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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8. 2020

마늘빵에 빠지게 되리라

요리치료 프로그램 40

마늘빵에 빠지게 되리라



작은 코를 움켜쥔다.

다진 마늘은 미리 콩콩 찧어서 쥐도 새도 모르게 마련한다고 하였으나 이 유익한 향은 어찌 할 수 없어 온 교실에  피어나니 아이들은 금방 알아챘다. “오~ 우리 몸에 좋은 향이 온 교실에 피어올라~” 라고 호들갑을 떨어 보지만 참여자들의 반응은 냉철했으며 호감도는 곤두박질치면서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다진 마늘을 준비했다. 참여자들 에게 마늘까지 다지라고 하면 그야 말로 이탈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염려를 접어 두고 미리, 손수 장만했다. (마트에는 다진 마늘도 판매하는데 난 왜 바보같이 마늘을 다지기에 다졌을까?) 하긴 마늘이 매워서 다질 때 눈물이 나는 것도 있지만 행여 손으로 만지고 눈을 비비면 그야말로 오늘의 활동은 끝이기에 다진 마늘은 오로지 나만 만지는 걸로. 참여자들에게 눈 호강(?)만 시켜 준다. 



조리용 솔이 붓인 줄 안다.

다른 조리도구와는 달리 조리용 솔을 1인 1조리용 솔을 나누어 주었다. 이 친구들이 이 솔이 붓인 줄 안다. 손에 잡고서 책상 위에 칠을 하고 손에 칠해 보고 심지어 얼굴에도 솔을 대고 슥삭슥삭 문지른다. 아이들은 조리도구가 너무 신기하다. 또한 내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하나씩 갖는 것이 더 신나는 듯 했다. 그래서 이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른 곳에 칠 하지마라, 이건 식재료에 하는 거야, 더럽게 식빵에 못 하잔아’ 등등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고 입이 근질거리지만 나는 양 볼에 힘을 주고 어금니를 꽉 다물어 본다.  



초콜릿 발라주세요.

달걀을 풀어 다진 마늘을 넣고, 다진 파를 넣고 그리고 올리브유를 살짝 넣어 휘휘 저어 소스를 만들었다. 물론 내가. 참여자에게 나누어 준 작은 그릇에 소스를 담아주고 조리용 솔로 식빵 위에 칠하게 하였다. 처음에는 네모난 식빵을 자르지 않고 전체에 칠하게 하였는데... 그 다음은 상상을 하시라. 이건 뭐 식빵에 칠한 건지, 도마에 칠한 건지 모를 지경이다. 또한 한 손에 솔을 들고 있다면 다른 한 손은 분명 식빵을 잡고 있어야 되는데 작은 코를 잡고 있었다. 냄새가 난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몰래 숨겨둔 초코가루를 달걀물에 섞어 소스를 만들었다. 그 초코가루에 참여자들이 난리가 났다. 초코가루 소스를 식빵에 바르는 건지 입에 바르는 건지, 초코가루 소스를 묻힌 조리용 솔이 입으로 들락 달락, 팔을 뻗었다가 내렸다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었다. 이럴 땐 알고도 모른 척, 알고도 아는 척을 한다, 모르고도 모르는 척 할 일은 절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입가는 곰돌이 푸우와 사촌 지간처럼 까맣게 그려져 있다. 입가에 웃음꽃도 함박 피어 있다. 그런 중에도 나는 열심히 마늘소스를 바르고 있다. 



실수로 마늘빵 먹다.

우여곡절, 시간이 흐르면 어찌 되었던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만들어진다. 참으로 전쟁터 같은 분위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 질 무렵이면 결과물이 하나씩 접시에 올려 진다. 후라이팬에 굽던. 오븐에 굽던 참여자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리는 책상 위에 어질러진 조리도구를 개수대에 담고 주위에 떨어진 크고 작은 찌꺼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담는 일도 한다. 말끔하게 치워진 책상 위로 마늘빵과 초코빵이 올라오면 친구들은 초코가루를 뒤집어 쓴 식빵으로 눈과 손이 먼저 간다. 그러다 한 개, 두 개를 먹다가, 정말 억울하게(?)  마늘빵을 먹어 버리는 일이 생겨난다. 마늘빵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아는 터라 쉽게 입으로 가져 갈 일은 없었는데 그 억울함이란 초코빵이 개수가 모자라서 먹게 되는 일이다. 진짜 이것만은 안 먹고 싶지만, 냄새를 맡기를 수십 번, 손에 묻은 가루를 빨기를 수십 번, 탐색하다, 망설이다... 눈물을 머금고 먹게 된 마늘빵의 매력에 빠지게 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마늘빵 나 조아요 (나, 마늘빵 좋아요) 






식빵 퍼즐 놀이 

이 자료는 식빵의 모양, 크기를 살려 사진을 찍어 스캔하여 프린트 한 것이다.

실물의 식빵을 가위로 잘라서 퍼즐 만들기를 해도 된다. (먹어 버려 조각이 맞출 수 없겠지만 ..)

참여자의 수준에 따라 몇 조각으로 자를 것인가 정한다.

활동 과정에서 기다림의 시간에 식재료와 관련 된 활동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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