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요즘 나는 할 일을 찾아 헤매는 무수리 같다. 휴일, 모두가 외출하고없는 집에서 써 놓은 원고를 이면지에 뽑아서 읽고 또 읽고 첨삭을 반복하다 지루해 지면, 아니 머리가 안돌아간다 싶으면 보리차를 끓이고, 귤피차도 끓이고 , 눅눅해진 다시마를 잘라 햇볕 좋은 베란다에 내다 놓기도 했다. 다시마를 내다 놓으면서 바라본 햇살은 따갑지만 살랑하게 불어 오는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이다. 언제 더웠는지도 모르게 곧 찬바람이 불겠지 라는 생각을 한 순간, 찬바람이 불면 기침을 달고 사는 나로서는 항상 걱정이 앞선다. 지난 여름 어머니가 해 주신 도라지가루가 생각 났다.
여름내내 먹어 두면 겨울에 기관지가 튼튼해 기침이 나지 않을거라고 손수 장만해 주신 도라지가루가 그대로 냉동실에 있다는 생각을 한순간 지금 부터라도먹어야 겠다고 냉동실을 열었다. 도라지가루는 참 먹기 힘들었다. 쌉싸한 맛에 입에 떡떡 달라 붙어 물을 아무리 마셔도 입에 남아 있는 그 냄새 때문에 자연산 도라지를 구해 주신 공을 모른채 했다. 그리고 그 해 겨울은 무난히 넘어 갔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도라지가루, 먹기 좋은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가루를 물에 태워 홀짝 마시는 방법을 해 봤다. 입안에 남아 있는 나머지때문에 배가 터지도록 물을 마셔야 했다. 도라지가루에 꿀을 섞어 달콤하게 한숟가락 쏙 먹는 방법은 달콤 쌉싸한 맛 으로 물에 탄 것보다 먹기는 수월했다. 그러나 챙겨 먹을 시간이 없었다. 눈 뜨면 나갔다가 저녁 별을 보고 들어 왔으니 시간이 없어서도 챙겨 먹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휴대가 가능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일을 찾는 무수리가 맞는 듯 하다. 해 보지 않은 짓을 하려니 약간 불안하기도 했지만 도라지환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번도 안해 봤으니 실험용으로 가루 한국자에 꿀 세 숟가락을 넣고 비볐다. 가루와 꿀이 어느정도 섞었을 때 장갑을 끼고 밀가루 반죽하듯 이리 치고 저리 쳐 동그랗게 만들었다. 환이라 하면 작고 동그랗게 빚는 것을 말한다. 도라지가루의 결합체는 꿀이고 동글하게 빚는 작업은 수작업이어야 했다.
그런데 두 손으로 작은 알갱이를 빚으려고 작정을 하고 식탁에 앉았다. 한 스무개쯤 빚었을 때 훅하고 가슴 밑바닥엣 올라오는 열기때문에 앉아서 작은 알갱이를 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 다음 방법으로 반죽을 길게 빚어 과도로 잘라보았다. 그 방법도 만만찮았다. 칼로 자른후 손가락으로 다시 동글게 만져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끝까지 못하겠다 싶었다. 이 귀한것을 그냥 버리지도 못하고 어째야 하나 싶었다.
좀 더 크게 빚어야지. 빨리 완성시켜야 한다. 작은 알갱이의 환 말고 청심환 사이즈의 크기로 빚었다. 크기가 열배나 크다 보니 스르륵 다 해버렸다. 호일에 날라리 펼쳐 말리고 있는 중이다. 꿀이 들어 갔으니 딱닥하게 굳어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 알씩 호일로 감싸 꼭 챙겨 먹으리라는 다짐을 해본다. 올 겨울에는 도라지환으로 기관지가 튼튼해지고 기침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복용과 휴대에 용이하다면 남아있는 도라지가루도 이렇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도라지는 쌉싸한 맛을 내는 사포닌이라는 성분 때문에 대부분 아이들은 싫어하는 식재료이다. 하긴 나도 별로 선호하지 않으니 굳이 아이들에게 먹어 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도라지의 싸~한 맛을 제거하려면 소금물에 조물조물 주물러 씻어 주고 아예 하루 이틀 정도 물에 담가 두었다가 요리를 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흔하게 반찬으로 올라 오지 않지만 제사, 명절 때는 빠지지 않는 나물 반찬으로 등장을 한다. 비빔밥에도 고사리와 꼭 참석을 한다. 더덕 장아찌와 더불어 도라지 장아찌도 어르신들은 좋아라 하신다. 나도 더 나이가 들면 도라지 장아찌에 입맛이 살아나고,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 도라지타령을 흥얼거리는 .....
20190818 권명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