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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Jun 08. 2016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자폐 성장일기 2.  온전한 아이

첫 번째 이야기

손가락, 발가락 10개 맞나요? 



1990년 5월 2일 아침 6시경


음력으로 석가탄신일에 사내아이 태어났다. 꼬박 만 하루를 힘들게 하더니 세상에 얼굴을 내민 아이, 그 아이가 호박이다. 아이를 가지면서 정기적인 검진과 모든 필요한 것들을 서울서 준비했다. 준비한 곳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시어머니는 낯설은 곳(서울)에서 아이 낳을 수 없다고 하셨다.


출산예정일보다 두 주나 앞서 고향으로 내려갔다. 26년 동안 자라고 생활해 온 곳이지만 예비엄마가 되어 찾아 온  고향은  낯설다. 예비동서 친정아버지의 친구 분이 진료하시는 산부인과를 소개 받았다.


"진통이 시작 될 즈음에 오면  됩니다."   


진통을 기다리는 하루하루는 지겹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많아서 부른 배를 움켜쥐고 나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맘 편히 친정집에서 쉬었다가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나로서는 하루 종일 집안에서 뒹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였다.


드디어  늦은 밤부터 진통의 신호가 왔다. 원래 첫아이는 늦는 법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는지라 조금은 겁이 났지만  오지 않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목욕가방을 챙겨 샤워라도 하여고  목욕탕에 갔다.  몸조리 한다고 누워있으면 한달 정도는 씻지 못 할거라는 걸 알았기에 ... 한시간쯤 대충 샤워를 하고 집으로 와서는 가방을 챙기고 어머니께 ...


"어제 밤부터 배가 좀 아푸다고.."


초파일 이브. 


아침을 직접하고 꾸역거리며 열심히 밥을 챙겨 먹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들어왔더니 어머니는 약속이 잡혀 있으시단다. 동서될 집안이랑 예단 준비하러 가신단다. 


'아직까지 두 달이나 남았는데...........'


시동생의 결혼준비로 사돈될 집안과 예단 준비를 하러 나가셔야 된다고 하신다.

아기 낳을려고 내려와 있는 큰며느리는 잠시 잊으셨는지 , 어제 밤부터 배가 조금씩 아파오면서 난 불안하고 겁이 나는데 서둘러 다녀오신다면서 아프면 택시 잡아서 병원에 가 있으라는 말씀만 남기시고 나가셨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도 없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려고 친정엄마께 전화를 하니 받지 않으신다 . 내일이 초파일이라 절에 가셨나 보다고 생각했지만 엄마 목소리가 그 순간엔 더 간절했기에 큰집으로 전화를 했다. 큰어머니는 아기 낳을려고 내려 와 있는 저를 반겨 주시면서 엄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다녀 가시려고 했는데...............  아직 절에 있으니 아마 집에 들를 거라고 하시면서 별탈이 없는지 물어 보신다 .갑자기 복받치는 설움에 배는 아픈데 집에 아무도 없다고 말해 버렸다. 


"첫 애는 원래 좀 늦게 나온다고 걱정하지 말고 맘 편히 묵고 있으랴"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 예비동서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식사는 하셨는지? 아픈건 어떤지 물어본다. 시어머님이 해보라고 해서 하는 거라면서 곧 들어 가실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미 내 마음은 섭섭하고 서운함을 넘쳐 괜시리 내려왔나 싶을 정도로 후회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말을 들어도 귓가만 맴돌뿐 맘에 와 닿지 않는다. 


오후 6시경. 

어머님과 다시 병원으로 가방을 챙겨 갔다 의사의 내진이 있고 10분마다 진통이 시작되면 오라는 말과 첫아이는 늦으니 하늘이 노랗게 뵈지 않을 정도에 다시 오라는 말이 진료의 결과다. 밤


9시가 넘어서.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아기를 낳을려고 입원한 환자는  없었다. 바닥에 전기 장판 한 장이 깔리고 내가 생각했던 입원실과는 너무나 달라 배가 아픈건 뒷전이고 분위기가 너무 불안하다. 바로 옆에 종합병원이 있는데 왜 여기에 와서 낳아야 하는지 인제와서 돌이킬수도 없는 일, 왜 이렇게  불안, 초조 아무튼 낮에 있었던 섭섭함은 사라지고 너무 아프고 힘들다. 어른들 말씀에 출산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하늘이 노랗고 별이 눈에 보여야만 한다고 했지만.. 진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심해지는데........... 아이는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고 간호사나 의사도 자주 들어오지 않는다 .


새벽 두시...가 넘어가고 세시.. .


너무 지쳐서 소리도 나오지도 않고 수술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맘으로 의사를 불러 달라고 어머니께 졸랐다 .

의사가 와서는 내진을 하더니 아직까지 완전히 열린 상태도 아니고 아기의 머리가 바닥을 보고 나와야 하는데 애는 머리가 천정을 보면서 조금 꺾여 있는 상태란다. 


아기 스스로 머리를 돌려서 나올려면 조금 힘들겠다고 무조건 참으라고만 하고 내려가 버린다. 얼마나 심한 진통이 찾아왔는지 ...기진해서 정신도 못 차릴 정도였으며 지쳐서 잠시 진통이 멎을땐 잠이 쏟아진다. 하긴 속을 다 비워내고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한 상태에서 소리를 질렀으니 지치기도 했다.  아이보다 내가 먼저 지쳐 버린 상태였으니 잠이라도 푹 자고 싶다는 생각과  얼른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수술을 해 달라고 의사의 가운을 잡아 당겼다.


“수술해 주이소. 더 못참겠어예 여기서 안되면 옆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보내주이소 네에?” 


“이 정도도 못 참으면서 엄마될라 햇어요?” 아기도 지 길을 찾을 줄 알아야 세상을 잘 사는기라 “ 


아이가 태어날 때는  바닥에 얼굴을 내밀고 태어나야 하는 데 호박이는 하늘은 보고 있으며 고개가 비틀어져 있다고 했다 .아마도 바닥을 볼려고 머리를 돌리고 있는 상황이였나 보다 큰 병원같은 경우에는 의사가 애기의 머리를 돌려 주는 조치를 취해 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세상에 나올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가 .힘이 얼마나 들었을까 싶다. 


“야야 ! 자면 안된다 힘내 봐라” 


“어이구 어머니 수술 좀해 달라고 해봐여 이 병원 괜히 왔는갑다 큰 병원으로 옮겨요“ 


너무 지쳐 소리를 낼 힘도 없다 .어느새 다른 산모가 하나가 급하게 들어와서는 먼저 아이를 순산 했다고 한다. 둘째 아이라 들오자마자 힘 한번 주더니 쑤욱 잘 낳았다고 어머니는 내 배를 어루만지며 빨리 나오라는 말씀만 되풀이 하신다 .


5시 30분


나는 분만실로 옮겨졌다.  산모가 너무 고통스럽고 만 하루가 지나가니 촉진제를 맞고 한번 해 보자는 의사만 믿고  허리도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몸짓으로,  빠질 듯한 느낌을 떨치지 못하면서 분만실로 걸어 들어 갔다, 다른 병원에서도 이렇게 산모가 스스로 걸어 들어가야만 하는 줄 만 알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건줄 알았다. 


6시경


기진맥진한 상태서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리고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의사는 순간적으로 아이를 떨어뜨렸는지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 듯하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사내아이라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힘을 준 걸까? 항문 가까이까지 다 찢어졌고 허리도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에서 또 걸어서 병실까지 온 기억밖엔 없다 .어머니는 분주하게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친정엄마에게로 전화를 하셨다 간호사가 아이를 안고 병실로 들어 왔을 때 , 너무 힘들게 한  아이가 보기 싫었다. 


“어머니 ! 손가락 발가락은 10개가 맞나요?” 


나의 첫마디는 눈은 말똥한지 , 코는 내려 앉아 있지나 않은지 입은 반듯한지, 귀는 두 갠지 손가락 발가락 개수는 맞는지 한마디로 말하자면 온전한 아이인지가 궁금했다. 엄마인 내가 직접 살펴 보면 되는 일들을 눈을 감은채 물어 본 거다.  

어머니는 첫 손주가 못내 흐뭇하신지 손이며 발이며 심지어는 태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된 아이를 이리저리 살펴 보시고는 며느리가 아들손주를 낳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신 모양이다. 의사 사모님께서 손수 미역국까지 끓여서 내려와 주셨다...





딸의 출산 소식은 듣고 달려 온  친정엄마. 엄마 얼굴을  보는 순간 참았던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주르르 타고 내려 온다.


“엄마~” 


"엄마 딸이 엄마 되었습니다."


서럽게 울었다.





2016.06.08. 권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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