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딱 만들어 주세요.

특성을 알고(특수교육), 방법을 찾아 주는 일(치료지원)


장애인과 요리활동을 한다고 말하면

"그들이 무엇을 똑 바로 할 수 있겠느냐. 그냥 하는 시늉만 내던지, 만들어 주던지" ... 아마도 강사가 다 해주는 일이 많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 맞다.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도움을 많이 필요한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참여자가 무엇을 만들고 싶어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참여자들이 매콤, 달콤한 제육볶음을 만들고 싶다는 요구가 있었다. 나는 담당자에서 이러저러한 식재료와 조리도구를 준비해 달라고 품의서를 보냈다. 담당 선생님은 꼼꼼하게 준비를 해 주셨고, 이용자들은 기대에 찬 마음으로 참여를 했고, 우리는 보기에도 먹음직한 고추장 제육볶음을 만들어 냈다.


이 기관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즉 60분이다. 식재료를 다듬고, 씻고, 접시에 소분하는 과정은 미리 해 두어야 한다. 이러한 사전준비는 담당자가 할 때도 있고 내가 일찍 가서 할 때도 있다. 이용자가 시간에 맞춰 입실하고 제자리를 찾아 앉으면 인사를 나누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준비재료를 알아보고 본격적으로 요리 만들기를 시작하게 된다.내가 (성인)장애인과 요리활동을 하면서 이야기 하고싶은 것은 ....


제육볶음에 들어 갈 양념장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제육볶음에 들어 갈 양념에는 고추장, 고추가루, 다진마늘, 간장, 그리고 설탕. 매실청. 맛술, 후추, 참기름, 완성된 제육볶음에 통깨를 ...이러한 재료가 필요하다. 사실 다른 기관에서는 이렇게 준비 하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간단한 재료로, 단순한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 기관의 참여자들은 언어적으로, 신체적으로 매우 활발하고 적극적이다. 윗 층에서 작업(직장, 일)을 하는 중이기도 했고,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력(인지)도 좋았다. 나는 첫 회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이들의 특성을 파악했다. 이들은 말과 행동이 엄청 빨랐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관심(간섭, 참견)도 높았고, 성격도 급했다. 신체적으로는 세심하고 섬세한 부분에 대해 못견뎌했고 어려움이 있었다.



참여자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조급함을 느긋하게, 관심을 지켜보기와 기다리기로 연결할 필요가 있었다. 간혹 담당자나 보조 선생님이 훗딱 해 줘버리는 일을 하나씩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내가 할 일이었다. 몰론 한 두번으로 해결 될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경험이 쌓이면 능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제육볶음에 들어 갈 양념류를 넣는 순서가 있다. 들어 갈 양이 많은 것부터, 물기가 없는 가루부터 계량을 해야 한다. 제육볶음에 들어 갈 양념에는 ... 불고기용 돼지고기 300g에...... 고추장 2(숟가락), 고추가루 1. 다진마늘 1 , 간장 2 , 설탕 1. 매실청 1. 맛술 1, 후추 톡톡(1작), 참기름 1, 통깨 1이 필요하다. 계량하는 순서는 .....고추가루 - 설탕 - 간장 - 매실청 - 맛술 - 다진마늘 - 고추장 의 순서로 계량한다. 고추가루와 설탕은 마른 재료이므로 ... 먼저 넣는다 그런데 고추가루 푼 숟가락을 설탕에 넣으면 색이 묻어 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고추가루나 설탕은 봉지채 사용하지 않고 그릇에 따로 담아 사용한다. 간장 등의 액체류는 이용자가 다루기 용이하도록 작은 용량의 제품을 구입할 것을 요청한다. 만약 큰 사이즈이라면 따로 덜어 사용한다.


참여자가 양념장 만들기 계량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한손에는 숟가락, 한손에는 양념(병)을 들고 하지 못한다. 숟가락에 간장을 담을 수 있도록 반듯하게 들지 못하고 비스듬하게(모로세워서) 들고 있고, 간장병을 잡고 따를 수 있는 적당한 기울기로 기울이지 못한다. 즉 양 손의 협응이 안된다는 것이다.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숟가락을 그릇에 걸쳐 두고 두 손으로 병을 기울이게 했다. 정확하게 한 숟가락을 계량하지 못하고 주르르르르 쏟는, 그러니까 들이부어(들이붓다) 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또 말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그냥 해 줘, 만들어 줘. 만드는 거 보게 하고 그냥 만들어 먹게 해 "라고.


그런데 .... 나는 그들은 실수를 하면서도, 못한다고 손사레를 치면서도, 도음을 달라는 눈빛을 보내면서도 너무 즐거워 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또.... 해 보려고, 하려고, 하고 싶다고 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안한다, 하고 싶지 않다는 거절은 절대 없다. 간장을 쏟고, 테이블에 깨를 뿌려도 "내가 만들었어요." 함박 웃음을 보이며 스스로 뭔가를 해 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얼굴 가득 담아 내고 있기에 나는 그들의 할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러는 "가서, 그냥 만드는 거 보여 주고, 만들어 줘 버리면 엄청 수월해요." 라고 속삭인다. 맞다. 나도 안다. 내 몸이 편하자 생각하면 할 일이 없다. 그런데 그들의 무한 능력을 믿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해야 할 일이 엄청 많고, 그들의 특성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며 못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면 진짜 할 일이 없다. 물론 그들이 식재료 준비부터 자르고 썰고 볶고 계량하고 그릇에 담아내는 과정을 매끄럽게 척척 이루어 내지 못한다.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옆자리를 지켜 주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제육볶음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여자의 특성을 고려했다면, 특수교육과 치료지원에 기반을 두고 요리를 만드는 과정과 장애의 특성을 연결하여 이루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시해 주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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