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먹는 일이 최고의 활동이다

요리치료 프로그램 43

그때는 그랬었지.

2007년 요리로 장애아동과 수업을 본격적으로 진행 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는 요리가 지금처럼 요란하게 떠들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복지관 또는 사설 치료실에서 인지와 미술을 담당하면서 그리고 개인 치료실을 오픈하면서 아이들이 친절하게 센터를 찾고 즐겁게 교육실로 입장할 수 있는 절실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인지교육은 사실,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다른 선생님과 비슷한 내용을 수십 번을 익히고 반복한다. 그렇게 반복해야만 하지만 그 아이의 마음속을 헤아려 보면 일반아동도 몇 번씩 반복하다 보면 지루할 일인데 어찌 우리 친구들이라고 다를 것인가, 얼마나 싫고 싫증이 나겠는가 싶다. 어떤 날은 똑같이 반복되는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고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상황까지 이르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진정, 참말로 즐겁고 재미나고 또 오고 싶은 치료실을 만들고 싶었다. 치료실에서 만나는 선생님은 학교나 유치원, 기관에서 만나는 선생님과는 다른 40분의 수업이 언제 이렇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또 하고 싶은 일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언제까지 유아동으로 머물러 있지 않을 터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고, 상상하기는 싫지만 부모님이 안 계실 때를 준비할 수 있는 그 무엇을 고민했다.



본격적으로 장애아동과 요리하기 전부터 미술치료를 했다. 아주 조금씩 미술재료를 식재료로 바꿔서 활동을 해 보았다. 미술재료가 지니고 있는 단점, 우리 아이들에게는 단점이다. 아이들의 특성 상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고, 먹어보고 하는 행동을 우리는 구강기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좋게 표현하자면 탐색하는 중이라고. 이 구강기의 탐색과정도 유아나 아동이 한다면 발달이 늦은 것이라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보면 “하지 마, 안 돼,”라는 부정적인 지시나 설명을 하게 된다. ‘오늘 하루도 아이들을 만나면 부드러운 말과 긍정적인 마음을’ 이라고 다짐하지만, 다짐은 그 순간으로 끝난다. 이 부정적인 분위기를 바꾸어 준 것이 식재료이다. 행복가득 즐겁게 교육실로 입장하였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무엇인지 물어 보았고, 요리가 거의 만들어 질 즈음되면 마치는 시간을 추측했다. 물감이 손에 묻는 것을 싫어했고 묻으면 입으로 또는 옷깃에 닦으려고 했던 행동이, 케첩과 마요네즈가 손에 묻으면 입으로 쪽 빨아 먹었고 행주로 닦을 줄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행동이 눈에 띄게 변했고 그 중에서 큰 수확은 나의 긍정적인 표현이었다. 나와 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어떤 활동이 그들을 즐겁게 할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항상 말하는 것이지만 아이들과 특별한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흔하고 흔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 그 만드는 과정에서 장애특성과 발달수준에 따라 내가 계획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과 수단이 펼쳐지고 적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피자를 무척 좋아한다. 교실에서 할 수 있는 피자 만들기는 활동 시간이 길면 80분(초등부 2교시 연강), 짧으면 40분(1교시)으로 끝내야 한다, 우리는 요리가 목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밀가루로 도우를 만들고 토핑 할 재료를 장만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시간도 없다. 만약 이렇게 한다면 선생님이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먹이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2008년 즈음, 이 분야에 입문한 초창기 선생님이 두 분 있었다. 우리는 분기별로 만났고, 수업이 끝나면 오늘은 어땠는지 통화를 하면서 우리의 방법을 찾는 일을 해 나가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피자 이야기가 나왔고 기존의 방식대로 하니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아이들이 잘 못하니깐 선생님이 만들어 먹이는 모양새가 되었다고 했다. 지금이야 식빵 피자가 널리 알려졌고 다양한 방법이 인터넷에 펼쳐져 있지만 그 당시는 수업 전에 몇 번씩 만들어 보았다. 이 재료는 이렇게 썰어야 되고 저 재료는 넣지 말아야 된다. 이 재료는 아이들이 싫어하니깐 곱게 다져서 치즈와 버무려 넣어줘야 되고 등등을 연구(?)했었다. 식재료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몇 분, 식빵위에 토핑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몇 분, 굽는데 몇 분, 먹는데 몇 분, 뒷정리하는데 몇 분, 걸리는 시간도 섬세하게 체크를 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이해하기 쉬울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고, 이 친구는 인지적인 면을 지원해야 하므로 준비된 재료의 이름을 불러 주고 가져 오라고 해야 하고. 저 친구는 위생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하므로 손에 침을 묻히고 재료를 잡으면 옆에 둔 행주에 손을 닦고 해야 된다고 알려 주어야 한다. 불안한 착석과 집중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에게는 자주 흥미로운 활동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미리 계획하고 짜임새 있게 진행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므로 식빵 피자는 40분 혹은 80분의 수업에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몇 번의 예습과 복습 활동이 이루어져서 진행되는 이 짜임새 있는 계획은 나만의 일이지 정작 우리 아이들은 맛있게 먹는 일이 최고의 활동이 된다.







2020-12-23식빵피자.JPG











keyword
이전 04화우리도 영화관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