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집앞 작은 마트에 들러 마요네즈와 머스터드, 당근을 구입했다. 강의 진행을 위한 준비는 일주일 전부터 시작한다. 참여자와 기관의 요구에 맞춰 활동 계획서를 작성한다. 활동계획서에는 식재료와 조리도구를 꼼꼼히 체크하여 기록해야 한다. 그중에서 식재료 준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준비도 철처히 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참여자의 인원에 따라 준비해야 되는 방법이 달라야 했고 시간 배분을 세부적으로 구성해야 했다.
강의 전날에는 대형마트에서 주 재료인 감자와 빵. 달걀, 피클, 양파 등을 무겁게 사왔다. 참여자가 15명이라고 하니 아무리 적은 양을 한다고 해도 장바구니가 무거울 밖에 없다. 이런 일을 생략하려면 기관에서 재료를 준비해주는 것이 강사 입장에서는 아주 편하다. 그러나 기관에 따라. 또는 담당자에 따라 강사가 준비해 오기를 원하는 곳도 있다. 강사가 준비해 오기를 원하는 곳 대부분은 프로그램실 혹은 강의실만 있기 때문이다. 요리라 하면 식재료를 구입하고 다듬고 씻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기도 하지만, 강사가 구입 할 물건을 적어 주어도 담장자가 힘들어 하는 부분이기도 한다.
나는 그 전날 부터, 아니 일주일 전 부터 준비가 시작된다. 프로그램에 맞는 계획을 하고 난 뒤 수정하기를 서너번 , 많게는 일주일 내내 수정하기를 하기도 한다. 참여자의 수준을 듣고 나서 수정하게 되고. 그 날에 태풍이 온다고 하여 날씨 때문에 또 수정을 하게 되고, 참여자의 상태(질환)를 듣고 또또 수정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동안 이일을 했음에도 첫 회기에는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식재료를 씻었다. 달걀과 감자는 씻어서 큰 냄비에 따로 담아 두었고, 당근과 피클, 양파는 다지기를 했다. 요즈음은 조리도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일일히 자르고 썰기를 곱게 하지 않아도 다지기로 해결이 다 되니 칼질에서 조금은 수월해 졌다. 다진 재료는 팬에 각각 볶아서 물기를 없애기 위해 체반에 받쳤다. 감자 샐러드에 들어 갈 재료는 준비가 되었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나 감자와 달걀을 삶기로 했다.
늦게 잠들었는데 긴장한 탓인지 일찍 눈을 떳다. 아침 6시. 씻어 둔 감자와 달걀을 삶기 시작했다. 달걀 20개는 30분 정도 삶았고, 감자 20개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달걀을 삶아 내고 감자를 나누어서 삶았다. 다 익힌 감자와 달걀을 스티로폴 박스에 물기 제거를 위한 신문지를 깔고 담았다. 그리고 8시 50분에 출발을 했다.
강의를 시작하는 시간은 10시 30분부터이다. 20분 전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참여자 네분이 일찍 오셨고 담당자가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다. 설문 내용을 일일히 읽어 주었고 참여자의 대답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계획을 또 변경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눈은 참여자를 보고 있고 머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담당자와 함께 팀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사무실에 갔었고 팀장은 통화중이라 눈 인사만 나누고 프로그램실로 왔다. 50%의 참석율이다. 정확한 시간에 시작을 했다. 시간 맞춰 오신 분들을 기다리게 할 순 없었다. 첫 회기에는 라포 형성을 위해 자기소개를 하는 데 오늘은 생략했다 그 대신 출석을 부르고 체크를 했다. 이것도 담당자의 부탁이다. 출석을 부르면서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면서 기억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는데 역시 난 그게 제일 어려웠다. 예전에도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는게 몇 달이 걸렸는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름표를 만들어서 학생이 들고 있게 하고 폰으로 사진을 찍어 와서 일주일 내내 보면서 외워 갔었다. 그런데 이 기관에서는 참여자들의 보호상 그게 잘 안되었다. 아... 여성참여자 두분은 기억하겠는데 다른 분은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안되고 있다 지금도.
참여자 자기소개 시간은 건너 뛰고, 강사 소개를 간략하게 했다. 나의 이름은ㅇㅇㅇ이며, 어떤 일을 하고 있다. 오늘부터 우리는 몇 번을 만날 것이며 어떤 요리활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결석이나 지각을 하지 않으시면 선물이 있을 예정이며, 매 주 뵙고 싶으니 꼭 오시라고 전했다. 오늘 우리가 만드는 것은 감자샐러드빵이며, 일주일 전에 부산에 강의를 갔는데 부산역 빵집에 샐러드 빵이 아주 유명하더라, 그 빵은 줄을 서서 빵을 사야 하고 샐러드 빵 가격이 4500원이었다는, 호기심에 사 먹어 봤더니 설탕을 넣었는지 아주 달기만 하더라. 이 수업을 위해 미리 만들어 봤는데 우리가 만드는게 더 담백하고 고소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칼 사용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칼 사용하지 않도록 준비를 아름답게 해 왔노라고. 개인별 조리도구와 식재료를 각자 담아 보라고 했더니 역시나 조용하시던 참여자들이 욕심(?)을 드러냈다. 결석한 참여자로 인하여 준비해 간 재료가 넉넉했으니 그 모습을 관찰하는 나로서는 참여자의 특성을 알 수 있었으며 다음 회기를 어떻게 계획할 것인지도 고려하게 되었다. 주어진 60분이 다 채워 질 무렵, 우리가 만드는 감자샐러드빵도 완성이 되어 갈 즈음의 참여자들의 표정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 담당 복지사님도 참여자들을 보조하시다가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재료를 담아갔고 팀장님도 들어 오셔서 너무 재미있고 맛있겠다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 주셨다.
그렇게 감자샐러드빵이 두 셋트(4개) 만들어졌다. 처음의 서먹함과 어색함과 자신없음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서로를 챙겨주고 도움을 주는 사이가 되었고, 완성된 빵을 보면서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완성에서 마무리 할 내가 아닌지라 첫만남에서 자기 소개가 없었으니, 요리활동을 해 본 후의 소감을 들어 보기로 했다. 다행히 거부 반응이 없었다. 먼저 나부터 시작을 했다. "저는 어제 오늘, 이 자리를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어떤 만남이 될까 생각하고 설레는 기분도 있었지만 이른아침부터 감자를 삶고 달걀을 삶아 따뜻하게 가지고 오려고 애를 썻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 나야 할 회기가 많이 남아 있지만 이렇게 즐거워 하시는 아버님, 어머님들을 뵈니 좋았고, 잘 만드시는 모습 뵈니 더 행복합니다"
'아버님, 어머님들은 오늘 이 자리가 어떠셨어요? '
'요리가 이렇게 쉬운지 몰랐다. 재료도 간단하고 집에 가서 할 수도 있겠다. 모닝빵 대신 식빵에 하면 될 것 같다. 간단하게 가르쳐 주시니 이제 굶지 않겠다.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기대된다. 오늘 기분이 좋다 공원에 가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야겠다. 고소하고 맛있다. 이거 빵집에 비싸게 팔더라,' 등등 말을 안 시켰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60분동안 참아왔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사실 나는, 이 기관에서 강의 의뢰가 들어온 그날부터 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은 활동계획에 신중을 기한다는 이야기이다. 정신질환자로 관리를 받는 사람들 15명,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60분, 지적수준과 기능이 아주 낮아 할 수 있는 영역이 별로 없다는 것 등. 이러한 조건에 맞는 방법은 내가 사전에 준비해야 되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참여자가 할 수 있는 한 영역의 방향은 잡아 주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신체근육을 사용해야 되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 달걀과 감자의 껍질을 벗기면서 소근육을, 숟가락으로 으깨면서 대근육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말 힘들어 했다. 껍질을 벗기는 일도 으깨는 작업도. 또한 활동 후 소감 발표에서 너무나 적극적으로 발표를 해 주심에 다음 회기에 어떤 반응이 나타날 지 기대를 해 본다.
첫수업, 우리는 서먹했다. 그러나 60분이 지난 후에는 감자샐러드빵이 만들어졌고 입은 즐거웠고 눈은 웃었다. 비록 손놀림이 어설펐고 몸동작이 느렸지만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이었음을 알았다. 누군가가 해 보자고 말을 걸고 도움을 청할수 있도록 옆에 서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내는 듯했다. 첫 만남의 서먹함은 고소함으로 인연 맺기를 시작했다.
20190909 권명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