, 각기 다른 생각을 널찍이 두 팔로 한데 모아 주었다는 점에서 꼭 오늘의 크림소스 같았다.



  “그래. 그럼 됐지 뭐.”          








  한국어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자주 하는 질문 중 첫 번째가 “어제 뭐 했어요?”라면 두 번째로 자주 하는 말로는 “왜 한국어를 공부해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 초급 문형들 중에는 ‘이유’와 관련된 표현들이 많은 편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전공 서적에서 배운 대로 학습자의 진짜 생활이나 생각과 연결지어 수업을 이끌어 나가는데, 그중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어 가장 만만한 주제가 바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서아 씨, 왜 한국어를 공부해요?”


  “저는 한국 대학교에 가고 싶어서 한국어를 공부해요.”


  “묘엔 씨는 왜 한국어를 공부해요?”


  “나중에 한국에서 사장님이 되고 싶어서 공부해요.”


  “그럼 이한 씨는요?”


  “저는 아이돌 팬미팅에 다녀서 한국어를 공부해요.”



  내가 만나는 학생들은 이렇게 보통 실용적인 이유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유학생들의 나이가 대체로 어리기에 대학교 진학이나 한국 회사 취업 등 현실적인 목표에 대한 수단으로써 언어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어학당에서의 학습 기간이 길어질수록 목표 달성 시점도 멀어지게 되므로 유급에 대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가끔 몇몇 학생들에게는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말투로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공부에는 영 뜻이 없어 일 년 내내 1급에만 주구장창 머물러 있는 학생들에게 말이다. ‘넌 대체 왜 한국어를 공부하는 거니?’ 우리 반 상 씨도 그런 친구였다. 공부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학교도 꼬박꼬박 잘 나오는데, 예습 복습은커녕 시험 준비도 하지 않아서 매 학기 유급하고야 마는 그런 학생. ‘A/V(형용사‧동사)아/어/여서’를 가르치는 날에, 그간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진정한 궁금증을 가득 담아 물었다.



  “상 씨! 상 씨는 왜 한국어를 공부해요?”



  상 씨는 여유롭게 한번 씩 웃더니 검지손가락을 세웠다. 한국어 어절 하나하나를 말할 때마다 검지손가락을 함께 까닥거리는 버릇이 있는 학생이었다. 좋아하는 힙합 랩을 하듯 리듬을 섞어 가며 대답했다.



  “저어는, 한국어가 재미있어서어, 공부해애요!”



  답을 마치고는 ‘이럴 줄은 몰랐지?’ 하는 표정으로 능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아휴 정말. 그런데 대체 왜 시험공부를 안 하는 거냐고 잔소리를 하고 싶기도 했지만……. 재미있어서 한다는데 그래, 그럼 됐지 뭐. 나는 별말 없이 그냥 엄지손가락만 척 들어 보였다. 다음 학생에게 질문하려는데 갑자기 되물어오는 상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선생니임은, 왜 한국어르을, 가르쳐요?”


  “네?”



  한국어 교사 칠 년 차. 그간 학생들로부터 수많은 질문을 받아오고 막힘없이 대답해왔지만 저런 질문을 받은 건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나는 그저 눈만 끔벅거렸다.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실실 웃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동안 교실 사방의 흰 벽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에 또 생각을 거듭했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봐도 역시 답은 하나였다.



  “저요? 저도…… 재미있어서요. 재미있어서 한국어를 가르쳐요.”



  우와, 하는 작은 환호성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나는 상 씨에게 눈을 맞추었다. 우리 반 능글맞은 그 친구는 고개를 슬며시 옆으로 기울여 날 가만히 보더니, 이번에는 검지 대신 엄지를 슥 치켜올렸다. 별다른 첨언은 없었지만 그 친구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으래, 그러엄 됐지이, 뭐어.          








  나는 우리 집 요리 당번이자 설거지 당번이다. 보통은 부부 중 한 명이 음식 준비를 맡으면 다른 한 명은 설거지를 도맡는다고 하지만, 그냥 모두 내가 맡는 편이 좋다. 남편에게는 설거지가 재미있어서 하는 거라고 이야기해 두었지만 사실 그건 거짓말이다. 



  그럼 왜 설거지를 해요? 대답은 간단하다. 음식 만드는 게 재미있다는 이유로 스스로 벌인 일이니 재미의 책임 역시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재미있어서”라는 말은 아주 가볍게 툭 던질 수 있는 말이면서 아주 무시무시한 말이기도 하다. 싱크대 주변에 무시무시하게 흩어져 있는 전분 가루들을 치우며 하는 생각이다.



  그래도, 그럼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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