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채무침,
​네 손으로 먹어야 맛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오징어채이다.

방송을 보기 전에는 봉지에 뜯어

긴 오징어 채는 가위로 잘라 털털 털어

양념장에 버무리면 끝이었는데..


방송을 보니.. 그 실상을 알았다.

깨끗하게 씻어서 반찬을 하라고 하니

우리 친구들의 할거리가 하나 늘었다

오징어채를 물에 푹 담가서 씻으면 안되는데

조물조물 빨리 씻어서 체에 받쳐 물기를 탈탈 ..

제거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못해서 푹 퍼져 버리면

어쩌나 싶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씻어라고 알려 주어야 하는지.

씻은 진미채의 물기제거는 또 어떻게..

이 과정이 가장 어려운 것 같은데

(물컹하게 퍼져버린 오징어채도 먹어봐야

다음부터는 빠른 속도로 씻어 낼 것 같기도 해)


고추장 양념에 들어 갈 재료의 양을 가늠할 수 있도록

알려 주어야 한다. 진미채 몇 그램에 고추장 몇 숟가락,

조청 얼마, 다진 마늘, 청주 등을 섞어서

바글바글 끓여 졸여 지면 불을 끈다.

양념장에 진미채를 넣고 이리 뒤적 , 저리뒤적

고추장 양념이 골고루 베이도록 조물조물 해 준다.

손에 묻는 것을 싫어 하는 친구들에게 비닐 장갑을 끼워야 하는데 ...

낄까? 걱정이다. 손으로 조물 조물 주물러 볼까도 싶다.

그러면 또 어떤 방법으로 해 볼 수 있을까?


곱게 물든 오징어채를 한 줄기 올려 입으로 쏙~~ 맛을 본다.

오징어채를 집어 올린 손이 야무지게 입으로 직행해야


고추장이 매운 친구들에게는 간장으로 버무리는 것도 알려 주어야 한다.

하나의 식재료가 어떤 부재료가 들어가는지에 따라

맛도, 색도, 모양도 달라지는 오묘한 세상을 만나게 된다.

완성 된 오징어채에 통깨를 집어 솔솔 뿌리게 하고

반찬통에 담도록 한다. 완성된 오징어채를 접시에 담을 때는 집개로

접시의 가장자리에 양념이 발라지 않도록 조심조심 ..할 것을 .


우리 친구들에게 진미채 무침은 진미채 손질 과정(씻기)이 어려웠다.

양념을 개량하고 양념장을 만드는 일과 보글보글 끓여서 졸이는 것중에서

어느 정도 끓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언제 언제 다 돼? 타~.'

'가운데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나오면 다 된거야!. 그 때 불 끄는 거야'

양념장에 진미채를 넣어 버무리기는 또 어떠한가 .

물에 묻을 까봐 잔뜩 겁을 먹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가

시식할 때는 그 큰 입이 더 커져서

앙 ~ 입에 넣어 달란다.

'니가 건져 먹어야 더 맛있는 거야'

한 입 먹기 위해 손에 양념장이 묻어도 좋아라 한다.

'아 ~~~~~~~~ 매~~~~~~~워, 무 ~~~~~ㄹ'


슬프고 아픈 날들을 딛고

용감하게 일어나 앉았다. 그대들이 있어

아직은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아야 됨을

깨달았다, 살면서 가장 힘들고 외롭던 날에

또 그들이 내앞에 왔다. 그래 그대들이 있어

자리를 툴툴 털고 앞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그들이 나에게 만들어 준 시간만큼은

행복했었고, 행복하고, 행복할 것이기에

진미채 무침은 니가 먹어야 더 맛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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