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운영하는 센터에서
치렁치렁 늘어진 스킨이 탐나서 한가지 꺾어왔다.
꺾은 스킨을 하루 종일 가방에 넣고 다녔더니
가방 밖으로 나온 스킨의 몰골이
나 죽어가요~ 소리치는것 같았다.
잘 자라고 있는 눔을 괜시리 손을 탓나
죄책감을 살짝 느끼면서
찬물로 샤워시키고 유리병에 곱게,
아주 정성을 다해 꽂아 주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잎은 더 초록 초롱이고 영양분도 없을 듯한
물 속에서 한가닥 두가락
새롭게 뻗어나는 하얀 뿌리들이
새삼 신기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생전 처음 키워보는 것처럼.
길게 늘어진 이파리와 줄기는 뿌리를
중심으로 세 등분으로 잘랐다.
서로 어울려 보기에도 좋을 듯 유리병에 꽂으니
작은 화분이 된 듯하다.
그야말로 수경재배, ㅋㅋ
미지근한 수돗물에 얼음을 세조각 띄워
덥지 않게 온도도 맞춰 주면서
하루 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중이다.
할아버지 흰수염처럼
하얗게 자라나는 뿌리가
이제는 제법 콩나물처럼 튼실해 지고 있다.
이 작은 식물도 환경에 적응하면서
자리를 굳건히 만들고 있구나 싶다.
뿌리가 한뼘 자라나면
흙을 담은 화분에 심어주어야겠다.
뿌리가 튼실해지고
가지가 또 가지를 치고
잎들이 무성해 지는 날이
언제 쯤이 될련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화분 가득 푸름을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아침마다 물을 갈아주면서
조금씩 자라나는 너를 만난다.
아침마다 초록을 만나고
물을 갈아주고 말을 걸어본다.
오늘도 잘 먹고 잘 자라고 잘 견디기를
무더위와 좁은 공간, 그리고
뜨거운 햇살이 품에 안기더라고
화분 가득한 날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