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발달장애인 요리치료 기대결과

Sep 11. 2019

10. 발달장애인 요리치료 기대 결과

오랜 기간 발달장애인과 요리치료를 하면서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흥미와 호기심으로 더 잘 참여하고 더 잘 함께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게 되었다. 타인의 인식보다는 장애인 요리치료가 주는 즐거움과 변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의 관점에서 때로는 타인의 관점에서 발달장애인 요리치료를 통해 형성한 경험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 주제로 정리하였다.

발달장애 아동과 요리를 시작하고 함께 보낸 시간이 나와 그들을 성숙하게 만들었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손 씻는 위생관념이 생기고, 칼을 사용할 때는 조심조심 해야 된다고 표현한다. 삶고 볶을 때는 내 손을 꼭 잡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아동이 직접 만든 결과물이 앞에 놓였을 때 내가 만들었다고 가슴을 힘차게 두드리고, 손가락을 치켜 올려 ‘엄지 척’을 해 준 아동을 볼 때‘장애인도, 발달장애인도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감동을 갖게되었다.

장애아동의 성취감과 자신감은 멀리서 찾아 심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동은 현장에서 함께하는 선생님의 몸짓과 말에서 웅크린 날개 짓을 한다. 발달장애인의 요리치료 경험은 자발성, 책임감, 협동심, 질서, 규칙, 배려 등 사회성 향상과 위생과 안전에 대한 태도 형성에 도움을 준다. 발달장애인은 요리치료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생활 훈련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경험하고, 해야 할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요리활동은 발달장애인에게 요리를 하고 싶다는 호기심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교육과 치료적 관점에서의 요리치료의‘가치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발달장애인의 요리치료는 일반 요리활동과 계획에서 다르다. 요리활동의 레시피로 해야 하는 요리라면 요리선생님이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장애인에게 요리를 만들어 먹이는 수준이라면 더더욱 ‘요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안다면 그들에게 요리를 만들어 먹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발달장애인 요리치료는 일반요리 레시피와 다른 것은 요리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요리치료는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욕구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었다. 모두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요리가 발달장애인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아쉬움은 요리재활사의 갈등으로 남는 부분이다.

발달장애인이 뭘 잘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발달장애인에게 무슨 요리를 해야 하며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나에게도 누군가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발달장애인과 요리치료에 대한 방향을 알 수 없기에 어지럽고 모호하고 두려운 감정이 가득 차올라‘요리는 쉬운데 장애인은 어렵다’라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진짜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발달장애인에게 요리치료는 친숙한 환경에서 실제로 경험하고 식재료와 조리 도구를 통하여 장애의 특성과 수준에 따라 구체적이고 다양한 개입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장애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로 보기 때문에 못하게 막는 것’은 아니었나를 생각해 본다. 부모는 한번이라도 ‘자녀의 수준에 맞게 설명을 해 주었는가? 부모는 자녀가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는가? 부모는 자녀가 따라할 수 있도록 시범을 보였는가? 부모는 자녀에게 한결 같았는가?’를 묻는다.

요리활동은 다른 활동보다도 복합적이고 오감을 사용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일상생활의 경험에서 쉽게 접근 할 수 있다는 것은 실생활에서 얻을 수 있으며 활용 가능성을 염두 해 두어야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 요리치료는 식빵을 한 장 먹더라도 스스로 식빵 위에 잼을 바르거나, 치즈를 올리거나 달걀 후라이를 만들어 식빵 위에 올려서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것이다. 그들의 생활 주변의 상황에서 경험 한 사실을 자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했다. 발달장애인이 자발적이고 스스로 하게 한다는 의미를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혼자서 다 해내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

어른은 장애아동이 완전히 혼자서 다 할 수 없으면 전부다 해 주어야 하는 것으로 마음을 갖는다. 혹자는‘발달장애인이 어려서는 가족이, 학령기에는 학교서 또는 기관에서, 성인이 되면 시설이나 센터에서 다 제공해 줄 텐데 밥을 하고 요리를 해서 뭐하냐?’고 말한다. 요리는 만들어서 끼니를 해결하고 배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혹자의 말대로 장애인이 가만히 있어도 다 해결해 준다면 시켜야 되는 일이 무엇일까 되물어 보았다.

발달장애인이 요리치료를 통하여 개별적인 기능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상황에서 역할 수행과 소통을 배울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사회성 훈련 또는 사회적응과 연결된다. 성인이 되어서 지역사회에 흡수되기 위하여 어릴 때부터 관계와 규칙, 질서를 온 몸으로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에게 요리치료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며 의미 있는 경험을 실현시키기에 적합한 활동이므로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통합적 접근 방식의 요리치료는 늘 경험하는 상황을 전체로 경험하고 학습하므로 전인적 발달을 가져온다. 통합적 요리치료는 요리를 잘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요리치료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는 순간부터 마무리 설거지와 정리의 분리수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신체, 인지, 학습, 언어, 정서, 사회성 등가 연결하여 활동대상자의 발달 수준,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여 진행한다. 발달장애인 요리치료는 장애인에게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요리치료 진행하기 전의 사전 준비단계, 도입단계, 본격적인 요리활동 단계, 요리활동 후의 기억 활동의 마무리, 정리단계 등 포괄적인 활동으로서 활동목표에 적합한 활동이 가능하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요리 레시피는 없다. 그러나 장애인 요리치료에는 활동계획서가 있다. 주부, 요리전공, 취미요리를 하는 사람은 장애이해가 부족하니 요리강습이 주를 이루고, 특수교육, 치료분야, 상담심리 전공자는 요리를 한다는 것이 번거롭게 생각했다. 요리와 장애이해, 이 두 분야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장애인의 특성과 수준을 고려하고 흥미, 수행능력, 반응을 통해서 여러 번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발달 수준에 맞는 요리활동 내용을 선별하고 활동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요리활동 과정을 분석하여 자료를 제공하여 반응을 관찰하여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반응과 행동을 관찰하여 적절한 상호작용을 해야 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며 자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 한다. 이것은 단순 요리하기가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장애인 요리활동 기본 지침서가 절실히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경험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장애인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장애인이 요리를 하기에는 환경도 갖추어지지 않았다. 불과 칼을 사용하는 요리는 안전성의 문제로 장애인은 더욱 할 수 없는 활동으로 치부하게 되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을 장애인은 가만히 있어도 먹여주고 입혀 주는데 요리를 배워서 써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되겠는가? 하는 우문(愚問)을 받았다. 장애아동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치료기법이 동원되지만,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 무엇일까? 웃으면서 치료실에 와서 행복하게 퇴실할 수 있는 꺼리는 정말 없을까? 이 아이들이 학령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행(行)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요리강사의 갈등이었다. 장애아동의 특성에 맞게 요리를 진행 할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이 부족했던 것이다. 장애인 요리치료는 온몸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 치료사는 요리의 장단점을 기록하고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 치료지원 계획을 이미지화하여 기록하고 구상하여야 한다. 장애아동과 함께 하는 현장에서의 작은 몸짓과 소리도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겨야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