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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Aug 28. 2019

우리는 엄청 나쁜 사람들이다

우리는 엄청 나쁜 사람들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나쁜 사람으로 살아야 할까요?





또 선배의 이야기이다.

늦은 밤 시계가 1시를 달려 가고 있었다. 나는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 누웠고 폰은 내가 자리에 눕는 시간에 맞춰 심하게 흔들렸다. 한밤중에 흔들리는 폰은 대개는 영양가 없는 내용이 많다. 그럼에도 바로 옆에서 울고 있는 폰을 들여다 보았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 머리에는 열을 뿜어내는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다. 선배다.




후배 : 이 밤에 왜 또 소리를 지르고 열을 내셔요?

선배 : 안자?

후배 : 네~


짧은 문자를 주고 받다가 드뎌 전화를 하셨다. 


선배 : 선생님 ~ 나 정말 누가 들으면 나뿐 선생님 같겠지.

후배 : 뭔 말씀이신지?


사건은 이러했다. 선배와 함께 사는 지적장애 친구의 이야기이다. 이 친구에게 손바닥만한 택배가 하나 배달되었는데 포장에 적혀 있는 배달 메시지가 ‘현관 앞 몇 번째 장독대 뒤에 두고 가셔요’ 라도 적혀 있었고, 그 내용물은 손목시계였다고. 


후배 : 어머 갸가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요?

선배 : 그러게 했나봐. 난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잘 하네.

후배 : 회원가입도 해야 하고, 물건도 선택하고, 결제도 해야 하는데 참 신통하네요.

       하긴 폰을 손에 달고 있으니 우리보다 나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필요해서 시계 샀겠죠.

선배 : 얼마전에 시계 사고 싶다고 해서 숫자시계(바늘시계) 사라고 했거든, 그런데 나 없을 때

       그렇게 살지 몰랐지. 더 허탈한 건 전자 시계를 중고품으로 샀다는거야 2만원에.

후배 : 오모, 그것도 중고품 사이트에서.... 아이고 기특하네.



나는 선배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가 알던 그녀의 수준에 미안해 하며 신통방통해 하며 선배의 부화를 돋구고 있었다. 



선배 : 그게 아니라니깐. 안 잘거 같아서 문자 넣었더니 지금 나를 나뿐 사람으로 몰고 가는거 알어?

       내가 갸를 시계도 못사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 같네.

후배 : ㅎㅎ 그렇게 되었네요. 그런데 뭣때매 소리를 지르시는건지?





반복하지 않으면 잊어 버린다.

우리 친구들은 그렇다. 하나를 가르치고 다른 하나를 가르치려면 조금 전에 배운 것을 금방 까먹어 버린다. 요즈음은 휴대폰으로 시계를 보고 숫자만 읽을 줄 안다면 개인 폰으로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직장에서 항상 시계를 들고 있으면 안되니까 근무 중에는 될수 있으면 폰을 보지 말라고 한다. 대부분 직장에서는 숫자가 쓰여진 벽시계가 걸려 있다. 그래서 우리 친구들에게 시계 보는 법을 가르쳐야 될 필요성이 있다. 선배는 이 친구가 직장에서 벽시계를 볼 수 있도록 가르쳤는데 폰의 영향으로 금방 시계보는 법을 잊어 버렸다고 했다. 손목 시계를 사고 싶다고 해서 왜 숫자시계를 사야 되는지 찬찬히 설명했는데 선배가 없는 동안 덜컥 일(?)을 저질렀고 집으로 택배가 왔는데 선배가 본 것이다. 





선배 : oo아, 너에게 택배 왔더라 뭐 샀는데?

o o : 시계

선배 : 어디서? 인터넷으로 산거야 ? 숫자 시계 샀지.

o o : ......

선배 : oo야, 너가 시계 사고 싶다고 해서 내가 못사게 한것도 아니고, 살 때는 숫자 시계 사라고 했는데,

       왜 숫자 시계를 사야 되는지 이야기 했고, 선생님 없을 때 사면 선생님이 모를 줄 알았구나.

o o : 사고 나서 이야기 할려고 했어요. 

선배 : 그래, 일 다 저지러고 나서 말하겨 했다고. 선생님은 네가 니 마음대로 했다고 생각이 든다.

       너가 알아서 해라!


(그러고는 한 시간이 지났단다)


선배 : 그 한시간 사이에 중고로 다시 팔았다. 

후배 : 그럼 새 시계를  중고로 판건가? 그렇게 잘 할 수 있는 친구였어요?  

선배 : 원래 중고시계를 샀데. “시계를 팔아야 돼요 급해요 얼른 사주세요‘ 라고 했더니 팔았데.

후배 : 헉. 우린 도대체 우리 친구들에게 뭘 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 친구를 생각하면, 선생님이 없을 때 본인이 사고 싶은 것을 사야지 마음 먹었다는 것과 중고사이트에서 사고 파는 행위를 한다는 일에 너무 놀랍다. 선배를 생각하면 그 친구의 부모님이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아무도 책임있게 가르치고 돌봐 줄 이가 없음에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온 마음으로 가르친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한 허탈감과 타인이 보기에는 어무것도 결정할 수 없도록 너무 간섭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밀려와 이밤을 하얗게 보낼 것 같다고 했다. 


통화를 끝내고 하얗게 밤을 보낼 것 같은 선배의 마음과 함께 나도 많은 생각을 하였다. 우린 이 친구들에게 무엇을, 아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중인가 하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표. 이론적인 지식을 뛰어 넘는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특성을 보이는 친구를 우리가 배운 이론에  맞추어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은 일찌기 버린지 오래되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하나씩 터질때마다 우린 스스로를 자책한다. 작년 여름, 수업이 끝날 즈음 어머니들이 늦게 오셔서 친구 한명이 엄마찾아 삼만리를 했었다. 기다리면 오실거라고, 시계바늘이 5자에 가면 오실거라고, 온갖 말로 설명해도 정해 진 룰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자폐성장애의 특성을 생각하면 엄마의 부재는 큰 반란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찐감자 으깨는 힘도 없던 친구가 어디서 힘이 나오는지 급기야 주차장까지 내가 질질 끌려 갔었다. 



어머니 : 오모 선생님 늦어서 죄송해요. 그냥 두면 가다가 돌아 오는데 ......

나 : ......    



속으로 말했다.

가다가 되돌아 오는 것은 엄마가 있을 때나 그렇지 지금 엄마가 없어서 찾아 헤매는데 돌아 온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모르는, 우리도 모르는 우리 친구들의 속내, 선배도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은 게 있구나, 혼자서 인터넷 쇼핑하고 물건을 사고 택배 메시지를 남기고, 물건을 놔 둘 장소도 지정해 주고. 다시 사이트에 되팔기도 하고. 선배와 나도 못하는 일을 이 친구가 해냈다고 말이다. 


한편 선배는 이야기 해야 될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눈을 피해 몰래 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변명을 해 대는 것에 허탈해 했다. 학부모, 선생님이 있는 자리에서는 이거 먹어도 돼요? 뭐해도 돼요? 원장님 꼭 허락해 주세요 등의 말로 사사건건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였는데 어디까지가 그 친구의 본 모습인지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장애 때문에 일어 나는 모든 상황을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후배 : 선배~ 내 아들도 내 눈과 마음을 속여 가면서 일을 저질러요 그러니 우리친구도..

선배 : 그렇지. 그러니깐 우리... 우리 아이들한테는 엄청 나쁜 사람들이지~



20190828 권명숙글

언제까지 나쁜사람으로 살아야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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