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사람,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는 사람의 전화와 메일을 많이 받는다. 대개는 참 끈질지게 연락을 해댄다. 수 차례 보낸 전화와 메일의 내용은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요청한다. 나를 만나자고 제의하는 사람은 내가 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소장님이 쓰신 책을 잘 봤다, 정말 내용이 좋았다. 창의적인 생각이다.라고 말한다.
초창기 출판한 책은 방법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부족한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 발달센터장, 기관장, 자영업자, 교육사업가, 수입 주방용품 판매자, 기획자 등 처음 만나는 나에게 자신의 소개는 단지 돈을 쫓아서 사람을 만나지는 않는다는, 그 동안 남부럽지 않게 돈을 벌만큼 벌었다는, 업체가 몇 개 있다는, 외국에서 교육사업을 펼쳐 보자는, 교육용 동영상을 찍자는, 브랜당해서 의미있는 일에 전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는. 6년동안 이루어 놓은 일에 업그레이드시켜 줄 것이라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제안이었다. 그러면서 “소장님, 꼭 뵙고 싶었습니다”라고 간곡히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개척자의 외로움
- 철처히 혼자이어야 했다
2007년 요리치료를 시작 할 무렵에는 혼자라서 참 많이 외로웠다. 첫 번째 출판에서의 아픔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개척자, 새로운 분야의 길을 여는 사람으로서 낮선 길을 홀로 걸어가야 하는 쓸씀함에 외로웠다. 스스로 생각컨대 지극히 별 볼일 없는 내가 새로운 길에서 부딪혀야 하는 무서움과 불안감이었다.
내가 하는 일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겠다고 제의한다면 덥석 잡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요리치료를 알리기 위해 학교와 기관에 메일을 보내고 편지를 하루에 백 여통을 날렸다. 그 작업도 혼자했다 그 결과로 장애인 부모회와 재활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지만, 나의 오른쪽 어깨는 석회건염으로 인해 통증이 왔다.
개척자 : 새로운 분야의 길을 여는 사람
동반자의 존재감
- 마음이 함께이어야 했다
일년, 그리고 삼년, 사년, 해를 거듭할수록 요리치료의 인지도가 조금씩 올라갔다. 요리치료의 목적에 맞게 장애인이 있는 곳이라면 한번 쯤 호기심을 가지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나는 참 바빴다. 그리고 이 일이 좋았다. 바쁜 만큼 재미있었고 일에 대한 재미는 나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지방괴는 달리 서울경기권은 오고가는 시간 때문에 하루에 한 기관만 방문 할 수 있었다. 나는 현장에 설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래서 요리치료를 배우고 싶다는 이들의 교육도 병행하고 있었다.
내가 운영하는 한국요리치료연구소에서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요리를 좀 한다는 주부와 경력단절 여성이 찾아왔다. 장애인 요리치료는 장애의 특성에 따라 지도방법이 다르다.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을지라도 활동과정에서 대상자의 특성과 수준에 맞게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지도하는 방법이 얼마간의 교육으로 진행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었다. 난, 내가 하고 있는 요리치료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절실했다.
동반자 : 뜻을 같이하여 길을 함께 가는 사람,
2008년에 나에게 와서 공부 한 임진선선생님이 있다. 아파트 1층에서 교육을 했음에도 한치의 의심도 없이 와 준 교육생이다. 아동학을 공부하고 장애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하면서 요리치료에 뜻을 둔 그녀가 나와 동고동락 한지가 햇수로 11년이다. 2013년, 평택@@장애인복지관에 요리치료실이 오픈했을 때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는 그 좁고 작은방에서 땀 흘렸던 시간도 있었다. 작은 치료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서로 수퍼비전을 봐 주던 일을 일년을 했었다. 함께 한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보태는 일이라 생각한다. 함께 보태는 일.
임진선선생님, 우리 10년 후에는 무엇을 함께 하고 있을까?
내리고 싶은 무게감
- 어떤 상황도 대타[代打]는 없다.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대부분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이나 계약서를 내밀며 도장부터 찍자고 한다. ‘교육이 돈이 될까? 사람을 만날 때마다 고민해 보는 부분이다. 나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 아니 요리치료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요리치료의 비전과 전망을 언급하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고 말한다. 다른 치료분야처럼 아직 대중화가 안 된 게 문제라며, 나를 브랜딩하고 홍보하여 입지를 다지면 사업적으로 뭔가가 보인다나 어쨌다나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는다. 그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요리치료를 경험할 수있도록 체계적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의를 한다. 그래서 홀딱 넘어갔다. 홀딱 넘어가고 싶었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
나는 요리치료가 너무 좋다. 이유도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장애인이 좋아하고 나를 기다린다. 내가 좋고 장애인이 좋아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나는 누군가에게 수고의 댓가를 받고 장애인과 2004년부터 일을 시작했다. 1991년부터는 내 아이를 키우는 것부터 기억 한다면 꽤 오랜 세월을 장애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었던 셈이다. 2004년을 거슬러 그리고 2007년부터 혼자서 미개척분야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지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누군가가 함께하고자 했을 때도 판단 할 수 있는 힘도 잃어 버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길을, 이 짐을 누군가가 대신 짊어지고 해주기를 바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 이만큼 조성했으니 나머지는 누가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편하고 싶다는 마음이 현실과 엉켜버렸다. 한번 엉킨 마음은 풀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이일을 대신 해 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대타는 댓가를 치워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곧게 뻗은 대나무를 오르는 것처럼 마디마다 그만한 시련과 사연이 마디가 된다는 것도 알았다. 늦은 깨달음이 오늘에사 나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초심, 처음에는 요리가 장애인에게 너무 흥미로운 매체임을 현장에서 체험했기 때문에 마냥 좋았다. 한마디로 장애인과의 요리는 나도 신나는 일이 되었고 장애인도 신기한 일이었다. 투정을 부리거나 짜증을 내는 친구가 없을 정도로 신선한 활동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장애인은 그랬다. 나는 내가 개척한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고자 한다. 언제나 늘 그러하듯이 나의 열정에 내려앉은 무게감은 빈번히 주저앉게 한다. 내가 주저앉는 것은 다시 일어서기 위함임을 안다. 열정이 식은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그러하였다. 난 아직 모른다 너무 어리석게도.
대타 : 대신에 그 일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없다. 스치는 자리도 나의 역사가 될 것이니 너무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자.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괜찮은 사람이니까.
* 한국요리치료연구소의 철학*
신나고 신기하고 신선한 요리치료는
대상자의 특성과욕구를 파악하고
장애인의 유형과 수준을 알고
방법을 알고 방향을 찾고 방식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활동합니다.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