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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4. 2020

일 주일내내 같은 요리만 하나요?

요리치료 프로그램 36

선생님, 일 주일내내 같은 요리만 하나요?


젊은 시절 일이 많았을 때가 있었다.

월화수목금은 학교나 기관으로 출강하고 토요일은 특강을 하거나 배움에 목마른 선생님이 연구소에 오면 같이 공부하던, 그러니깐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었다. 아침 달을 보고 나갔다가 저녁별을 보고 집에 들어오던 그 때는 만나는 친구들이 좋았고 내가 진행하는 요리치료가 흥미로웠다.


이 프로그램을 배우고 싶어 하는 선생님들은 묻는다. 

선생님 일주일 동안 학교 5, 6군데 나가면 메뉴는 다 똑 같이 하지요. 이들이 묻는 메뉴란  만드는 요리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 메뉴를 활동명. 활동요리라고 굳이 고급화(?)시켜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한다. 선생님의 질문은 이러했다. 월요일 출강하는 학교에서 고구마로 샌드위치를 만들면 화요일도, 수요일도 목, 금, 그리고 특강으로 복지관이 잡히기라도 한다면 일주일 내내 6일 동안은 같은 요리를 하는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학교가 개학을 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오면 학교와 기관에서 문의가 온다.

출강을 요청하면 관련 구비서류와 활동계획서를 제출하고 나면 학교는 학생의 적응기가 있어 방과 후 수업으로 4월 초에 시작을 한다. 빠르면 3월 말에 시작하는 곳도 있기도 하다, 일주일에 여러 학교에 나가게 된다면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므로 활동계획서를 구성 할 때 활동요리(활동명)을 비슷하게 짠다. 월요일에 고구마 샌드위치를 하면 마지막 금요일에도 고구마 샌드위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계획은 강의를 나가기 전에 충분히 연습을 할 수 있으며 한 학교를 마치고 나면 그 다음 출강하는 학교나 기관은 지난 시간의 실수를 상기하여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활동 중에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억하고 기록해 두었다가 다른 곳에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야심찬 계획은 2주일만 지나고 나면 엇갈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학교나 기관의 행사로 휴강을 하게 되거나 사정에 의해 한주, 두 주가 밀리다 보면 엉키고  설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활동이 된다. 그러면 그렇게 되면 다시 똑같은 활동으로 계획을 수정하여 맞추면서 하냐고?, 어떻게 하냐고 궁금해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 주일동안 같은 활동을 못한다고 계획을 수정하지는 않는다. 

처음의 계획은 손쉽고 편하도록 구성은 할 수 있지만 계획은 계획이고 실질적인 것은 현장의 조건이 다 같을 수는 없으므로 마지막까지 같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자면 유아와 초등고학년의 활동이 다르고, 청소년과 어르신의 활동이 다르다. 물론 결과물은 고구마 샌드위치이지만 말이다. 요리치료의 활동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세부적인 활동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힘주어 이야기하면서 예를 들어 설명을 한다. 물론 정답은 아님을 또 강조한다. 


유아와 초등 저학년의 주된 활동은 찐 고구마 껍질 벗기기이다. 고학년 초등부는 따뜻한 찐 고구마를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있고 집게라는 조리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누가 고구마를 나누어 줄 것인가, 누가 먼저 가질 것인가 등 사회성과 공동체에 중점을 둔다. 중등부와 고등부 청소년에게는 고구마를 씻고 다듬고 냄비에 찌는 활동을 포함한 마무리 설거지 정리까지 생각하고 구성한다. 어르신은 신체활동을 좋아하는, 싫어하는 두 부류로 나누어지고 살아오면서 흔하게 접한 요리가 아닌 조금은 이색적이고 가까이 하기엔 좀 어려운 결과물이 완성되며 영양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같은 활동이지만 다른 과정과 방법을 찾아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리치료의 매력이자 우리의 일이다. 그러므로 일주일 동안 같은 요리는 만들어도 같은 활동은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대상자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다.

학교와 기관이 지향하는 목표에 적합한 내용으로 진행한다.

요리 만들기. 요리 만들어 먹기 위한 수업( 물론 이러한 수업도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친구들이 좋아하면, 좋아하고 흥미로워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성과가 나타난다) 보다는

어떤 활동으로 무엇에 중점을 두고 과정을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 중이다 오늘도. 






지난 토요일 주말임에도 19세 아들을 둔 어머님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아이들 한테 요리 가르쳐 주는 곳이냐고. 나이가 19세이고 고등학교는 졸업을 했으며

지금 이 시국에 복지관이나 센터에도 못가고 집에만 있다고. 거기가 어딘지는 몰라도 멀어도 보내겠다고

이 아이들이 나이가 들었는데 제 손으로 제 밥은 해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

긴 통화를 했다. 그 이후로 내 전화통은 불이난다. 오늘도 11통이 찍혀 있다. 그 전날에도 10여통이 넘는..

아마도 어머님은  아드님의 폰으로 전화를 하신것 같다. 아드님은폰으로 계속 누르는 것 같은 ....



오늘밤도 까맣게 또는 하얗게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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