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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22. 2020

밀떡이 최고에요

요리치료 프로그램 42

밀떡이 최고에요. 


오랜 만에 밀 떡볶이를 만들기로 했다. 친구들은 왜 쌀 떡볶이보다 밀 떡볶이를 좋아하는 걸까? 참여자들 중 여고생의 표현에 따르면, 밀떡은 떡볶이 양념의 달고 짜고. 새콤한 양념 맛을 쫙~ 빨아들여서 요즘 말로 단짠 단짠의 극치를 이룬다고 했다. 쌀로 만든 떡은 양념과 떡이 따로 놀아 떡볶이 한 입 먹으면 양념을 한 숟가락 퍼 먹어야 진정한 맛이 난다면서 싫다는 인상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쌀떡은 진정한 떡볶이의 맛을 반감시키는, 뭐 그런 거에요 한다. 그리고 우린 돈이 없고 저렴한 것을 좋아해요. 그런 저런 이유로 그리고 밀떡이 우리 입맛에 딱! 맞다고 강조를 하는 바람에 나도 홀딱 넘어가 떡볶이 만들자고 하면 밀떡? 또는 쌀떡? 중에서 선택하라고 묻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다. 


떡볶이하면 또 빠지면 섭섭한 재료가 있다, 떡볶이에 들어가는 다양한 채소는 없어도 괜찮지만, 이것만은 꼭 있어야 된다는 그들의 말을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어묵이다. 떡볶이에는 밀떡과 사각어묵이 서로 잘 어울리는데,  그 사각어묵도 두껍지 않은 얇으며 가격이 저렴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참여자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쌀떡에 어묵도 조금 고급스런 것으로 구입해서 만들어 먹어야 될 것 같은데도 굳이 즐겨 먹는 스타일대로 해 먹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입맛이 변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참여자들은 신이 났다. 냄비에 물을 넣고 고추장을 풀더니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쏟아 붓는다. 올리고당이나 물엿을 반씩 섞어서 넣으라고 해도 그들이 먹고 싶은 대로 해먹는다고 ‘노간섭 노터치’, 근접불가라고 했다. 청소년이 만드는 떡볶이는 상상할 수 없는 맛을 내지만 정작 완성 된 냄비에는 떡볶이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재료를 준비하면서 한 입, 냄비에 넣으면서 한 입, 끓이면서 한입, 졸이면서 한 입, 맛본다고 한 입, 모두가 한 입 한입 먹다보면 떡볶이가 완성되기 전에 냄비는 비어진다. 집에서는 차려주는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을 텐데 이 시간만큼은 소매를 걷어 붙이고 다듬고, 씻고, 썰고. 마지막 설거지까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도 그들은 즐겁다.




오뎅 주세요.


초등부 특수학급에서는 고추장 대신 케첩과 간장. 쌀엿으로 맵지 않은 떡볶이를 만든다. 그리고 조금 고급 진(?) 재료로 쌀떡과 어묵을 준비한다. 떡볶이에 들어가는 채소는 줄인다. 채소 때문에 아예 참여도 안하려고 하거나, 안 먹으려고 하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떡볶이의 색깔은 케첩으로 고추장과 비슷하게 만들고, 맛은 간장으로 간을 하고. 단맛은 물엿으로 하니 단짠의 기본은 되었다. 각자의 그릇에 자기가 먹을 만큼 스스로 담을 수 있게 하였고 둘러 앉아 포크 또는 젓가락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먹는 모습에 흐뭇해진다. 입 안 가득  떡볶이를 먹은 친구가 가까이 와서 나에게 속삭였다.


“선생님, 오 뎅 주세요.”    

"오 뎅 넣어 줘~~~요"



포장지의 글자를 톡톡 치면서 어묵이라고 하면서

오뎅을 내놓으란다.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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