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정은 그들의 변화를 꿈꾼다.

긍정적 정서지원 요리심리치료 프로그램


9월 부터 시작된 정서지원 요리심리 프로그램이 어느덧 중반기에 접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그러하듯

언제나 참여자들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출강을 하게 된다. 뭐 기관이 참여자들의 성향을 대충 파악하기도

하고 담당자와의 대화에서 아..이러하겠구나 하고 짐작을 하게 된다. 내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정확히 알아야 되는 것은 참여자의 수, 활동 시간, 활동 장소, 그리고 기관이 어떤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를 진지하게 나누어야 된다. 이 곳은 보건소 산하 정신건강복지센터이다. 기관의 이름이

그러하듯 정신질환이 있는 이용자들이 담당 사회복지사 또는 임상심리사의 관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그 중에 하나로 요리심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였다.




활동인원은 15명, 활동시간은 60분이다, 프로그램실로 물을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정신질환이 있으므로 칼과 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지난번에 요리를 진행했었는데 칼 사용에서 위험한 일이 있었다고 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여쭈어 보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이 가는 장면이 예상이 되기도 하였다. 물이 없고 칼과 불을 사용할 수 없는, 그리고 인원이 많은데 시간이 너무 짧다라는 것이다.15명이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도 한시간이 더 걸리는데 말이다. 어찌하랴 이것도 기관의 열악함 때문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할 수 잇는 방법은 그럼에도 진행 하던지, 그래서 하지 않는 일이다.



인원과 시간과 참여자의 특성에 따라 계획서를 쓰고 지우고, 논문을 찾아보고 그들의 특성을 또 파악하고

그럼에도 첫 회기의 진행은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언제나 첫 회기는 서로를 간보는(?)이다, 전문 언어로 표현하자면 라포형성, 친밀감 형성하기가 주 목표이다. 내가 참여자의 특성과 수준을 파악하는 간보기를 한다면 참여자들도 이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나와도 좋은가, 무언가를 얻어 갈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인가를 탐색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준비한 첫 회기는 라포형성, 수준파악을 위한 간단한 활동으로 그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첫회기, 그들에게 주어진 주된 활동은 삶은 감자와 달걀의 껍질 벗기기이다. 이 두 식재료는 재질이 다르다.

달걀, 감자 중 어떤 식재료의 껍질벗기기를 어려워 할 것 같은가? 를 고민했었는데 역시 나의 오랜 경험은

적중했다. 그들은 달걀껍질 벗기기를 어려워 했다. 정확히 말하면 달걀껍질을 벗기기 위하여 달걀을 테이블에 콕~하고 두드려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었다. 왜?

참여자 관찰은 내가 하는 일에 우선적이며 필수이다 예민한 관찰력과 반응, 그리고 눈동자를 360도 돌려

소외되는 참여자가 없이 꼼꼼히 살펴서 관찰해야 되는 것이 내 몫이기도 한다. 왜? 힘들어 하는가?

그들은 감히, 겁이나서 테이블에, 또는 숟가락을 모로 세워 내려 치지 못했다.

무섭다, 겁난다,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두번 째로 힘든 활동은 껍질을 제거한 감자와 달걀을 으깨는 일이었다. 숟가락으로 감자를 누르고

달걀을 누르는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사실, 힘이 부족한 것인지,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

요령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할 수 있는 행동을 까맣게 잊어 버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완성 후 그들은 스스로 해냈다는 행복한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포장해서 가지고 가고 싶어 하였다. 


첫 회기에 참여자의 관찰과 상호작용은 다음회기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언어적인 상호작용은

어느정도 소통이 된다. 신체적인 활동은 많이 어렵다. 참여자들이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는 담당자의 조언은

예상밖으로 그들은 아주 훌륭하게 활동을 잘 해 주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잘 배분해야 하고

참여자들의 특성과 수준을 적극적으로 활용 할 수 있는 과정을 선택하여야 했다. 감자샐러드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껍질 벗기기와 으깨기의 소근육과 온몸 사용하기의 신체적 움직임에 집중했다면

무쌈말이는 식재료를 다듬고 분류할 수 있도록 지시따르기와 인지적 능력을 관찰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그들은 가로로 자르기, 세로로 자르기, 길게 자르세요. 가늘게 찢어주세요 등의 시연과

지시를 수행하지 못했다. 가로는 세로로, 길게는 짧게. 그리고 내가 시연을 하는데도

잘 보지 않았다. 그들이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눈맞춤이 지극히 어려웠다는 점은 아동들처럼 선생님 눈

부세요 라고 일일히 하지 않았다는 것과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해야 했다. 길고 가늘게 찢거나 채를 썰어야 하는 부분에서 그냥 자신들이 편한데로

뭉텅뭉텅 잘라 놓았기 때문이었다. (칼은 햄버거용 플라스틱 작은칼을 사용하였음)



'이거 이름이 ... 무쌈말이 처음 먹어 봐요. 물론 만드는 것도 처음이고요. 신기하고 맛있네요.'


무쌈 위에 재료를 가지런히 쌓아 올리는 활동도 어려워했다. 거의 무 위에 다섯가지 재료를 늘려 놓았다.

돌돌 말아야 하는 작은 무쌈은 재료들이 까꿍하고 도마 위로 삐죽이 나와 버렸고

접시에 올려 놓는 순간 풀어져 버려 재료를 접시에 놀려 놓는 것과 똑 같아졌다.

무쌈을 마는 방법은 두 가지로 설명하였다. 하나는 김밥 말듯이 재료를 위로 채곡히 쌓아올리고

앞쪽에서부터 꼼꼼하게 돌돌 말아 주어야 한다는 것과 두번째 방법은 식재료를 무쌈 가운데

올려두고 오른쪽 왼쪽 나비처럼 접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양 쪽을 접는 방법보다 김밥처럼돌돌 마는 것이

수월하다고 하였다. 아마도 우리가 많이 먹어보는 김밥 때문이것 같기도 하였다.

언제나 그러하듯 참여자들의 활동이 마무리 될 즈음에 나는 한빠퀴 휘 ~ 둘러 본다. 처음주터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참여자는 옆에서 함께 활동을 해 주기도 하지만, 마무리 단계에서는

보기에 아름답지 않은 부분은 바꿔주기도 하고 마무리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무쌈의 새콤함 때문인지 참여자들의 활동 소감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회기에 포장해 가기를 희망했던 참여자들이 무쌈말이는 다 먹고 퇴실했다. 이유는

집에 가져 갔더니 한 개도 못먹어 봤다는 이야기, 또는 더 먹고 싶었는데 한개만 먹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이제부터는 다 먹고 가야겠다고 ... 다행이었다. 그런 마음이 생겼다는 사실이말이다.


무쌈말이는 신체적 활동에서 지시따르기와 인지수준을 관찰했으며 좀 더 섬세한 활동으로

그들의 집중력을 알 수 있었다.물론 이것은 나의 활동목표에 따른 활동 계획이지만,

언제 그러했듯 그들은 요리를 만들고 맛있게 먹는 즐거움이 이 프로그램의 참여 목적임을 안다.


내가 진행하는 요리치료 프로그램은 이러하다. 활동목표, 활동인원, 활동회기, 활동시간 등을 고려하여

활동계획서를 구성한다. 그 다음으로 영양을 고려하여 식품 구성군에 맞춰 식재료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이어진 회기에 식재료가 겹쳐지지 않도록 계획한다. 같은 식재료 다른 결과물(요리)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2, 3회기 건너서 식재료가 겹쳐지도록 구성하는 것도 나의 몫이다.

앞서 당근, 파프리카, 오이, 피클, 양파의 채소를 사용했다면 이와 비슷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채소로 꼬치를 만드는 일이다.


꼬치에 끼울 재료는 식품 5군이 골고루 들어 가도록 준비했다. 성인 기준으로 몇 꼬치를 먹어야

배가 부를까도 생각했으며 준비한 재료로 어떤 순서로 끼워야 색감도 아름다울지도 고민하였다.

또한 꼬치에 끼웠을땐 식재료가 깨지지 않아야 하고,식재료의 질감을 고려하여 빠지지 않아야 한다.

나무꼬치는 잘 끼워질 수 있도록 찬물에 적셔 종이타월로 닦아 주어야 한다.

(나무꼬치는 물에 적셔 사용하세요 잘 끼워져요)


참여자들의 활동은 메추리알 껍질 벗기기이다. 달걀 껍질 벗길 때보다는 과격(?)해 졌다.

용감하게 테이블에 콕!하고 두들겼으며 메추리 알이 깨질 정도로 온 힘을 쏟아 부었다.

4개의 메추리알 중에서 2~3개는 망가져서 교체를 해 주어야 했지만 그래도 너무 즐거워 해

주심에 마음이 놓였다. 사실은 내도 메추리알 껍질은 대략난감이다. 그 알을 보고 있으면

속이 갑갑하고 터질것 같기 때문이다. 다소 위안이 된다면 소량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싶다.



'꼬치, ㅎㅎㅎ 꼬치를 빼 먹어 보기만 했지 이렇게 끼워보는 것은 처음 해 봅니다요.'


지시 따르기가 복습이 이루어졌다. 소시지- 메루리알, 브로콜리, 닭가슴살, 방울토마토 순으로

색감도, 재질도 고려였다. 메추리알의 밍밍함은 소시지가 만회를 할 것이도 브로콜리의 맛은

달가슴살과 잘 어울린다. 첫 입맛에 느끼는 방울토마토의 새콤 달콤한맛은 식욕을 느기게 할 것이다.

가운데 꽂은 브로콜리의 초록색은 아래 위를 이어주고 입맛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게 하였다.

그들은 꼬치에 식재료를 끼우는 단순작업(?)도 어려워 했다. 뾰족한 꼬치에 찔릴까봐, 식재료들이

망가질까봐. 그리고 다른 참여자와의 비교 등을 의식하는 듯 했다.



어느 듯 프로그램의 중반기에 접어 들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언제나 그러하듯 요리를 하러 온다는 그들의 생각은 먹고 싶은 것을 말하게 하였다. 스파게티, 쫄면,

김밥, 삼겹살 등등. 이렇게 표현을 한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좋아졌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물었다

'왜 그게 하고 싶냐고'

그들은 말했다.

'혼자서 못해 먹으니까. 비용이 많이 드니까. 할 줄 몰라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니 맛있어서'

마지막 멘트가 나를 흥분시킨다. 내가 가르쳐 주니 쉽고 간단하고 맛이 있다고.

요리치료 목표는 오로지 나와 기관의 목표이고, 참여자들은 강사의 활동목표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가정으로 돌아가 홀로 하기 쉬워야 하고 간단한 재료이어야 하고 마침내,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자가 행복하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프로그램이 대상자에게 유익하고 효과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참여자가 참석하지 않으면 그것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없다.

좋은 프로그램은 참여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여야 하고 마무리 과정에서 그들에게 나타나는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이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요구와 욕구를 서슴없이 표현하고

그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자세가 맞물러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활동이라면 나에게도, 참여자에게도,

기관의 입장에서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한다.

요리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며 요리활동은 참여자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요리치료사는 요리가 목적이 아닌 요리활동에서 지향하는

구체적인 목표로 참여자들의 잠재력을 탐색하고 매 회기마다 적용하여야 하는 전문가이다.

같은 재료 같은 결과물(요리)이지만 요리치료사가 만나는 참여자, 환경, 시간, 기관은 다르기에

나는 항상 깨어 있으려고 노력중이다.


참여자의 요구는 김밥 만들기이다. 그러나 시간과 인원을 생각한다면 어렵다. 그래서

퍽탄 주먹밥을 하려고 하다가 삼각김밥으로 변경했다. 기대가 되는 내일이다.

삼각김밥은 활동 수준 고난이도 별 다섯개에 해당된다. 삼각김밥 틀도없이 일회용 비닐에

넣어 만드는 삼각김밥은 그들의 활동 수준에 비추어 본다면 어떻게 만들어 질까 싶다.



항상 그러하다 나는, 수업 가기 전에 미리 만들어 보는 일이 나의 강의 준비이다.

내가 미리 만들어 보면서 대상자들 생각하게 되고 재료는 어떻게 준비하여 나누어 주어야 하고

각 과정마다 시간을 고려하고 활동이 어려운 과정은 쉽게 설명을 해야 하는 부분까지

생각한다. 지금까지 활동 한 요리들이 일반인에게는 쉽고 간단하고

많이도 먹어 보기도 했을 것이고 눈감고도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미리 만들어 보는 연습을 굳이(?) 한다.


2019.10.09. 권명숙글

나의 열정은 그들의 변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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