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치료 프로그램 39
tv에서 먹어요.
“ tv 보면요 영화 보면서 콜라하고 먹어요. 우리도 영화관 가고 싶어요.” 영화관을 통째로 대관을 하지 않는 이상 어둠을 무서워하고 소리 지르고 사방을 돌아다니는 우리 친구들이 갈 수 있는 영화관은 없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영화관을 무진장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팝콘을 만드는 날에는 우리도 영화를 본다. 영화관 입구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커다란 컵에 들어 있는 팝콘을 만들고 빨대를 꽂은 콜라를 만든다. 그리고 관람 티켓도 선생님께 예매를 하고 그 표를 가지고 영화관(교실)에 입장을 한다. 우리 친구들이 볼 수 있는 20분 정도의 짧은 만화 영화를 커다란 화면에 띄우거나 빔으로 하얀 벽에 쏜다.
또닥또닥 소리에 놀랐어요.
뚜껑이 달린 팬에 식용유를 한 컵 넣고 또르륵 소리도 웅장하게 옥수수 알갱이를 넣는다. 아주 약한 불을 사용하여 기나긴 기다림에 보상이라도 하듯 옥수수 알갱이 하나가 토독 하고 튀어 오르면 연달아 하얀 눈꽃처럼 피어오른다. 이어 너도나도 질세라 토독 토독 하얀 꽃망울이 벌어지면 아이들의 눈은 바빠진다. 튀겨지는 소리가 신기해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다.
냄비 뚜껑이 저절로 올라가요.
하얗게 팝콘이 튀어 오를 때마다 아이들의 눈은 놀란 토끼 눈이 되어가고, 아이들의 입은 벌써 먹어 본 것처럼 입맛을 다시고 꼴깍하고 삼키는 소리가 난다. “ 선생님, 뚜껑이 저절로 올라가요. 하늘을 날 것 같아요. 팝콘이 도망가려고 해요.” 우리의 눈을 더 즐겁게 하는 일은 냄비의 뚜껑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얗게 피어난 팝콘이 냄비가 비좁다고 뚜껑을 밀치고 냄비 밖의 세상으로 탈출하려고 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세상 어디에도 들어 볼 수 없는 표현을 한다. 이 작은 장면 하나로 아이들은 온 몸으로 박수를 치고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교실이 떠내려가는 게 아니라 팝콘처럼 교실이 날아오를 것 같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아이들은 즐겁고 신이 났다. 덩달아 나의 몸과 입이 바빠진다.
우리도 영화 보아요.
냄비 가득 밀어올린 팝콘은 다른 그릇에 담겨져 뜨거운 열기를 식힌다. 고새를 못 참고 떨어진 팝콘을 서로 먹으려고 손을 뻗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떨어진 것을 먹지 말라고 해야 할지, 그냥 먹도록 두어야 할지, 물론 책상이 더럽진 않지만 우리 친구들에게 부단히 가르친 것이 ‘떨어진 것은 주워 먹는 게 아니다’ 라고 했건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잠시 갈등한다. 각자 만든 봉투에 팝콘을 가득 담아서 “내꺼” 라고 이름 붙여 준다. 그리고 영화관은 갈 수 없지만 작은 영화관을 만든다. 길면 30분, 짧으면 10분짜리 만화영화를 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본다.
“애들아, 우리도 영화 한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