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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6. 2020

소시지는 어디로 갔을까?

요리치료 프로그램 38

소시지는 어디로 갔을까?



꼬치를 만들 때 떡만 쫘르르 끼우는 것보다 소시지, 어묵을 끼우는 것을 선택할 때는 눈으로 보아 색감이 살아 있고 입으로는 먹어보아 맛을 조화롭게 하는 데 있다. 떡꼬치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간식 중의 하나이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은 거의 쓰러진다. 거기에 소시지와 어묵을 끼운다면 거짓말 조금 섞자면 교실이 떠내려간다. (우리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조금 허풍스러워지고 많이 수다스러워진다 나만 그런가?) 다만, 많이 조심스러운 것은 나무꼬지이다. 앞뒤로 뾰족하거나 한 쪽이라도 뾰족해야 떡을 끼울 수 있기 때문에 이 뾰족한 부분이 잘못하다간 큰 일(?)을 낼 지도 모르기에 항상 준비 운동 즉 예비 수업이 진행된다. 



얘들아 우리 떡볶이 만들까? 떡꼬치 만들까?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10에 10은 다 떡꼬치 만들자고 한다. 왜? 라고 물어 보면 떡볶이는 집에서도 엄마가 해주고 분식점에서도 사먹는데 떡꼬치는 집에서는 안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대부분 떡볶이만 만들어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실은 떡꼬치를 만들기에는 손이 더 많이 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들의 예비수업은 안전교육부터 시작된다. 나무꼬치를 보여 주면서 ‘뾰족하다. 찔린다. 아프다. 위험하다’  라는 것을 알려 준다. 그래서 내가 먼저 내 손등을 찌르면서 아픔을 호소하고 자국이 나는 것을 보여 준다. 그 다음 아이들 손등에 살짝, 아주 살며시 살포시 뾰족한 부분을 손등에 올린다. 한두 명에게 아픔을, 위험을 알려주면 그 다음은 그냥 넘어간다. 안전교육 6~70%는 이루어졌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불현듯 나 스스로 불안을 느끼는 어떤 날이 있다 그럴 때는 꼬치의 뾰족한 부분을 잘라내고 나누어 주거나 나무젓가락을 반으로 잘라 나누어 준다. 나무꼬치를 한꺼번에 와르르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한 개씩 나누어 준다. 한 개를 다 끼우면 다시 나무꼬지를 한 개씩 더 나누어 주고 그렇게 차근차근 활동할 수 있게 한다.  정말 위험한 활동이라 생각되는 친구에게는 나무포크에 떡 하나, 소시지 하나를 끼울 수 있게 한다.  


많은 과정을 거쳐 우리는 떡볶이를 이긴 떡꼬치를 만든다, 친구들의 주문은 많다, 비엔나소시지를 끼운 소떡을 만들어야 한다. 삼호어묵을 끼워야 한다. 고기도 끼고 여기서 고기란 베이컨을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떡꼬치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결과물은 소떡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왜냐, 소시지가 책상에 올라오면 순식간에 한 개, 또 한 개 각자의 입으로 쏙쏙 먹어 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느 순간 책상에는 소시지는 없다. 그 다음 없어지는 게 어묵이다. 몰래 얼른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먹지마라. 안 된다. 우리 뭐로 만드냐” 는 소리를 할 수가 없다.  오물거리는 입이, 가슴 졸이며 먹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미리 먹고, 몰래 먹고, 하나 더해서먹고, 남아 있는 재료는 쓩쓩 이가 빠진 듯하다. 어째저째 떡꼬치는 만들어진다. 소떡이 아닌 오리지널 수제 떡꼬치로 탄생된다. 친구들은 왜 소떡이 아니냐고 묻는다. 나는 말한다.


"우리의 소시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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