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성장애 아동
제 2 장 노는 것이 치유이다
- 놀거리, 사랑이 꽃피는 요리치료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만들면서 자주 만나게 되는 상황은 장애자녀를 둔 엄마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일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만들어 준 요리를 잘 먹지 않는 자녀가 많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생활에서 생긴 식습관으로 특정 음식에만 집착하고 다른 식재료가 들어간 요리는 절대 입에 대지 않으려고 한다.
장애자녀의 생활 습관은 하루 일과에서 살펴볼 수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곧바로 치료실을 방문하게 된다. 아침식사는 바쁘게 치룰 것이고 점심식사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먹는다. 그리고 바로 간식을 먹으며 치료실을 거쳐 늦은 오후 즈음에 귀가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생활이 바쁘게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또한 장애의 특성 상 식재료의 색깔과 냄새, 질감에 민감하므로 먹는 것보다 먹지 않은 음식이 더 많다. ‘죽어도 안먹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안 먹으려고 떼를 쓴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밥을 안 먹어요. 매일 콜라와 사탕을 입에 물고 살아요.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체중이 덜 나가는데 이러다가 큰 병이라도 걸리지 않을지 모르겠어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편식 아동의 엄마의 고민은 자녀가 투정없이 가족과 식탁에 둘러 앉아 골고루 잘 먹는 것이다. 또한 엄마를 대신해서 누군가가 밥을 먹여 주기를 기대한다. 하아이가 편식은 자녀의 까다로운 식성과 성향 탓으로 돌리기 전에 부모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치료실에서 개별교육을 마치고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자녀의 편식이 부모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40여분 동안 아동의 치료수업을 마치면 대부분 어머니가 아이를 맞이하게 된다. 개별교육실에서 교육이 조금은 엄격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면, 교육실 밖에서 어머니를 보자마자 엄격함이 무너지는 순간을 보게 된다. 아이의 투정과 짜증을 보게 되고 심지어는 문제행동이 나타나고 자지러지게 울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머니의 태도는 아이를 달래는 것이 우선이므로 물질적인 공세를 펼친다. 그 물질적인 공세가 과자, 초콜릿,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주는 것이다. 인스턴드 식품은 영유아기에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는데 유익하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녀의 지속적인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제공된다. 어릴 때부터 자극적인 것이 입맛이 길들여지면 과일류, 채소류, 생선류를 싫어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편식은 성장기의 아동에게 신체적, 영양적, 정신적인 불균형으로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편식없이 골고루 잘 먹기를 바래는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유아들의 올바른 식습관 교육을 위해 과일과 채소를 넣은 식빵피자를 만들기로 했다. 아이들이 채소의 질감을 느껴보면서 직접 썰어 보기로 했다.
내가 교육실에서 마주한 유아들은 머리수건과 앞치마를 앙증맞게 하고 있었다. 입실 전에 손을 씻고 들어 왔지만 위생개념에는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위생 뿐만 아니라 먹을거리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도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중에서 지웅이가 치즈를 만지작거리고 냄새맡고, 또 만져보고 냄새 맡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가위를 들고 치즈의 봉지를 달라서 접시에 치즈를 담았다. 접시에 담긴 치즈를 그대로 두고 지웅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지웅이는 봉지를 만지작거릴 때와는 달리 치즈를 보자 기겁을 하는 듯했다. 아예 고래를 돌린 쳐다 보지도 않았다.
‘시러, 안먹어’시러 시러!‘(싫어 안먹어 싫어 싫어)
어눌한 소리로 시러(싫어)를 연발하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식재료를 손바닥에 올려 놓고 보여주었다. 손바닥에 올려진 재료를 누가 나와서 접시에 옮겨 담도록 유도하였다. 예상 밖의 반응이 나타탔다. 아이들이 서로 접시에 담겠다고 움직이는 행복한 소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준비한 식재료는 한정적이고 옮기고싶은 아이들이 많으면 과일과 채소를 더 작게 나눈다거나, 두 명 또는 세 명이 조를 이루어 활동하게 한다. 한 아이는 접시를 들고, 한 아이는 손바닥의 과일을 접시에 옮기고, 다른 한 아이는 과일이 담긴 접시를 받아서 테이블 위에 다시 올리는 작업을 하게 한다. 편식아동을 위한 요리치료의 목적은 식재료와 친해지기 위한 것이므로 이 모습은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이 지시에 따라 착착 활동을 이어갔다. 시간이 흐르니 아이들이 작품이 완성이 된다. 오븐 속에 들어 있는 식빵 위에는 그토록 싫어하던 과일과 채소가 섞여 있다. 옥수수콘, 피망, 양파 등이 치즈와 더불어 옆으로 흘려 나왔다. 아이들의 눈은 오븐에 머물고, 입은 벌써 군침이 든 듯 헤벌쭉 벌어져 흐뭇한 표정이다.
편식아동과의 요리치료는 특별히 유의 할 점이 있다. 아동에게 식재료를 보여주고 이름을 알려준다. 실물을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게 한다. 과일과 채소를 가로로 잘라보고, 다시 세로로 잘라서 단면을 보여준다. 정해 놓은 규칙보다는 자유로움 속에서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하고 싶어 하는 대로 할 수 있게 한다. 준비 된 재료를 만지고 자르고 썰어 보는 과정에서 나타는 반응에 적극적인 자극을 주어야 한다.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아이들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위해서 부정적인 표현과 지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
“피자 좋아하지? 그렇지만 오늘은 네가 싫어하는 재료 다 넣어서 피자 만들 거야.”, “네가 싫어하는 가지, 오이, 호박을 다 넣어서 할 거야.”, “골라 내지 말고 먹어야 돼.”, “이렇게 썰어라”, “잘 썰어라”, “흘리지 마라” 등의 부정적인 지시와 설명은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과 거부반응을 가져 온다. 오븐에 나온 식빵피자를 본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자신이 직접 만든 피자 먹을 것인가, 안 먹을 것인가에 대해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난 안 먹는단 말에요. 죽어도 안 먹어요. 제발 먹이지 마요.”
아이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나는 먹이지 말라고 눈물을 보이는 친구를 모른척 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먹고 싶은 친구는 접시를 자기 앞으로 당겨서 포크 잡고 먹으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서 내 접시를 당겨 포크를 들고 먹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아이들이 접시를 자기 앞으로 당겼다 그리고 포크로 식빵위에 올려진 과일과 채소 조각을 찍어 입에 넣어 오물 거리면서 먹기 시작하였다.
안 먹겠다고 버티는 아이에게는 모른척 해 주었다, 맛있게 잘 먹는 친구는 한 입씩 오물거릴 때 마다 ‘버섯을 잘 먹는구나, 빨간파프리카를 먹었네’ 라고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맛있게 먹은 재료를 구체적으로 명명하면서 폭풍칭찬을 해 주었다. 아이들은 의기양양해 졌고, 소극적인 친구도 덩달아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다.
안 먹겠다고 버틴던 아이가 내 주변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그 행동에도 모른 척 했다. 친구들의 맛있게 먹는 모습과 선생님의 칭찬이 부러운 눈치였다. 천천히 피자접시를 자기 앞으로 당겼다. 그 모습을 봅 나는 또 모른척했다. 그 아이가 피자조각을입에 넣어서 삼킬 때까지 모른척 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아이의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중간에 애매한 관심(중간 개입)은 오히려 하던 행동도 멈추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이는 천천히 피자 식빵을 집어서 입에 가져다 갔다. 그리곤 오물오물 씹으면서 말했다.
“나 먹어, 머거 이거 먹어어.”
아이의 소리가 점점 커졌을 때 눈을 맞추고 태풍 칭찬을 아낌없이 해 주었다.
‘민이가 피자를 먹었다. 민이가 버섯도 먹었다. 민이가 빨강 파프리카도 먹었다’
나는 칭찬과 함께 박수를 힘껏 쳐 주었다.
편식 자녀를 둔 부모님의 공통점은 아이의 편식을 기정사실화 하여 단점있는 아이로 만든다. 이것은 아이 스스로 나는 문제있는 아이로 느끼도록 낙인을 찍게 된다. 어른은 아이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칭친과 격려를 해야 한다. 열 번의 지적보다는 한번의 칭찬이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