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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Sep 03. 2019

하이힐에서 내려오세요

선생님 ~하이힐에서 내려오세요 



선배네 센터에는 치료사 선생님이 다섯 분 계신다. 남자 선생님도 한 분 계시고 젊은 여선생님도 계신다.

젊다고 하지만 애기 엄마이다. 회의를 마치고 선배 선터에 들렀다. 선배와 하던 일을 마무리하자 치료 수업을 받는 친구들이 활동보조 선생님 또는 보호자와 함께 입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짐을 챙겨 센터를 나오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아동을 데리러 대기실에 오셨다.


순간, 나의 눈을 의심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바지를 입은건가?’ 아주 짧은 바지를 입고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옷차림에 놀라는 마음과 다르게 또 드는 생각은 나의 고지식한 사고를 탓했다. 


‘그래 요즈음 다 저렇지 뭐’

‘아니 그래도 그렇치, 여기가 직장인데’

‘아니야’

‘그래도’

혼자서 ‘아니다, 기다’를 수십번 반복했다. 



나 : 선배~, 엄마들이 괜찮다고 해요? 선배는 괜찮고?

선배 : ......





옛날 생각이 났다.

치료사라는 이름을 달고 복지관 치료실에 출근했을 때 나대로는조급 빼 입고 갔었다. 정장자켓에 정장바지에 그리고 굽이 있는 뾰족 구두를 신고 룰루랄라 했었다. 그러나 첫 아이와의 만남에서부터 나는 망가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폐아동! 40분동안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나의 첫 수업에서 아이의 돌발행동이 나타났고 나는 대처를 잘못했었다. 


우리들은 첫 대면이 중요했다. ‘기싸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기싸움에서 아이는 문을 박차고 탈출(?)을 했고 나는 당황해서 어쩔줄 몰랐다. 아이는 냅다 달렸다. 아니 달리는 게 아니라 날았다. 한 마리 나비처럼 ~. 그 나비를 잡기위해 ‘나비야 이리 오너라’를 외치며 뛰었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대로 사방팔방 뛰어봐도 감당이 안되었고, 아이가 끝을 내 주어야 끝이 나는 일이었다. 온몸은 땀에 젖었고 자존심이 바닥에 내려 앉으려고 할 때, 



선생님, 하이힐에서 내려오세요. 



그 때 그 소리, 센터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아직도 가슴을 때린다. 나비를 잡기위해 사투를 벌린, 초보라서 대처방법이 미숙했던 그 날 이후로 난 하이힐에 올라서지 않는다.



우리의 일은
발은 땅을 딛고 서 있지만
몸은 하늘을 향해 
언제든지 떠 있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에. 





20190903권명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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