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이렇게 공부하고 싶어요.

제 2 장 노는 것이 치유이다
- 놀거리, 사랑이 꽃피는 요리치료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



11. 이렇게 공부하고 싶어요
- 학습부진 아동




'서울시교육청 2014년도 학습부진 실태 및 요인 검사 계획'에 따르면 학습능력이 떨어져 정서ㆍ심리 검사와 학습정보처리능력 검사가 필요한 학생이 5만명으로 10명 중 1명(9.2%)이 학습부진 학생인 셈이다. ‘서울 학생 5만 명이 ‘학습부진아’’ 사교육의 메카인 서울에서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습부진 학생의 수가 이 정도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습부진은 정해진 학교의 정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 아이들의 잠재력과 소질, 더 나아가 장래까지 수준 미달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잘 아는 처칠이나 에디슨, 알버트 아인슈타인, 피카소는 인류사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런데 이들은 어릴 때 학습부진아 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시험을 보기 위해서 억지로 외워야 했다. 이러한 강제성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최종 시험을 마친 후 나는 거의 1년 동안 과학책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억지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자신이 학습 부진아가 됐다고 한다. 이 말은 아인슈타인 살았던 독일 교육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경쟁을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교육에도 해당된다.

우리는 학습부진아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 핀란드는 협동과 자발성을 중심함으로써 학교 간 학력차를 5%미만으로 끌어내렸다. 핀란드는 학습 부진아를 ‘남과 배우는 시기와 속도, 방법이 다른 학생’으로 보며 학습 능력이 떨어진 걸로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습 부진아는 ‘지능은 높지만 각 교과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학업성취 수준에 미달되는 자’로 본다. 학습부진아가 생기는 원인은 공부에 적성이 맞지 않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한 부모나 다문화, 조손 가정 등과 같이 가정환경이 좋지 않거나, 과거에 공부를 너무 하지 않았다거나, 건강상태가 나쁘거나 하는 등의 환경적, 문화적,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고 있었다.

2011년, M 초등학교 선생님은 “권선생님의 요리치료가 아이들의 호응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 학습부진아 학급에서 요리를 통한 학습향상 프로그램을 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아이들이 다른 어떤 수업에도 흥미가 없어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머지 공부를 한다는 자체를 싫어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는군요.”고 하셨다. 방과후 학교 강사로 학습부진아동과 만났다.

아이들의 연령과 수준을 고려해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계획하였다. 이들의 학습부진은 대개는 환경과 경험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환경과 경험의 부재는 경제적인 면과도 연결되므로 풍족하게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첫 회기는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여 참석률을 높여야 한다. 또한 학습동기를 자극하여야 한다. 그래서 궁중떡볶이로 정했다.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고추장떡볶이는 흔하게 만들고 먹을 수 있지만 궁중떡볶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큼 색다른 활동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습부진아동 20여 명과 만났다. 프로그램실에 모인 집단의 특성상 아이들은 서로서로 얼굴 보기가 부끄럽다는 모습이였다. 그나마 요리하러 오라고 하였으니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온 듯 하였다. 요리강사가 와서 맛있는 거 만들어서 먹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나 둘씩 모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지각생이 맍아지면서 아이들의 얼굴에는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여학생이 16명, 남학생이 4명이다. 그래서 이활동목표는 협동과 분업 속에서 이루어지는 기초 학습개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팀을 구성했다. “오늘의 요리활동은 궁중떡볶이 만들어요. 그래서 여학생 4명에 남학생 1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활동합니다.” 나의 설명이 끝나도 아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스스로 팀을 구성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이름을 호명하여 팀을 구성해 주고 팀끼리 책상에 앉으라고 했다. 그러자 “이대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돼요.” “난 혼자하고 싶은데 어떡해요?” “선생님, 이 남학생 우리가 찜했는데 저쪽 팀에서 자꾸 데려가려고 해요.” 여기저기서 자기의견을 말하는 학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동안 교실은 요란법벗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표현을 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있던 남학생이 “난 아무도 안 끼워 줘요.”그 순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지러졌다.

“멋있는 친구, 자네가 왜 혼자 남았는가. 친구는 저기 반짝팀에 들어가야 하거덩요. 이 친구를 모셔 갈 반짝팀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소리질러 주세요.” 여기저기서 소리 지르고 책상을 두들기고 난리 법석을 피웠다. 혼자 떨어져서 자기 팀을 못 찾은 남학생은 환호 속에 반짝팀의 일원으로 소속을 찾았다.


“이 사진이 뭐지?”
“떡볶이요. 떡볶이는 떡볶인데 왜 하애요? .”
“빨간 떡볶이는요?”
“이건 궁중 떡볶이라고 하는 거에요. 친구들이 집에 가다가 분식집에서 사 먹던 빨간 떡볶이와 색깔이 다르지. 이 요리는 옛날에 궁궐에서 왕자와 공주들의 간식과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던 거에요. 정말 귀한 음식이죠? 이 요리는 매운 맛을 내는 고추장을 쓰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 보는 것처럼 전혀 붉은 색이 없어요. 그러면 이제 임금님과 왕자님 공주님들만 맛볼 수 있었던 궁중떡볶이는 어떤 맛이 나는지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먹어볼까요?”

제일 먼저 해야 되는 것은 완성 된 요리 사진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높이고 흥미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나는 팀 별로 가래떡, 소고기, 표고버섯, 호박, 당근, 양파 등의 식재료를 나누어 놓고 가지고 가도록 하였다. 식재료를 씻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식재료에 따라 다양한 썰기 방법을 시연을 한 후 모방하여 따라 썰어 보도록 하였다.

“친구들이 보고 있는 것과 같이 얇으면서도 길고 가늘게 써는 게 채썰기에요” 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재료를 만지작거리면서 흥미를 가졌다.

그 다음엔 딱딱한 가래떡과 부드러운 가래떡을 나눠주고 오감으로 표현하게 했다. 딱딱한 가래떡은요 딱딱해요, 까칠해요, 굳어요, 힘들어요, 맛없어요, 먹을 수 없어요, 부러져요. 때리면 아파요. 부드러운 가래떡은요 말랑말랑해요, 부드러워요, 손에 붙어요, 입에 붙어요, 맛있어요, 고소해요, 흐느적거려요. 찐덕찐덕해요. 길게길게 늘어져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표현은 다양했다.

“선생님 보세요.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게 자르려면 가래떡을 도마 위에 올리세요. 그리고 떡의 가운데를 잘라요. 자! 보세요 한 개가 두 개가 되고 이 두 개는 길이가 비슷하지요. 친구들도 길이가 비슷하도록 떡의 가운데를 썰어 보세요.”

가래떡을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게 잘라보는 활동에서 아이들은 나의 지시에 장 따라 주었다. 가래떡을 썰고, 채소를 썰고, 쇠고기와 표고버섯은 양념으로 밑간을 하고, 가래떡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유장에 버무렸다. 마지막으로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쇠고기와 표고버섯·당근·호박·양파·가래떡 순으로 볶다가 마지막 양념을 넣었다. 시간이 지나니 아이들이 솜씨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궁중 떡볶이가 완성이 되었다. 서로 사이좋게 주거니 받거니 덜어주고 나누어 주는 모습에서 오늘의 활동목표는 무난히 달성했다.

마지막 과제로 아이들에게 활동지를 나누어 주었다. 빨간떡볶이와 궁중 떡볶이를 비교해 보고 오감각 -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글을 쓰게 했다. 평소 같으면 공부를 시킨다고 싫다고 거부할 아이들이 순순히 잘 따랐다. 아이들은 집중해 생각하기도 하고 서로 의논하기도 하면서 하연 활동지를 채워 갔다.

오감을 활동한 요리는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내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친구들과는 무슨 말을 하였으며 내가 만든 결과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힘들어 하는 친구가 있으면 강요는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발표도 한다. 학습은 경험이다. 경험은 곧 자신감과 연결되는 것임을 알았다. 궁중떡볶이에 대해 아이들이 할 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선생님, 우리 맨날 맨날 이럴게 공부하고 싶어요.”

학습부진 아동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요리치료를 통해 집중하고 기다리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경험을 통해 사물을 비교 분석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요리치료 10회기 동안 결석률 0%, 집중력 100%, 참여도 100%를 나타내는 효과를 보였다. 그리고 요리치료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서 자기의견을 표현하고 발표도 자신있게 하는 모습으로 수업 태도도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











* 한국요리치료연구소의 철학*
신나고 신기하고 신선한 요리치료는
장애인의 특성과 수준를 파악하고
대상자에 적합한
방법을 알고, 방향을 찾고, 방식을 제시하고자
연구하고 활동합니다.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 죽어도 안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