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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1. 2018

니가 먹어야 더 맛있는거야!

진미채 무침

누구나 좋아하는 오징어채이다.

방송을 보기 전에는 봉지에 뜯어  

긴 오징어 채는 가위로 잘라 털털 털어 

양념장에 버무리면 끝이었는데..

방송을 보니.. 그 실상을 알았다. 


깨끗하게 씻어서 반찬을 하라고 하니 

우리 친구들의 할거리가 하나 늘었다.


오징어채를 물에 푹 담가서 씻으면 안되는데 

조물조물 빨리 씻어서 체에 받쳐 물기를 탈탈 ..

제거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못해서 푹 퍼져 버리면 

어쩌나 싶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씻어라고 알려 주어야 하는지.

씻은 진미채의 물기제거는 또 어떻게..


이 과정이 가장 어려운 것 같은데.........

(물컹하게 퍼져버린 오징어채도 먹어봐야 

다음부터는 빠른 속도로 씻어 낼 것 같기도 해)


고추장 양념에 들어 갈 재료의 양을 가늠할 수 있도록 

알려 주어야 한다. 진미채 몇 그램에 고추장 몇 숟가락, 조청 얼마, 

다진 마늘, 청주 등을 섞어서 바그바글 끓여 졸여 지면 

불을 끈다. 


양념장에 진미채를 넣고 이리 뒤적 , 저리뒤적 

고추장 양념이 골고루 베이도록 조물조물 해 준다.


손에 묻는 것을 싫어 하는 친구들에게 비닐 장갑을 끼워야 하는데 ... 

낄까? 걱정이다. 손으로 조물 조물 주물러 볼까도 싶다.

그러면 또 어떤 방법으로 해 볼 수 있을까?


곱게 물든 오징어채를 한 줄기 올려 입으로 쏙~~ 맛을 본다.

오징어채를 집어 올린 손이 야무지게 입으로 직행해야 하는데 

입 가장자리로 고추장이 그림을 그릴지도 모른다.


고추장이 매운 친구들에게는 간장으로 버무리는 것도 알려 주어야 한다.

하나의 식재료가 어떤 부재료가 들어가는지에 따라 

맛도, 색도, 모양도 달라지는 오묘한 세상을 만나게 된다.


완성 된 오징어채에 통깨를 집어 솔솔 뿌리게 하고 

반찬통에 담도록 한다. 완성된 오징어채를 접시에 담을 때는 집개로 

접시의 가장자리에 양념이 발라지 않도록 조심조심 ..할 것을 .


우리 친구들에게 진미채 무침은 진미채 손질 과정(씻기)이 어려웠다. 

양념을 개량하고 양념장을 만드는 일과 보글보글 끓여서 졸이는 것중에서 

어느 정도 끓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언제 언제 다 돼? 타~.'


'가운데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나오면 다 된거야!. 그 때 불 끄는 거야'


양념장에 진미채를 넣어 버무리기는 또 어떠한가. 물에 묻을 까봐 잔뜩 겁을 

먹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가 시식할 때는 그 큰 입이 더 커져서 


앙 ~ 입에 넣어 달란다. 


'니가 건져 먹어야 더 맛있는 거야'


한 입 먹기 위해 손에 양념장이 묻어도 좋아라 한다.


'아 ~~~~~~~~ 매~~~~~~~워, 무 ~~~~~ㄹ'






슬프고 아픈 날들을 딛고 용감하게 일어나 앉았다.

그대들이 있어 아직은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아야 됨을 깨달았다. 

살면서 가장 힘들고 외롭던 날에 

또 그들이 내앞에 왔다. 그래 그대들이 있어 

자리를 툴툴 털고 앞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그들이 나에게 만들어 준 시간만큼은 

행복했었고, 행복하고, 행복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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