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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1. 2020

맛 좀 봅시다.

요리치료 프로그램 35

입을 크게 벌려 맛 좀 봅시다.



오징어를 보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그 옛날 그러니까 큰 눔이 조기교육센터(그 당시는 세분화 된 치료실이 없었다. 특수교육 전공자가 운영하는 교육기관도 드물었다. 간판도 조기교육실이다)를 다닐 적의 일이다. 어찌어찌하여 센터에 적응이 되어 가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작은 눔을 업고 큰 아이가 들어 간 교육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출입문에 동그랗게  뚫어서(원-웨이 미러) 학부모님이 궁금해 하는 내부의 사정을 볼 수 있도록 설치 해 놓은 너머로 아이를 지켜  보고 있었다. 아이가 잘 따라 하는지, 선생님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특수의 ‘특’자도 모르는 나는 열심히 눈으로 배우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선생님이 내민 오징어 다리에 아이는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보아하니 선생님이 제시한 과제를 수행해야만 오징어 다리를 빨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그 당시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비참했고 사라지고 싶었다). 아이는 목말라 하고 선생님은 약 올리는 모습으로 비춰졌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징어 다리는 퉁퉁 불어 코끼리 다리만큼(거짓말 엄청 보태서, 왜? 너무 속상했으니깐) 부풀러 올랐고 그 부풀은 다리를 입에 물고 아이는 해맑게 퇴실을 했다. 아이의 얼굴과 손은 오징어 특유의 꼬리 꼬리한 향을 폴폴 풍기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작은 아이를 업고 작은 유리너머로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선생님이 왜 저러는지 이해를 못했다. 소심하게 표현하자면 ‘뭐야 줄라면 주고 애한테 장난치는 건가, 애 성질 버리겠네.’ 라고 속으로 욕하면서 짜증이 올라와 뒤에 업힌 작은 눔이 무진장 무거웠던 기억이 났다. 


“선생님, 오징어로 뭐하신 거 에요?” 

“아, 오징어... 혀 운동 시켰어요.”



만3세 안된, 26개월의 나의 아이는 발화가 되지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혀를 내밀고 메롱도 되지 않았고 혀가 입안에서만 있어서 자극을 시켜 주어야 한다고 했다. 고로 혀를 유연하게 풀어 주기 위해 것이라고. 요즈음은 구강마사지를 위한 설압자를 사용하지만,  사실 그 당시에도 있었겠지만 대개의 교육실에서는 과자나 견과류, 건어물을 사용했다. 설압자보다는 먹거리로 하는 편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강화물로 교육에 효율적이기도 했다. 내 아이의 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오징어 다리와 과자통은 언제 열리는지,  몇 개가 나오는지 궁금했었는데 치료사가 된 나도 오징어를 들고 아이에게 물렸고 새우깡을 앞주머니에 담는 모습에서 화들짝 놀랐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퇴실 할때는 오징어다리는 새것으로, 새우깡은 봉지 채 안겨 준다는 것이다.



우리 친구들은 그래서 그런 건지 오징어를 참 좋아한다.

오징어 중에서도 진미채를. 건오징어는 딱딱함 때문에 친구에 따라 호불호가 있지만, 진미채는 10명중에 8,9명은 너무 먹으려고 한다. 무침으로 했을 때 매운 것을 좋아하는가, 매운 맛을 못 먹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시작은 맵지 않은 간장 무침부터 만든다. 그러면 ‘빨간 거’ 라고 소리치는 친구가 있다. 그럴 때 고추장을 넣어 섞는다. 참 신기하게도 친구들은 제 손으로 무침을 하면서도 맛볼 때는 입에 넣어 달라고 선생님께 ‘아~’ 벌린다. 왜 그럴까 본인이 요리를 하면서도 맛은 왜 직접 안보는 걸까. 부모, 선생님, 치료사 등등의 주위에서 너무 “안 돼, 먹지 마, 다하고 먹어, 흘리지 말고 먹는 거야, 누가 먼저 먹으래.” 라는 부정적인 말만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씨, 입 크게 벌려 아~ 하고. **가 만든 진미채무침 맛보는 겁니다.

맛 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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