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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09. 2020

선생님, 조개가 나 조아해. .... 요?

요리치료 프로그램 33

선생님, 조개가 나 조아해.   ...... 요?



오래전, 그러니깐 십년, 아니 십년도 더 거슬러 올라간 고리짝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그때 그 시절엔 열정이 넘쳐났었다. 자연의 품에서 뛰어 놀게 하겠다는 열정 하나에 의지한 채 센터에 오는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용감하게 갔었더랬다. 그 열정이 열불로 바꿨지만.



아무튼 우리는 떠날 때는 즐겁게 노래도 부르며 조개도 많이 잡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갔었다.  

그런데 뛰뛰빵빵 차가 떠나면서 난관은 부딪혔다. 다시 집으로 가겠다는, 엄마보고 싶다고 우는, 쉬이 마렵다고 징징거리는, 과자 달라고 우는, 전쟁의 서막을 나타내는 징조이다.



한 참을 달려 화장실 겸 잠시 쉬려고 정차를 했다. 양손에 아이의 손을 붙잡고 굴비 엮듯 줄줄이 다른 선생님 두 분과 줄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을 바작 차려야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이라 그중에는 차를 무지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 차 보려고 뛰면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걸을 뗄 때부터 각종 차의 이름을 노래 부르듯이 읽어 주면서 움직였다. 그때의 나의 머리도 멍청하지는 않았나 어떻게 차종을 외우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긴 우리 큰 눔도 차라면 환장을 했으니까. 차의 구조에서 바퀴라면 더 좋아라 했고 우리집 장난감 자동차는

언제나 뒤집어져 있었으니까.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제부도에 도착한 우리는 바구니를 옆에 끼고 호미를 들고 용감하게 뻘로 전진을 했다.

참말로 우리가 조개를 잡으로 들어간 건지, 뻘이 우리를 잡으려는 건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문제는

아이들 입으로 눈으로 코로 뻘이 들어가면 안되니까 선생님들의 배낭에는 물통이 들어 있었다. 이 물통 때문에 더 무거웠다. 뻘이 몸에 묻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큰일이었고 조금이라도 뻘리 묻으면 닦아 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선생님의 몸과 입은 항시 풀가동이었고 눈은 거짓말을 더하면 360도 돌릴 수 없는 것이 원망스러웠다고나 할까.



 시작이 반이라고 시간이 흐르고 뻘이 아이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고

한명씩 뻘 속에서 시꺼먼 조개란 놈을 발견하였고 제 손으로 바구니로 통~하고 넣는 재미를 맛보았다.  짧은

시간이었다. 이 글로 봐서는 엄청 넓은 뻘에서 아이들과 뒹굴면서 놀았던 것처럼 표현이 된 듯하다. 고작 아이들이 놀았던 2~30분이 2박 3일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힘이 넘쳐나고 선생님들은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뻘의 가장자리에서 사부작거리면서 놀았다. 



“선생님, 조개가 나 조아해. ...요?  (조개가 나를 좋아해요.) 

자꾸 발을 없어져. “(뻘 속으로 발이 빠지는 것을 표현)



어눌하고 서툰 목소리로 속삭이는 이 한마디에

나의 열불나는 마음은 다시 열정으로 바뀌어 십년을 더 이 자리에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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