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교실을 날아다니는 아이

ADHD

제 2 장 노는 것이 치유이다

- 놀거리, 사랑이 꽃피는 요리치료



12. 교실을 날아다니는 아이

- ADHD 아동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


“어떡해요 선생님. 의사선생님이 ADHD라면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라고 해서요. 제가 볼 때 다른 얘들보다는 조금 더 활발하고, 활발하다 보니 주의력이 떨어질 뿐이에요. 지금은 이러다가도 크면 관찮아 질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자기가 흥미있는 것은 집중력을 발휘해 성실하게 생활할 거라 봐요. 그런데 병원에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라고 하니 먹일 수도 안먹일 수 없어서 어떻게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초등학교 입학 한 아들을 둔 엄마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음악을 전공하고 지방 연주단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엄마의 재능을 물러 받은 듯, 아이는 5세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가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낙인찍혔고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혹시, 은율이가 바이올린을 좋아하나요?”

“조기교육으로 바이올린을 배우게 했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건 같지 않아요. 억지로 시켜서 그냥 하는 것 같아요.”


“제 의견은 ADHD는 특별히 관심을 갖고 치료를 해야 해요. 그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약을 먹어라 먹이지 마라는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어른이 알아되는 것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강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바이올린 뿐만아니라 다른 일도요. 가령 공부나 학원 말입니다. 은율이가 좋아하는 거 하도록 해 주세요.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일에는 집중력이 높아지고 주의력도 생기고 산만한 행동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먼저 가족의 분위기를 바꾸어 보시기 바랍니다.”


ADHD는 7세 이전에 나타난다. 지속적인 주의력 결핍, 산만, 과잉행동, 충동성을 보인다. 부모의 말과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교 과제, 집안 일 등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다. 무슨 일이든 도중에 깜빡 잊어버리거나 에너지가 넘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큰소리를 낸다.


ADHD아동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한다. 순서를 기다리지도 못하고, 수업 시간에 허황된 질문을 던진다. 남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을 해 다툼이 생기게 되거나 왕따를 당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아이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져 자존감을 떨어지는 문제점을 보인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심리학자 호노스 웹은 “ADHD로 진단 받는 아이의 대부분은 창의성, 직관력, 감수성, 높은 에너지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ADHD 아동은 그 자체로 질병이라고 보기보다는 학교 시스템과 잘 맞지 않아 생기는 불협화음의 결과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아동은 다만 학교생활에서 장애를 겪고 있을 뿐이므로 비정상아로 낙인찍고 약을 먹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의 교육 제도와 맞지 않고 고통스러워하는데 거기다가 약까지 먹이는 건 좀 생각해 봐야한다고 본다.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자녀가 어릴수록 약에 의존하지 말고 가족의 분위기와 환경을 바꾸고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지속적이고 일관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2년, 구청사업으로 진행 된 요리치료이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매우 소란스럽다. 교실 밖에서는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어머니들이 걱정의 눈빛으로 요란하게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따라 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들어와도, 보는 척 마는 척 책상 위에 올라가서 날아다니고, 교실 맨 뒤에서 공차기를 하는 둥 교실이 떠나갈 듯한 분위기이다. 첫 시간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면 수업은 실패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착석이다.


“애들아, 내 손에 든 게 뭔지 알겠니?”

한 남자아이가 뛰어다니다가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끗 쳐다보면서

“팝콘이네.” 라고 말하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래요, 팝콘이에요. 우리가 직접 팝콘을 만들어 보자. 선생님이 만드는 방법 알려 줄게요.”

팝콘을 직접 만들어 보자라는 말에 하나 둘씩 자리에 착석했다. 교실 안이 조용해졌다. 조금이라도 재미없으면 금방이라도 용수철처럼 자리를 박차고 튕겨 올라 올 것 같은 눈빛을 보니 나의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나는 한 아이와 시선을 고정하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이것은 뭘까요?”

“옥,수,수.”


“오~~ 옥수수 맞아요. 이것은 옥수수 알갱이를 말린 것이에요. 옥수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팝콘이 되는지 궁금하지요? 지금부터 옥수수로 팝콘을 만들어 봐요.”


아이들은 딱딱한 옥수수를 만져보고, 튕겨보고 깨물어 보았다. 어떤 아이들은 몇 알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주먹으로 쿵쿵 두드렸다. 평소엔 찐 옥수수만 먹어 봤다는 아이들이 말린 옥수수 알갱이를 처음 본 것이다. 아이들이 그릇에 옥수수 알맹이를 넣었다. 그러자 ‘따르르’ 알갱이들이 스텐리스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시끄러워요.”

“옥수수가 떠들어요.”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하고 감정을 발산했다. 냄비에 식용유를 넣고 옥수수 알갱이를 넣은 후 튀기기 시작했다. 유리 뚜껑 위로 20개의 눈동자들이 모여졌다. 아이들의 궁금증은 팝콘이 튀겨지는 것만큼 폭발적이 었다.


“왜, 김이 나요?”

“까맣게 타면 어떻게 해요?”


아이들의 특성 상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10여분이 지나자, 냄비에서 옥수수 알갱이가 터져서 ‘뿅뿅뿅’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모습과 소리가 신기한 듯 옹기종기 모여서 지켜보았다. 내가 아이들에게 방금 난 소리를 따라 해보라고 하자,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하듯이 합창했다.


“뿅뿅뿅-”


점점 유리 뚜껑을 밀고 팝콘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선생님 ~~ 냄비 뚜껑이 저절로 열려졌어요.”

“그래, 이제 옥수수 알갱이가 튀겨지는 거야. 그래서 부풀어 오르니까 냄비 뚜껑을 막 비집고 나오려고 하다 보니 뚜껑이 열리게 되네.”


팝콘 냄비 주위에 모여 든 아이들은 침착함과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집중력 100%, 소란스럽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딴청을 부리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옥수수 알갱이가 고소한 팝콘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직접 관찰했다. 팝콘이 완성되었다. 커다란 볼에 가득 담아 둘러 않았다. “자! 먹기 시작” 너도나도 팝콘을 한 입 가득 밀어 넣었다. 팝콘 만들기는 ADHD 아동들은 예상 밖으로 인내심과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교실 밖에서 조바심을 내며 지켜보던 어머니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상에, 아이가 조용하게 무슨 일을 끝까지 하는 걸 처음 봐요. 요리에 이렇게 흥미있어 하는 줄 몰랐네요. 요리치료를 꾸준하게 하면 아이가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이 들어요. 정말 훌륭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맞다. 산만한 행동, 주의력 부족 등은 우리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ADHD아동에게 무조건 ‘하지마라, 안된다, 위험하다’ 라고 잔소리처럼 늘어놓거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보일 수 있다. 아동이 흥미있어 하는 분야를 짧은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온 가족이 노력하고 칭찬과 격려를 해 준다면 아동이 변화를 지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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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요리치료연구소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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