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대세이다. SNS, TV 프로그램에는 항상 요리가 등장한다. 요리가 등장하면 쉐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옆자리에 패널들이 맛을 보면서 행복해 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그야말로 먹방, 온통 먹을거리가 바보상자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요리에 치료, 치유, 힐링까지 업그레이드 되어서 출간 책들도 넘쳐나고 있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지만 내가 2007년에 요리치료를 시작할 즈음에는 이렇게까지 유묭세를 떨치진 않았는데 방송의 힘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방송에서는 유명인과 쉐프가 출연해서 음식을 사이에 두고 맛을 즐기고 웃음을 나누고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들의 주고 받는 대화를 잘 들어보면 음식을 통한 치유가 이루어진다. 각박한 사회와는 반대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점점 관계의 어려움과 내면의 상처는 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처음 요리를 매개로 치료를 시도하는 하게 된 이유는 남다른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폐성향을 보이는 아들로 인해 소아정신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대학병원의 소아정신과 간호사선생님은 가장 빠른 방법이 조기교육이라고 했다. 조기교육, 조기교육이 뭔지 몰랐다. 알고 보니 사설교육원은 오픈한 특수교육 전공자가 장애아동을 개별적으로 교육하는 것을 조기교육임을 알게 되었다. 1990년생이니까 1992년 그 당시는 지금처럼 치료센터, 발달센터, 발달교육원보다는 조기 교육실이라는 간판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특수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사설치료기관은 언어치료, 놀이치료,미술치료, 인지치료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길가다가 머리들어 건물을 올려다보면 눈에 띄는 치료실이 많다. 아무튼 1992년 서울대병원에서 자페성향을 보인다는 진단에도 나는 병원과 조기교육으로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으니까 너무 무지했고 무식했다.
요리치료라고 말하기 전에 요리는 나에게 일상이었다. 힘들고 바빠도 아이의 주식과 간식은 제 손으로 만들어 먹였다.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식습관이 자폐성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고 가능하면 과자와 음료수는 먹이지 말고 직접 만들어서 먹이자. 장거리 여행에는 도시락을 만들었다. 요리치료는 아이의 말문을 트이게 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특수교육 또는 조기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본 경험의 결과로 생겨났다. 내 아이에게 살아 있는 것을 경험하게 하고 체험하게 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 생활과 연결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 결과 내가 장애이동과 함께 하는 치료사가 되었을 때, 아이들과 생활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밥을 먹으면서 몸이 튼튼해진다. 식사를 준비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방법은 먹는 행위에만 치중하지 말고, 직접 준비하고, 만들고, 잘 차려내어 먹는 것까지 하면 더 좋겠어. 자기가 선택한 식재료를 손을 만지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그 느낌과 생각을 말하게 하고, 스스로 참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과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이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효과가 나타날 거야.” 실제, 아이들과 함께 요리활동을 해 보니 흥미로웠다.
내가 아이들을 대할 때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이 정겨워졌다. 사투리를 사용하지만 또박또박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아이들도 서툴지만 자기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오고 싶은 요리활동, 아이들이 먼저와서 기다리는 요리치료가 되었다. 나는 다양하고 많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직접 장애아동을 치유하는데 사용하는 치료기법 중에서 톡톡히 효과를 본 게 요리치료다. 요리치료, 요리에 특수교육과 치료분야, 게다가 상담을 접목하여 현장에서 오랜 시간동안 임상을 한 사람, 이를 생각하고 실천한 사람이 지구상에서 내가 최초이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하는 일은 요리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음식을 먹으면서 치유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장애인과 함께 요리치료를 한다고 하면 이렇게 묻는다.
“우리 장애 애들이 무얼 먹으면 낫는데? 우리 애들이 어떤 요리를 먹으면 장애가 낫냐고? 우리 애들이 무슨 요리를 잘 할 수 있겠냐고? 우리 애들이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뭐냐고?” ‘그렇게 묻는 니는 무슨 요리를 잘 만드냐고, 니가 가진 지병은 있냐고 그 병으을 고치기 위해 뭘 먹어 봤냐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질문이다.
2013년 봄, 요리치료애 대한 소문을 듣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한 어머니가 찾아왔다. 어머니는 자폐성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었다. 이 이들 때문에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 분야로 유명한 대학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보았지만 뚜렷한 변화는 없다고 끝내 어머니는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나는 가슴이 저려왔다. 내 앞에서 울고있는 어머니는 예전의 내 모습이였다. “어머니, 장애는 교육과 치료를 꾸준하게 해야하고 무엇보다도 가족이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알아요, 알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를 보면” 이름은 차은성(가명), 남자. 나이는 9살,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장에로 인해 한 해 늦춤
다음 날 어머니가 아들을 데리고 왔다. 보는 순간 아들이 상황이 꽤 심각했다. 내가 먼저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인사를 했다. 쳐다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머니가 답답한지 아이에게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라고 말을 해도 아이는 안들리는 것처럼 얼굴을 돌린 채 서 있었다. 이 아이의 시선은 불안했다. 익숙하지 않는 곳에서 낯선 사람과 만나고 있는 이 낯선 환경이 온 몸의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날카롭거나 움츠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친구와의 인사 나누기는 포기했다. 바로 치료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밀가루 놀이 해보자. 장난감보다도 그림 리기보다도 더 재밌는거야. 아침에도 먹었고, 점심에도 먹었고 저녁에도 먹을 수 있단다.” 어머니는 한 시간 후 아이를 데리러 오기로 하고 돌아갔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갔다. 식탁 위에는 미리 준비해 둔 밀가루와 백련초가루, 호박가루, 녹차가루와 포도주스 등이 있다. 아이가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아이의 시선은 불안하였고 나와 눈맞춤은 하지 않으나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서 살피고 있었다. “선생님 눈 보세요. 선생님 얼굴 보세요. 눈, 얼굴, 이게 뭘까?” 나는 밀가루를 두 손 비비면서 은성이를 쳐다보았다. 밀가루가 잔잔하게 날리다가 쌓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그 순간 은성이와 눈이 마주쳤다.
“미미 … 미,,가,,.”
“오호, 잘 알고 있네. 이제 보니 은성이가 밀가루놀이 하고 싶구나.
밀가루로 눈이 내리게 해 보자.”
“누~~~~ 눈. 눈이, 눈이 눈이 ”
은성이는 식탁 아래로 시선을 고정한 채로 ‘눈이’ 단어를 반복했다 했다. 뚜렷하지 않는 발음, 의미없는 단어, 혼잣말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내가 한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있다. “그랬구나. 오늘은 선생님이랑 은성이랑 밀가루 놀이 하자. 밀가루로 눈도 오게 하고, 밀가루 반죽으로 자동차도 만들고, 공룡도 만들고, 하자.” 짧고 간단한 언어로 상호작용을 이어갔다. 밀가루를 체에 얹어내려 보기도 하고, 밀가루에 물을 부어 반죽을 만들었다. 신기했나 보다. 은성이는 체에서 내리는 가루를 손바닥 위로 받아보기도 하고 밀가루 반죽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보는 행동을 하였다. “은성아, 밀가루로 자동차 만들자. 빨간자동차, 노란자동차, 초록자동차도 만들자. 빨간자동차는 밀가루에 빨간색가루를 넣으면 빨간색이 된다.빨간 밀가루 반죽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거지. 은성이는 어떤 색깔 자동차를 만들고 싶나? 은성이가 좋아하는 색깔이 뭐더라?”
표정이 없던 은성이가 무언가를 이야기 하려는 것처럼 입모양이 자꾸 이글어지면서 움직인다. 자폐성 장애의 특성 상 몸에 묻는 것, 만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특히 자발적으로 제 손으로 밀가루를 만지거나 질척한 느낌의 반죽을 만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오히려자폐성장애 아동에게는 밀가루의 특성으로 놀이에 대한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장애의 특성과 연령에 따라서 놀이에 대한 기존의 툴에서 다양한 변화 요소를 첨가하여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성이가 밀가루 반죽으로 자동차를 한 대 만들었다. 자동차 만들기에 집중 한 탓인지 갈증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자동차를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릇에 담겨 있는 포도 한 알을 집게 손가락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은성이는 포도를 잡은 채 유심히 살펴보더니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손가락 사이로 보라색의 포도즙이 묻어났다. 은성이가 손에 묻은 포도즙을 코로 킁킁 냄새를 맡아보더니 밀가루 반죽 위에 문질러고 꾹꾹 눌렀다. 자폐성장애는 냄새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 은성이가 멋진 보라색 자동차가 만들고 싶었구나.”
“흐흐흐”
은성이가 흰 치아를 보이며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은성이의 눈이 내 얼굴을 마주치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 시간 동안 밀가루 놀이로 보낸 시간은 은성이가 나를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 나와 함께 놀아주는 사람 그리고 해롭게 하지 않을 사람임을 인지한 것 같았다. 밀가루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이다. 그러나 집에서 놀이재료로 사용하기는 거부감이 드는 식재료이다. 수비게 구할 수 있지만 거부감이 드는 밀가루는 자폐상장애를 가진 유아동에게는 친근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 무리가 매일 한끼 정도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을 정도이므로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여 교육의 도구로서 충분하다. 더구나 밀가루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밀가루 놀이 후 청소하기가 부담스럽다. 아이들 위해서라면 이정도의 수고로움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요리치료연구소 권명숙 글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
제 2 장 노는 것이 치유이다
- 놀거리, 사랑이 꽃피는 요리치료
7. 밀가루 놀이
8. 소원이의 김밥
9. 다양한 샌드위치
10. 죽어도 안 먹어!
10. 이렇게 공부하고 싶어요
11. 교실을 헤매는 아이
12. 엄마 맘 아프게 했어요
13. 너무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