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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Jan 27. 2016

오타와 사는 남자 - 여섯 번째 이야기

웰랜드에서의 4개월(4/4)

캐나다에 도착 후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고 앞날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한국에서 꿈꾸어 왔던 여유롭고 자연을 만끽하는 삶을 뒤로한 채 어느덧 Jay와 Anna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막상 부딪혀 보니 부족한 영어 실력에 기약 없는 요리학교 입학, 기대와 다른 요리학교의 모습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갯속처럼 답답했다.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계획 때문일까? 분명 큰 결정과 함께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앞에 놓인 갈림길과 거침없이 줄어드는 잔고는 걱정에 걱정을 낳고 있었다. 이미 돌아가기엔 늦었다는 걸 서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무렵 인터넷 검색으로 오타와에 위치한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 파리에만 있는 게 아니었나? 는 의문도 들었지만 검색해보니 아마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분교가 있는 것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유학 생활이었다.

학교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하고 알아본 결과 Jay의 마음에 꼭 들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Anna의 도움을 받아 오타와에 있는 학교에 연락해서 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안내받고, 정확히 이틀 후 영어 성적을 제외한 서류를 이메일로 제출해서 조건부 입학 허가서를 받았다.
이후 Jay는 학교 입학에 요구되는 영어능력을 위해 Jay는 밤, 낮으로 IELTS에 매달려 결국 기한 내에 원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학교 문제가 해결된 시점에 맞물려 문득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를 생각했는데 한국에 돌아가기보다는 가능하다면 캐나다에서 직장을 얻는 게 유리할 것 같았다.

결국 Student permit을 갖고 있는 Jay는 졸업 후 일을 하기 위해서 Working permit이 필요했는데 Le Cordon Bleu는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취업비자를 받는다는 확신이 없었고, 영주권을 갖고 있다면 여러모로 유리할 것 같아서 토론토에 위치한 캐나다 이민 컨설팅 업체와 전화 상담을 하게 되었고 Jay의 직장 경력으로 이민이 가능할 것 같으니 당장 계약하자는 얘기를 들었다.
갑자기 모든 일들이 잘 풀리는 게 캐나다가 정말 아름다워 보였었다. 그 순간만큼은..                 

해야 할 일은 바로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므로 역시나 바로 다음 날 Jay와 Anna는 토론토로 향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몸을 싣고 영주권자가 되는 꿈을 꾸며 토론토로 향하고 있었다.

Jay는 앞서 군에서 근무했는데 Federal Skilled Workers 프로그램에 신청할 수 있는 Restaurant and food service manager 직업군과 업무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이민이 가능하다고 했다.
당시에 해당 프로그램으로 이민 신청을 하려면 정해진 점수를 통과해야 했는데 Jay의 경우 경력, 나이 및 학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으나 영어점수가 부족했고 IELTS 시험에서 고득점이 요구되었다.
당시엔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라면 "영어점수쯤이야" 하고 우습게 생각했는데 나중엔 원하는 영어점수가 나오지 않아 꽤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실 이민을 위한 자격 요건에 부족했지만 달콤한 말에 속아 계약서에 쉽게 서명한 게 실수였다. 뭐, 덕분에 영어공부는 원 없이 했지만...

너무나 만족스러운 수정된 계획이 세워지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을 즈음 Jay와 Anna는 Niagara College에서 친구들도 만나며 오타와로 떠날 그날을 그리며 어느덧 웰랜드 생활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찾은 나이아가라 폭포의 야경

여담으로 Jay의 classmates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중국인 또는 일본인이 대부분이었는데, 그중 가장 친하게 된 Darren 이란 친구는 항상 건들건들한 모습으로 Jay의 이름을 부르는데 겉으로는 내색 없이 대했지만 속으로는 "이 어린놈이"하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나이 차이도 10살이나 나는데다 대위로 전역한 Jay는 반말을 듣는 게 영 어색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적응이 되어 Jay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이름을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친구는 홈스테이로 만난 콜롬비아 출신의 Mariana인데 15살 이란 어린 나이에 혼자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물론 부유한 부모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사립학교에 다니며 4개 국어를 하고 1년 후에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당찬 모습에 심히 부럽기도 했었고 한편으로는 "우리는 중학교 2학년 때 뭘 했나" 하는 생각에 괴리감이 들기도 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2011년 12월 19일 간단한 작별 인사 후 Jay와 Anna는 아침 일찍 오타와로 향했다.

헤어짐을 아는듯한 정들었던 냥이와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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