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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08. 2020

그대로 보여주고 직접 뜯게 한다

요리치료 프로그램 32

그대로 보여주고  직접 뜯게 한다.



장애인과의 요리활동은 해야될 게 많다.

물론 하자고 들면 해야 될게 많고 그냥 지나치자 생각이 들면 그들과 함게 할 게 별로 없다. 예를 들자면 식재료 준비부터가 그러하다, 장보기는 담당자가 한다고 하자. 식재료를 다듬고 씻는 준비과정이 있다. 간편조리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의 식료품이 포장이 엄청 탄실하게 되어 있지 않나. 그래서 그 포장지를 제거하는 일만도 시간과 품이 든다. 뭐 교실에서 라면 끓일 일은 없지만 라면을 끓이더라도 라면봉지, 스프 두 개를 포함해서 봉지를 세 번이나 뜯어야 된다. 오늘의 프로그램 32호의 애호박만 하더라도 비닐포장이 손으로 쭉 뜯으려면 힘을 조절해서 써야 되는데 왠 포장지를 그렇게 중무장을 해 놓은건지... 힘이 넘쳐 나더라도 조절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무작정 힘만으로 포장지를 뜯다가는 옆사람이 큰일을 당하기도 한다. 또한 힘이 약한 친구는 용만 쓰다가 쉬이 포기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칼 보다는 가위가 필수품이고 주로 가위를 칼보다 더 애용하는 편이다. 



치료사는 장애인과의 요리활동에서 모든 움직임이 몸에 배어 습관이 되어 있어야 한다.

포장지를 입으로 뜯는 행위. 포장지를 칼로 도려내는 행위. 포장지를 무한한 힘으로 뜯다가 땅에 떨어지는 행위 등은 사절한다. 친구들이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사의 행동 하나하나 모든 움직임에는 몇 개의 눈동자가 따라 다닌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작업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렇게 해 놓고 친구들보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잔소리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사실 각자의 생활이 있고 하던 방법과 방식이 있는데 이러한 습관이 몸에 담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므로 그들과의 요리활동은 하자고 들면 할 게 너무 많은 이유이다. 


그들에게 라면 포장지를 가위로 자르게 하는 일을 예로 들자면

치료사가 한손에는 가위를 들고 다른 손에는 라면을 들고 이렇게 자르는 것(물론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함) 이라고 시범을 보여주고 자! 가위로 라면봉지를 잘라보세요 라고 설명과 함께 지시를 한다. 그런 후 그들이 자르도록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다. 한사람 한사람씩 예리한 눈으로 온몸의 감각으로 살펴보고 가위질이 서툰 친구에게 다가가서 라면봉지 자르기 도와 줄까요? 라고 물어 본다, 무턱대고 못하니까 치료사가 거들어 잘라주는 것도 안된다, 반드시 의견을 물어 봐야 한다. 도움을 부탁하면 같이 가위를 잡고 손가락을 끼워 힘의 조절을 익힐 수 있게 해야 하며 세 번의 자르기에서 한번은 같이 한번은 조금 도움, 한번은 혼자서 할 수 있게 점진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 그냥 쉽게 지나치자 들면 할 게 없다는 것은 무엇일까. 치료사가 그들에게 “우리 라면 끓여 봅시다.  

가위로 봉지를 잘라요. 잘랐어요” 하면서 그냥 쫘악 라면봉지를 잘라주면 끝이다. 진짜 우리 친구들이 할꺼리가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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