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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Sep 18. 2016

두 어머니 이야기

- 2016 추석, 그리고 추억

명절, 추석과 설날..

어릴적 마냥 좋아라 했던 날이 아니다.



6살인가 7살이였던가..

엄마는 추석을 앞두고 수술에 들어 가셨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그 날도

하나뿐인 딸의 추석빔으로 장만해 둔

바지의 밑단을 올려 주시느라

아픈 배를 움켜 쥐고 바느질을 하셨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 50여 년전의 수술은 엄청 난 일임을 그땐 몰랐었지..

아마도 엄마는 마지막이라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2016년 추석을 맞이했다.

명절, 사실 두렵다. 



오고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두렵고 
늘어선 고속도로에서

몇시간을 차속에 갇혀 있는 것도 두렵다. 


참다가 참다가

도착한 휴게소 화장실 앞에서  
동동거리며 기다리는 시간도 두렵고

 
평소보다 두 배나 걸리는 시간을

가로질러 도착하자마자 
앞치마 두르고 돌아올때까지 해야되는 일도 두렵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삐그덕거리는 내 허리의 통증도 사실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부모님이 계시는 곳, 
고향을 가야하는 이유가 있다. 

일년에 두 세번밖에 오지 않는 딸. 
아픈 배를 움켜 쥐고

새 옷 바지의 밑단을 올려  주신 어머니.

하나뿐인 그 딸을 기다리며  
행여나 들러지않고 갈까봐 


"너 오마 줄라꼬 참기름 짜놧다" 


깨질세라 신문지에 감싸고, 비닐에 꽁꽁 싼 참기름 두병과 폰으로 많은 사진을 찍어 대면서도 처음으로 엄마 사진을 찍어 봄



여든을 훌쩍 넘기시고

이제는 지팡이를 친구삼아

다니시는 엄마.

 

친정엄마가 실망하지 않도록 가야했다. 




"그래도 니가 와야 갈비양념도 하고  
밑반찬도 만들어야 차례지내고 점심상을 차리지" 


인기 1위, 창란젓갈으로 만든 무김치


맏며느리의 솜씨(?)를

빛내주시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고향으로 가야 했다.  


큰 ~집부터시작되는 차례지내기는

점심시간에 맞추어

2시 즈음에 끝이 난다.


지치고 힘든 명절을 마무리한다.



하루는 편안하게

어머니와 도란 도란 주거니 받거니

폰으로 검색하는 방법도 알려 드리고

톡으로 단체방 만드는 방법도 알려 드리고

데이터 절약하는 방법도 알려 드린다.


칠순이 훌쩍 넘기신 어머니

스마트폰으로 버스검색도 하시고

사진도 보내시고

멋쟁이 할머니시다.



"올 명절도 애 많이 썻다"


 곱게 짠 가방을 내어 주신다. 


직접  뜨신 수제 가방



"내 손가락에 힘이  있을 때 해 두는 거다.

나중에 00장가 가서 애기 낳으면 주거라"


직접 짠 애기 신발 (보행기신발)


맏손자의 미래까지 챙겨주시는 어머니



쉰을 넘은 딸, 며느리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신 두 어머니.



큰아이 특수교육(조기교육실) 받을 때

딸이 힘들어 하니

경기하는 작은아이를 돌봐 주신 친정엄마.


큰아이 특수교육(조기교육실) 받을 때

월급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교육비 부담을 해 주신 시어머니.




눈물 납니다~~


2016.090.18.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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