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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0. 2020

떵 냄새가 난다는데... 된장의 비애

요리치료 프로그램 34

떵 냄새가 난다는데... 된장의 비애




한순간에 교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성인 장애인이 있는 센터에서 된장찌개 끓이는 방법을 알려 주는 수업을 진행했다. 

한번은 뚝배기에, 한번은 노란 냄비에, 한번은 궁중팬에 만든다. 된장찌개를 세 번 끓인다고 하면 관련 선생님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이렇게 많이 만들어서 다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이 질문의 속내는 이러하다. 우리 친구들이 끓인 된장찌개를 누가 먹느냐. 혹시 버리는 건지..................... 말꼬리를 길게 빼면서 묻는다. 그 다음 말은 이거 우리 애들 먹입니까? 이다. 당연히 네 같이 먹습니다. 센터에 인원이 선생님들과 이용자들을 합하면 스무 명이 훨씬 넘는 곳이 많다, 뭐 요즈음 많이 생기고 있는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만하더라고 정원 30명에 한반에 6명씩 다 섯반, 한 교실에 정담임 부담임해서 2명의 선생님이 계시고 사무실에 그리고 외부 강사 합치면 이 정도의 찌개는 먹을 수 있다. 걱정스런 질문의 속내는 알지만 세 번을 끓이는 찌개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뭐 모아보면 집에서 끓이는 정도의 양이다. 또한 된장찌개를 끓일 수 있는 친구라면 위생과 안전은 기본으로 가르치면서 진행한다.



절대 음식은 버리지 않는다. 

성인 이용자가 이 교실로 저 교실로 코를 막고 왔다 갔다 할 때는 사실 정신이 없다. 그 상황이면 일단 후퇴다. 모든 활동을 멈춤하고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이 친구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건지 이유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된장 특유의 냄새, 그윽한 된장의 향 때문에 이 난리가 난 것이다. 그래서 조리사님과 담당 선생님께 여쭈어 봤다. 식단에 된장찌개 없습니까? 라고.

돌아오는 대답은 식단에 당연이 있지요 그런데 좋아하는 친구는 아주 많이 먹고 안 먹는 친구는 끝까지 안 드신다는 것. 그런데 오늘의 요리에 방방 뛰어 다니는 저분은 잘 먹고 더 먹는 친구라는데 왜 저럴까요? 나의 대답은... 오늘 저를 만나서 너무 신이 났나 (입술에 침 한번 바르고 침 꼴칵 넘기면서) ㅎㅎ, 본인이 하고 싶어서 관심 가져 달라고 하는 행동일 수도 있고 (요리를 좋아하고 잘 하는, 그리고 먹기도 잘..). 아니면 정말 싫어서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바바방 뛰는 친구와 대화를 시도해 봤다.

진정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으며 이 상황이 해결되어야 다음 진도가 나갈 수 있으니까 조용히 부르려고 했으나, 언제나 그러하듯 왁자지껄 요란법석을 떨며 가까이 와서는 나의 코를 잡으며 떵이라고, 냄새 난다고 한다. 순식간에 코를 만지는 바람에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당김을 당했다. 내 코가 자연산이라서 참으로 다행이다. 그렇지만 아팠다. 



그런데 아이들은 왜 떵 이야기를 좋아할까.

우리가 먹는 된장이 숟가락으로 퍼면 모양이 그러하고, 색깔이 그러하고, 냄새가 더 향기롭게 퍼지니 그 무엇과 연결이 되는 것도 이해를 하려고 한다. 우리 친구들이 그나마 그렇게라도 연결하여 몸짓으로 소리로 표현하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되나...


스스로도 혼란스럽다. 






우동보다 잔치국수를, 스파게티보다  비빔국수를, 스프보다 호박죽을, 단무지보다 깍두기를, 샐러드보다는 삼색나물을, 샌드위치보다는 백설기를, 케첩과 마요네즈보다는 된장과 고추장을 먼저 알려주고 먹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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