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엄마 맘 아프게 했어요.

-지적장애아동

제 2 장 노는 것이 치유이다
- 놀거리, 사랑이 꽃피는 요리치료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


13. 엄마 맘 아프게 했어요
- 지적장애 아동





2004년, 나는 돈을 받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 전선에 서 있었다. 나는 장애인을 만나 교육과 치료수업을 진행한다. 대부분 중증의 장애 친구이다. 30대 중반, 장애를 가진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항상 눈물바람이었다. 버스 창가에 비치는 내 모습과 친구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일 주일 정도는 앓이를 한다. 그러고 일주일 만에 그 친구들 만나러 가기를 반복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더랬다. 현장에서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으로 각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조금이라도 발전하고 익숙해지길 바라며 혼신을 다해 준비하고 활동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허전하고 허탈했다.

작가 샤론 M. 드레이퍼의 외국 동화 나의 마음을 들어 줘는 작가의 딸이 뇌성마비이기에 이야기를 진솔하게 쓸 수 있었다. 주인공 멜로디는 뇌성마비 장애아이다. “나는 말을 하지 못한다. 걷지도 못한다.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그래서 너무 절망스럽다. 사람들은 나를 볼 때는 대개 불편한 내 몸을 먼저 본다. 그런 까닭에 내 멋진 미소와 내 깊은 보조개를 알아 차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내가 봐도 내 보조개는 참 괜찮은데….” 멜로디는 겉모습과 달리 천재다.

멜로디는 한 번 본 것은 사진 찍은 것처럼 절대 잊지 않으며, 음악을 색으로 느낄 수 있는 높은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멜로디는 말을 할 수 없으므로 부모로부터도,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지적 수준이 낮은 아이로 여겨진다. 그래서 멜로디는 갑갑한 생활을 이어간다. 어느 날 장애인을 대신에 목소리를 내는 컴퓨터를 만나게 되면서 운명이 바뀐다. 엄지 하나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멜로디는 오로지 엄지를 사용해 자신의 마음을 목소리로 낼 수 있었다. 멜로디는 컴퓨터를 통해 “엄마, 아빠 사랑해요.” 라고 한다. 말 한마디도 못하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딸이 컴퓨터로 엄마아빠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때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멜로디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스러운 말을 한 지적장애 6학년 아동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아이의 엄마는 한 부모였으며 유방암 3기 환자였다. “제발, 내 아이가 혼자 밥 먹고 살아 갈 수 있게만 해 주세요. 내가 잘못 되었을 때 이 아이를 돌 봐줄 사람이 없어요.”하고 눈물을 흘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어머니는 다행스럽게 수술이 잘 되어 아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 당시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으로 이 아동이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이제까지 엄마가 씻어주고, 먹여주고, 데려다 주는 등의 일상생활을 챙겨주었기 때문에, 직접 무언가를 하려는 시도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쉽거나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다. 이 친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고, 어머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한걸음 떨어져 지켜 보는 일이었다.

엄마와 함께 샌드위치 만들기를 하는 날이 있었다. 가장 쉽고 친근한 비구조화 활동방법으로 식빵 위에 소스나 시럽으로 자유롭게 그려보기에서 반구조화 작업으로 주제에 맞게 그려보기, 시공간적 지각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입체적으로 만들기 등의 활동을 단계적으로 구성된다. 식빵으로 하는 식재료 놀이활동은 아주 다양하게 진행된다.

식재료의 장점은 매일 보는 것이어서 친근하다. 직접 만지고, 썰거나 찢고, 입으로 가져가 먹어도 무해하다. 반드시 결과물의 요리를 만들지 않아도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식재료를 자르고 찢고 뜯어 붙이는 행위는 미술재료보다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호응도가 높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호는 식빵을 세모모양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그 전 시간에 모양에 대한 인지교육을 하였는데, 세모, 네모, 동그라미 모양을 식재료로 연결하여 활동을 하고 있다. 민호가 생활연령이 14세이므로 모양을 도형으로 한 차원 업시켜 삼각형. 사각형. 원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빵칼을 잡고 천천히 완성된 샌드위치를 잘랐다. 나는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았다. 아이가 정확하게 세모, 네모, 동그라미에 대한 모양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민호는 대각선으로 식빵을 잘랐다.

“와, 민호야 세모 모양의 샌드위치가 두 개 나왔네. 잘했어.”
민호가 잘라진 샌드위치를 보더니 더듬더듬 어눌한 말투로 엄마에게 말을 했다.

“카. 카, 샌드위치가 아. 아프겠다.
제가 어.엄...마 맘..아프게 했어요.”

민호는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가 잘라지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팠던 거 같다. 엄마가 민호를 부둥켜 안고 울었다. 그동안 아이에게 공들인 엄마의 마음이 한 순간 보상 받는 느낌이었으리라. 인지학습적인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만족감보다는 민호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이었다. 나도 울컥하여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민호를 처음 만났을 때, 민호는 언어도 행동도 어눌하고, 의욕도 없어서 어떤 활동도 불가능해 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적어도 7,8년, 길게는 10년이상을 치료교육을 받았을 것이기에 사춘기를 맞이하는 민호가 나와 호흡이 잘 맞을지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만났던 선생님과 교수방법에 대한 익숙함은 새로운 선생님과이 만남도 생할연령만큼 시간을 보내야 한다.

14세이면 14년의 시간이 역사를 새로 쓰야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리치료는 다른 치료 분야와 달랐다. 친숙한 식재료로 요리놀이 활동에서 시작하여 수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을 했더니 조금씩 나의 의도대로 서서히 변했던 것이다. 민호가 마침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을 언어로 표현했다 그것도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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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요리치료연구소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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