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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04. 2020

활동계획서는 길찾기 안내서이다

요리치료 프로그램 30

선생님~ 선생님 수업 진행하시려면 윗선에 결제도 받아야 되고 계획서가 있어야 되는데 보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언제까지보내 주실 수 있으세요? 라고 담당자의 안내가 온다.


네~ 보내 드릴 수 있습니다. 혹시 기관의 양식이 있으신가요 있으면 양식을 보내 주시면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 드릴게요 라고 답한다.


대부분의 기관은 나름의 양식이 있어서 메일로 보내온다. 그 계획서라는 것이 언제는 어떤 요리를 할 것이며 재료준비와 활동내용을 기입하는 형식이다. 그러면 나는 참여자의 연령과 인원 그리고 수준과 특성을 담당자에게 일차적으로 물어 본다. 다음에는 기관의 목표와 참여자의 요구도 반영한 후 현장에서의 상황을 예측, 추측, 경험에 의해 작성을 하는 편이다. 


이렇게 작성되는 기관 계획서는 오히려 간단한 편일지도 모른다. 실질적인 나의 강의계획서는 아주 세밀하다. 첫째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 기관의 목표와 참여자의 연령이다. 그다음으로는 활동환경이며 주어진 시간과 참여인원이 고려되어야 한다. 기관목표, 참여자연령, 활동환경, 참여인원을 파악하여 작성되는 계획서는 나의 강의 지도이다. 이 지도는 강의시간 동안 여러번 길을 헤매기도 한다. 강사의 판단착오일 경우도 있지만 참여자의 돌발상황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여러 갈래의 길을 적는다. 처음은 이론과 근거를 바탕으로 정석대로 길을 가려고 한다. 장황하게 늘어 놓은 글자사이로 돼지꼬리표를 달고 지난 경험의 상황을 미리 적는다. 이런 특성을 가진 이에게 요런 방법을 써 봤더니 요런 결과를 가져왔다 식으로 미리 써둔다. 그리고 참여자의 연령, 수준, 특성을 기록하고 앞으로 나갈 기관과 비교를 해서 적는다. 그렇게 하다보면 분명 뭔가 다른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가는 것이 있다. 이 번쩍이는 길찾기를 잽싸게 날렵하게 적어야 한다. 한 회기 강의에 나름의 계획서가 작게는 5장에서 많게는 10장이 되기도 한다. 물론 노트에 손으로 기록을 일차적으로 한다. 그 노트는 언제나 펼쳐져 있어 생각이 날때마다 그때그때 적어야 날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적어야지 하면 나중에는 기억에 없다. 


한 회기의 수업을 위해 며칠을 고민하고 작성한 계획서를 워드로 깔끔하게 정리를 한다. 정리된 내용에 따라 실습을 해 본다. 요리일 경우는 미리 만들어 보면서 시간체크하고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되는지 생각하고 적는다. 이 요리를 만드는 쉬운 방법을 찾아서 만들어 보는 등등의 작업을 한다. 부모교육이나  종사자 연수 등의 강의에는 강의 자료를 보면서 걸리는 시간을 체크하고 어떤 사례를 들려 줄 것인지를 기록한다. 


나의 이러한 작업은 다양한 대상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길은 언제나 낯설고 긴장된다. 예측은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추측은 하지만 증명되지 않으며, 상상은 하지만 머릿속만 어지러운   일들이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도를 잘 그려야 한다. 잘 그린 지도를  펼쳐 놓고 주행연습을 해야지만 실전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불안하거나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강의계획서는 로드맵이다.      






활동계획서는

나에게 활동계획서는 현장에서의 실수와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참여자의 수준과 특성을 예측하여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기술하는 길찾기 안내서이다.




활동계획서는 활동제안서를 토대로 매 회기마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세부 계획안을 작성하는 것이다. 

활동계획서 작성 원칙은 활동목표와 연결되어야 한다. 활동제안서에 명시된 활동주제와 활동목표에 따라 적합한 활동방법과 치료지원을 계획하고 활동내용이 연결되도록 진행하며 활동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결과물에 너무 치우쳐 요리사(조리사)의 역할에 충실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요리활동의 전 과정은 식재료와 조리도구의 준비에서 만들기, 설거지, 정리까지를 모두 말한다.

활동계획서는 사전준비단계, 도입단계, 활동단계, 마무리단계, 사후정리단계의 다섯 단계로 구분하여 계획한다. 

➀ 사전준비단계 

요리재활사(치료사)가 대상자 특성과 활동시간을 고려하여 대상자가 오기 전에 미리 작업을 해 두는 단계이다. 사전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활동목표, 활동대상, 활동인원, 활동시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어떤 환경에서 이루어지는지 활동장소를 미리 알아보고 식재료와 조리도구는 누가 준비할 것인지를 미리 협의한다. 요리활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대상자의 수준에 맞는 활동자료를 준비한다. 

➁ 도입단계

대상자가 입실하고 착석이 이루어지면 치료사와 대상자가 인사를 나누고 어떤 활동(활동명)으로 어떻게 진행(활동방법과 활동순서) 할 것인가를 설명하는 단계이다. 첫 회기에는 자기소개와 인사를 나누며 신뢰감을 형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요리재활사(치료사)는 활동목적과 활동목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활동목표에 따라 어떤 활동명(요리)를 만들 것인지 한 회기 또는 전 회기를 설명한다. 준비된 식재료와 조리도구에 대해 활용방법을 설명하고 새로운 재료는 활동자료를 준비하여 대상자의 이해를 돕는다. 요리재활사(치료사)는 먼저 활동시범을 보이고 문장(글)과 그림(사진)을 제시하여 대상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요리활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규칙을 만들어 지킬 수 있도록 약속을 정한다. 칼과 불 사용에 대한 안전교육과 위생교육은 매 회기마다 반복하고 확인한다. 

 ➂ 활동단계

 요리재활사(치료사)의 설명과 지시에 따라 본격적인 활동이 진행되며 대상자가 만든 결과물(요리)이 나오는 단계이다. 요리재활사(치료사)는 활동목표, 활동대상, 활동환경에 적합하게 활동방법과 활동순서를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본격적인 요리활동이 진행되면 먼저 시범을 보여준다. 대상자의 활동을 자세히 관찰한다. 대상자의 능력에 따라 직접 활동을 하게 하거나, 또는 한 과정씩 함께 활동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요리재활사(치료사)는 대상자가 활동하기 적합한 활동방법으로 지도한다. 대상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정리한 활동순서도를 활용한다. 

활동순서도는 대상자가 요리활동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준비하는 활동자료이다. 활동순서도는 다음과 같이 작성한다. 

첫째, 활동순서도는 대상자에 따라 활동순서가 달라야 한다. 유·아동, 어르신, 장애인의 요리활동은 요리재활사(치료사)가 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아동(고학년), 청소년, 성인의 요리활동은 전 과정을 스스로 활동하는 부분이 많다. 둘째, 활동순서도는 대상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작성한다. 유·아동과 장애인에게는 그림이나 사진, 글로 만들고, 일반인에게는 글과 언어를 사용한다. 대상자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활동자료를 활용한다.  셋째, 활동순서도는 간결하게 단문으로 작성한다. 요리재활사(치료사)는 요리책 레시피에서 만드는 방법을 세분화하여 간결하고 짧은 단문으로 작성한다. 넷째, 활동순서는 간결한 어휘를 선택하고 구체적인 설명은 말(언어)과 몸(행동)으로 한다. 다섯째, 활동순서는 활동인원, 활동환경, 활동시간을 고려하여 요리재활사(치료사)의 활동과 대상자의 활동으로 구분하여 단문으로 작성한다. 

 ➃ 마무리단계

 결과물(요리)이 완성된 후 활동과 관련된 내용을 재확인하고 평가하는 단계이다.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활동의 전 과정을 기억하고 확인함으로 활동목표에 적합한 활동효과가 있었는가를 평가하고 진단한다. 테이블(책상)을 정리하고 결과물(요리)을 먹어보고 맛과 느낌을 이야기 나눈다. 요리재활사(치료사)는 활동순서에 따라 어떻게 만들었는지 대상자가 기억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먹고 난 후에는 활동목표와 활동과정에 맞는 활동지와 평가지 등의 자료를 준비하여 재확인한다. 다음 회기가 이어진다면 활동명을 미리 알려 준다. 그러나 편식이 있는 대상자라면 미리 알려 줄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할 것인지는 상황을 판단한다. 자신이 입은 앞치마와 소지품을 직접 정리한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의 인사로 마무리한다. 대상자에 따라서 조리도구를 씻어서 정리하고 남은 식재료 정리와 분리수거를 한다. 

➄ 사후정리단계

 활동환경을 원래의 상태로 정돈하고 이어지는 다른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복구하는 단계이다. 활동환경이 요리활동 위주(전용공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더더욱 본래 용도에 맞는 환경으로 정리 정돈한다. 요리재활사(치료사)는 대상자가 퇴실한 후 남은 설거지와 분리수거를 하고 마지막 점검을 한 후 퇴실한다.

 요리활동은 맛있게 만들어 나누어 먹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대상자의 신체, 심리·정서, 영양 등의 통합적인 지원을 고려하여 활동계획서를 구성하는 5단계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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