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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Sep 07. 2016

너 왜 그러고 있니?

-낑겼으면 불러야지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 아이,

다른 아이들과 달리

조용조용한 아이,

먹고 자는 아이,

불러도 반응이 없는 아이였다.


나를 성가시게 하지 않으니 좋았다.

그러나



어느 날

주방에서 이것저것 꺼내고

맞추고 줄 세우기를 하면서

놀다가 싱크대에

팔이 끼었는데도 울지도,

엄마를 부르지도 않고

오랜 시간을 서 있는 아이를 보았다.

서서 오줌을 지리면서도 그냥 그 상태로

너무나 평온하게 있는 것을 보고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왜 그러고 있니? 낑겼으면 엄마라고 불러야지.


악을 쓰면서 아이에게 퍼부었다.

   

“ 분명 귀에 이상이 있을 거야”  

아이를 들쳐 업고 이비인후과에 데리고 갔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음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 아무 이상 없음"  


그런데 왜?   

 

보통의 아이는 어려움을 당하면 울고,

상처를 입으면 울고,

배가 고프면 울고,

엄마가 안보이면 찾아야 하고 

불러야 하고

칭얼거린다. 그리고

엄마 품에 안겨야 한다.    


이 아이는

어려움을 당해도 울지도 않고

상처가 나도 울지도 않고, 

배가 고파도 울지 않는다.

엄마를 찾지도 않고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리고


가슴에 꼭 안아 주려고 하면

눈을 피하고

반사적으로 뒤집어졌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생각이 떠오르다가 설마,

아니야,


성장 과정에 있는 일일거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면서

남편의 이동으로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사 왔을 때에는

젊은 엄마가

단독 주택을 통째로 빌려 산다는 게  

단칸방에서 사는

또래 엄마들에게는

큰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웃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집을 놀이방처럼 드나들었고

또래를 키우는 아줌마들끼리

아이들 이야기로 한나절을 보내는 

일상을 즐기면서 자유롭게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애들이 오지 않는다. 

초인종을 누르고

대문을 부여잡고 울고 있어도

아줌마들이 아이들 때리면서까지

매몰차게 데리고

집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00가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


우리 아이가 ...

내 아이가 ...

이상하단다.








1990년생 아이의 성장일기 중에서

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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