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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07. 2020

정답은 없습니다 해답을 찾습니다

요리치료 프로그램 31

"선생님 통화되시나요?"

"네, 선생님. 무슨 일이라도 ...."

"제가 좀 .... 흥분했습니다. "

"혹시 제가 뭔 잘못이라도...."



이렇게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그쪽은 말하고 나는 듣는..... 내용은 이러하다.

지난 봄부터 장애인을 위한 쉬운 책자를 만드는 작업에 '장애인 요리활동' 영역을 함께 작업을 했다. 원고를 작성하고 이해하기 쉽게 다시 작성하고 자문을 얻고, 다시 사진을 찍고 몇 달을 거쳐 이제 12월 곧 책이 나와야 되는  막바지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나는 원고와 사진 작업으로 역할을 하였고 담당 센터장이 모든 업무를 지휘, 감독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얻는다. 또 이 책의 내용으로 장애인이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련기관에서 장애인이 직접 요리를 해 보고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가지는지 어떤 부분이 이해가 빠른지에 대해서도 그 기관의 담당자와 연락하여 알아본다.


아마도 나에게 전화를 했을때는 자문단으로부터 심오한(?) 자문을 받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은 후라이 팬을 사용하는데 있어 팬이 왜 민자가 아닌 그릴팬이냐는 것이 첫번째이고,  식용유를 왜 나중에 넣느냐는 것이 두번째 내용이었다. 그릴팬은 고기 구울때 사용하는 것이지 후라이나 전 부치는 데 왜 그릴 팬이냐 말도 안되는 것으로 실랑이를 벌인 모양이었다. 달걀 후라이할 때 팬에 달걀을 깨서 넣고 팬을 불 위에 올린 후 식용유를 넣으면 식용유가 튀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지 할 수 있을 거라는 수년간 현장 경험의 내용은 일반적인 요리 기본 상식에서 어긋나기에 안된다는 것이 그 분들의 말씀이었다는 것이다. 하던대로, 하는대로 안하고 왜 그렇게 하냐구. 


정말 정답이 있기는 한가.


그녀는 더 흥분된 목소리로 "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릴팬은 고기 구울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팬 바닥이 굴곡이 있어 후라이나 전을 뒤집기에는 그 굴곡때문에 쉽게 바닥밑으로 넣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식용유는 불 위에서 팬에 먼저 넣은 후 달걀을 넣으면 기름이 튈 위험이 있어 나중에 넣어도 된다고 애써, 힘주어 설명을 했는데...... 아마도 원고와 사진을 다시 쓰고 찍어야 될 지도 모른다고 했다.


"고정관념은 진정으로 바꾸기 어려운 것인가 봅니다. "

우리는 익숙한 행동이 편리하고 쉽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익숙한 행동이 그들에게 편리한 행동일 수는 없는데 말이다. 나의 대답은 고치라면 고쳐야지요.  무수하게 그 다음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속샹한 마음으로 전화를 한 센터장은 엄청 투쟁을 했을거라는 짐작이 들기에 원고를 고치라면 고칠 것이고, 사진을 다시 찍으라면 다시 촬영할 것이고 원하시는대로 해 드리자고, 해 드릴 수 있다고 했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기엔 그 방법이 아무리 옳고 정당하고 ...기타둥둥하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포기를 해 버렸다.



'그래도 난 그들이 안전한 방법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해답을 찾아서 할 것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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