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Sep 27. 2019

비슷한 것은 많지만 현실은 열악하고 가난하다.

비숫한 것은 많지만, 현실은 .. 열악하고 가난하다.


우리가 집에서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는데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밥을 하기 위해서는 쌀을 씻어서 물을 맞추는 일까지 그리고 밥솥의 버튼을 눌러 놓고 난 후의 작업은 더 엄청나다. 국을 끓여야 하고 반찬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먹다 남은 국이나 밑반찬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 반찬(?) 한 가지 만 준비하면 된다. 뭐 그 마저도 안 해도 될 상황이라면 더 좋겠지만.

     

냉장고에서 상차리기

남아 있는, 아니 미리 준비되어 있는 반찬으로 상을 차리는 일도 시간으로 따져 본다면 2~30분 정도 소요가 될 것이다. 쟁여 둔 반찬을 통째로 식탁 위에 올려놓고 먹지 않는 한, 먹을 만큼 나누어 담는 일도 친구에게는 큰 일(?)에 속한다. 왜 덜어 내는지, 어떤 그릇에 담는지를 설명해야 하고 먹을 만큼의 양을 정해 주고 보여 주어야 한다. 냉장고를 뒤져 미리 만들어 놓은 반찬을 나누어 담아 식탁 위를 차려 내는 일, 이러한 활동의 과정도 5~60분이 소용된다.

     

특별식(?) 한 가지 만들기

기관의 담당자는 말한다. ‘간단한 것, 간단하게 만들어서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것 해주세요.’ 이른바 간단한 특별식이다. 예를 들어 식빵을 구입해 그냥 뜯어 먹거나, 잼을 발라 먹는 일, 소시지를 구입해 포장지를 제거하고 먹기 등, 구입한 식재료를 포장지만 치우고 먹지 않는 한 간단한 요리는 없다. 누군가의 손으로는 장애인이 활동하기 수월하도록 사전준비를 해야 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활동을 파악한 후 적절한 활동(할거리)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요리치료사가 단순히 요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법이 정한 기준으로 성인장애인 6명이 교사(전문 강사) 1명과 보조 선생님 한 명으로 활동이 진행되는 시간과 맥을 같이 한다면 45~ 60분이 소요된다. 이렇게 진행 될 경우 6명의 장애인 중에 2명 정도 많으면 3명은 그들의 특성과 수준에 맞는 활동으로 이끌 수 있다. 물론 특수교육과 요리치료를 잘 병행해서 적용하는 전문가라면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며칠 전에 전화를 받았다. 요리치료에 대한 호기심으로 문의를 한다고 했으나 어딘지, 누군지 밝히지 않는 분. 그는 장애인 그룹 홈 관계자라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룹 홈에는 사회복지사 1인과 성인 장애인 4인이 직장도 다니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요리치료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없으니 한 달에 한 번만, 그리고 10~12명의 장애인이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담당 복지사 또는 자원봉사자가 지원을 할 것이며 강사료는 기관이 열악하니 많이 줄 수 없으며 가능하다면 자원봉사로 해 주시면 더 좋겠다고. 식재료는 강사님이 세심하게 적어 주시면 기관에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하다.

활동 회기의 문제이다. 한 달에 한 번하는 강의는 강사들에게는 큰 호응을 받지 못한다. 한 달에 한번 때문에 다른 강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계형 강사의 입장에서 이 강의는 다 거절을 한다. (기관의 입장과 장애인 입장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요리와 조리를 전공하거나 그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한 선생님이 장애인과 요리활동을 한다면 장애인의 특성과 수준을 파악하기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그러나 식재료를 만지고 조리 도구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우리 친구들은 행복할 것이다. 강한 긍정적 보상이 이루어지는 먹는다는 즐거움때문에.

     

참여 인원의 문제이다. 특수교육과 치료분야를 공부한 전문가가 요리치료를 진행하다면 인원의 너무 많다고 할 것이다, 봉사, 즉 자원봉사자가 있다고 하더라고 한 시간 동안 그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며 봉사자가 있으므로 해서 장애인은 활동에 소극적으로 접근한다. ‘자원봉사자는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장애인은 내가 하지 않아도 다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음은 식재료 준비이다. 요리치료사도 기관에서 준비물을 준비해 주면 가볍고 부담감이 없이 출강 할 수 있다. 한 시간 동안 요리의 결과물까지 완성하려면 장애인이 입실하기 전에 준비해야 되는 과정이 있다. 장애인이 함께 식재료를 다듬고 씻고 일련의 모든 과정을 한 시간 동안 해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므로 기관의 담당자가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는 작업이 있다. 기관의 담당자도 번거로워하는 면도 있지만, 초보강사는 식재료를 준비해 주는 상황도 불편하다고 한다. 강사가 요구한 준비물이 아닐 경우에 대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상추를 요구했으나 양배추를 준비해 주었다. 양상추와 양배추 ...  참 비슷하지요.

     

가장 중요한 , 돈 문제 즉 강사료이다.

우리는 대부분 생계형 강사들이다. 그리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석사를 취득하고 박사과정을 고민하게 되는. 이것은 현장에서의 임상은 더 많은 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나의 몸값을 올리기 위함도 있다.

경력과 이력에 맞는 강사료 기준이 있는 걸로 압니다. 그 기준에 맞춰 주시면 됩니다. ’라고 말한다.

저희가 ... 기관이 너무 열악해서.... 돈이 없어서 그런데 ..   원래 ..  전에도 이렇게 진행되었는데... 대개는 봉사도 해 주시더라구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 많은 생각이 밀물처럼 들어 왔다가 썰물처럼 빠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망설여진다. 그 많은 공부를 하고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닌 선생님들, 그런데 열악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실정을,  항상 부딪히는 씁쓸한 모습 때문에 앞서서 선생님에게 현장을 배운다 생각하고 봉사하러 가보세요.’ 라는 말을 못한다. 아니, 먼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마음이 약해서

아니 선생님이 그렇게 가시면 저희들은 더 힘들어져요.’ 선생님들의 항의다. 그래, 문제는 항상 나에게 있다.

앞에서 말한 애매한 상황이 씁쓸하고 망설여지지만 어느새 마음이 그 쪽으로 가고 있다.

마음이 약해서 강의 수락을 하고 나서 후회를  한다.


그 후회스런 일에 선생님들의 볼멘소리를 듣는다

.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

그러지 말아야지 독하게

(?)

마음을 먹지만 또 일을 저지르고

....

있지만  열정은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

.

여전히 우리의 공부는

ing.


권명숙글20190927












작가의 이전글 하이힐에서 내려오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