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소원이의 김밥

제 2 장 노는 것이 치유이다

- 놀거리, 사랑이 꽃피는 요리치료



8. 소원이의 김밥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



우리 사회도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외국인이 한국인과 결혼을 하여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식을 낳고 생활하는 다문화 가정이 상당히 많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 이민을 많이 간 적이 있다. 그때는 한국인이 미국인으로부터 차별을 받지 않고 동등한 국민으로 대우받기를 원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편입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다문화가정을 애정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선입견과 편견없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나에게 의뢰 온 수업이 다문화가정 자녀, 그리고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2008년, 다문화이해 교육강사 양성과정에서 받은 자료를 찾았다. 그 당시 무엇을 배웠는지 살펴 보았다. 다문화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자유롭지 못한 언어 때문에 대화단절과 문화적 차이로 가치관과 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이다. 자녀양육에 있어서는 문화적인 차이와 언어로 인하여 장애 아닌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필리핀 엄마는 고국에 보낼 돈을 벌기 위해 아빠와 결혼을 했다. 새 엄마와 아빠는 나이 차이가 20년이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자기 나라 말만 할 수 있다. 언어 불통이므로 대화단절이다. 필리핀 엄마는 한국남자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었다. 이른 아침에 출근하고 늦은 시간에 퇴근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새 엄마는 아이에게 1000원짜리 김밥으로 아침상에 올려놓고 출근을 한다.


“아이가 도통 김밥을 먹으려고 하지 않아요.” 수화기에서 필리핀 엄마의 서툰 한국말이 들려왔다. 김밥 재료 중에 싫어하는 재료가 있느냐, 먹으면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게 있느냐, 김밥을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가에 대해 물어 보았다. 필리핀 엄마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김밥 싫어하면 먹이지 마세요.’ 했다. 그러자 필리핀 엄마는 제발 아이가 김밥을 잘 먹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필리핀 엄마의 부탁은 아이가 김밥에 대한 거부반응 없이 잘 먹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었다. ‘엄마가 사다 준 김밥을 잘 먹어야 한다. 그런데 김밥을 거부한다.’ 나는 이 친구가 김밥을 싫어하는 이유는 심리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필리핀 엄마는 결혼생활과 가정생활보다는 직장생할이 우선이었다. 아침 일찍 김밥 한 줄 올려놓고 돈 벌러 나가는 모습이 상상이 간다. 새 엄마가 자녀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직접 차려주지 못한 데서 오는 애정 결핍증의 일종으로 보였다.


나를 찾아온 소원이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소원이가 보는 앞에서 미리 준비한 식재료로 김밥을 만들었다. 나는 김밥을 말고 소원이는 김밥재료를 하나씩 집어 주었다. 김밥을 만들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역시나 김밥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소원이는 “김밥 던져 주고 가는 새 엄마가 싫어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줄줄이 줄을 세워서 속을 넣고 작은 두 손으로 돌돌 말아서 먹기 좋게 썰었다.


아이의 얼굴이 빨갛게 흥분되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김밥을 함께 먹어보자고 했는데 소원이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김밥을 만들 때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던 모습은 없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 했다.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안심을 시켰다. 김밥을 호일에 포장하여 가방에 넣어 주었다. ‘엄마 오시면 드려’ 엄마가 퇴근하고 집으로 오면 함께 먹으라고 했더니 소원이의 입가에 미소가 보였다.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다음 날 필리핀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엄마의 첫마디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였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저녁에 집에 돌아가 보니, 아이가 자기가 만든 김밥이라고 자랑을 하면서 함께 먹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와 함께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김밥 상차림에 관한 팁을 알려 주었다. 김밥 가게에서 김밥을 사 오더라도 검정 비닐 째 아이에게 던져 주지 말라고 했다. 접시나 도시락에 담아서 식탁 위에 두고 출근하라고 전했다. 소원이는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 말을 듣고 엄마는 가게에서 구입한 김밥을 접시에 담아서 차려 주었다고 했다. 소원이가 차려진 식탁을 보고 김밥 하나를 집어서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다. 소원이는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다. 소원이의 김밥은 바로 사랑이었다.



* 한국요리치료연구소의 철학*

신나고 신기하고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대상자의 특성과 욕구를 파악하고

방법을 알고, 방향을 찾고, 방식을 제시하고자

연구하고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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