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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02. 2020

그시절이 생각나는 고구마생채 무침

요리치료 프로그램 28

어르신이 신기해하는 고구마생채 무침 


"아이고 우리때는 고구마라 카마 삶아서 묵을줄만 알았제.

아니면 죽처럼 멀겋게 끓이기도 하고 한그릇 마시고 나면 배가 부르기도했지.

아궁이에다 고구마 두어개 넣어서 구우면 너무 타서 숯검뎅이가 되어도 아그들이 좋아했지.

얼굴에 시꺼멓게 묻히가면서도 그때는 그게 귀하고 맛이 있었다.

요새는 묵을 게 너무 많지 돈이 없어서 그렇지."



복지관, 시설에서 만난 어르신의 말씀이다.

복지관에 오시는 어르신의 연령은 80대가 많다.

6,70대는 새색시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건강만 허락한다면 어디든지 오라는데는 다 갈 수 있다고 하신다. 


고구마생채를 만든다는 이 낯설은 음식에

화들짝 놀라며 무생채 만드냐고 자꾸 우기신다. 그래서 

커다란 고구마를 보여 드리고 채칼도 보여드렸다.


그런데 채칼보다 어르신의 칼질이 더 빨랐다. 

언제 이카고 있냐고 칼로 착착착 채 썰면 되지 하신다.

착착착 칼질이 끝내 주는 어르신 옆자리의 더 어르신은 역시 새댁이니깐 잘하네 하시는데

모두가 소녀처럼 까르르 웃으신다. 



아고 이게 뭐라꼬 무생채보다 맛나다고 한 젓가락하시고,

고소하다고 한젓가락하시고, 신기하다고 한젓가락 하신다.

그 옆의 작은 어르신은 혼자서 자꾸 먹는다고 타박하시고. 


한겨울 뜨끈한 방에 앉아 무랑 생고구마 깎아 먹던

돌아갈 수 없던 그 때 그시절의 이야기로 고구마생채 무침이 완성되었다. 



어르신의 요리활동은

아련한 이야기로 추억에 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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