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발달장애인 요리치료
경험이 기억을 남기고 행동하게 만든다.
경험은 기억을 남기고 그들의 어깨에 뽕이 들어가면서 활동에 임하는 자세 또는 행동에 거침이 없게 만든다. 5월은 비를 많이 만나는 달이다. 비오는 하늘을 좋아하고 빗방울 튕기는 아스팔트를 좋아하고, 비 소리를 음악처럼 듣기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차를 가지고 수업을 하러 가는 날에는 마음이 예민해 진다. 비 오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아주 낭만적이다. 그러나 한가한 시간에 출발해 여의치 않으면 가다가 돌아 올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었다면 한껏 즐길 수 있는 비요일이지만, 시간이 정해져 있고 갈 곳이 정해져 있는 날의 비는 사양하고 싶다. 비오는 날은 차가 더 많아지는 것 같고 정체되는 구간도 많아지면서 마음이 심란하다. 혹시 시간을 못 맞출까봐 염려도 되고 가장 큰 걱정은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오는 고속도로는 아주 낭만적이다. 집을 나설 때는 비가 엄청 내리더니 한 시간을 달리니 해가 쨍하고 환한 하늘이 꼭 가을 하늘처럼 구름이 움직이고 있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강의실로 입장하는 그들은 밝고 행복해 보인다.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앞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미주알고주알 표현을 한다. 신경을 잔뜩 모으고 그들이 표현하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려고 노력을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두 번 또는 세 번을 물어보고 들어야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곳의 관계자들은 금방 알아듣고 나에게 먼저 이야기 해 줄 때도 있다. 매일 만나서 생활하면서 보는 사람과 당연히 차이가 나겠지만 그들에게 두 번 묻고 세 번째 물어 볼 때는 항상 미안해요 제가 못 알아들었어요. 미안해요 를 반복한다. 그러고 다시 물어 본다. 대충 알아들은 척 해도 되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미안하고 죄송한 일이지만 끝까지 묻고 듣고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한다. 어떤 때는 보다 못한 관계자가 대신 말해 주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또 미안해요를 반복하게 된다. 그들을 만나는 날에는 나의 신경세포가 잔뜩 긴장을 해 있지만 일주일 또는 이 주일에 한 번씩 보는 그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에 미안한 일이다.
그들을 만난 지도 벌써 다섯 번이 지나고 여섯 번째 만남이다. 그동안 주방용 칼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불 사용하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위생적으로 식재료를 만지고 다루는 방법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칼로 자르고 썰고 다지는 것을 알려 주었다. 한 손으로 식재료를 잡고 다른 손으로 칼을 잡는 방법, 칼의 손잡이를 잡고 칼날의 가운데 부분을 재료에 대고 힘을 주어야 하는 것, 칼로 재료를 썰었을 때 칼날과 도마가 만나야 재료가 잘린다는 것 등 그들에게 알려 주어야 되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칼을 잡았으면 힘을 주어 재료를 썰어야 되는데 칼 만 식재료 위에 덩그러니 올려놓고 힘을 주지 않는 참여자에게 손을 잡아서 힘의 강약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체험하게 해 주어야 했다. 그렇게 그들의 칼질이 이루어졌다.
강의실의 상황이 조리실이 아니라서 불 사용할 때는 휴대용버너를 앞 테이블에 두 개를 설치했다. 불 사용해야 하는 활동에서는 두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불 사용하는 방법을 지도한다. 그리고 나머지 참여자는 기다려야 한다. 그들의 기다림은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다, 앞에 나와서 하는 참여자의 모습을 관찰해야 한다. 자 앞에 보세요. 앞에 나와서 무엇을 하는지 잘 봅니다 라고 말만 하면 보지 않는다. 내 차례가 될 때까지 긴 시간을 멍하게 있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타인의 활동 모습을 관찰하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를 확인하고, 확인하는 설명을 해야 한다. 나는, 나는 앞에 나와 있는 두 사람이 바르게 작업을 수행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고, 바로 잡아 주어야 하고, 할 수 있도록 격려도 해야 하고 참여자에게 맞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기다리는 참여자에게 해야 할 일을 기억시키고 다른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고 느낄 수 있도록 자극을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그날은 그들이 직접 불고기를 만들었다. 의자에 앉아서 불고기에 들어가는 채소를 썰어서 넣고 간장과 다진 마늘 등을 직접 계량하여 넣어 주물러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불에 팬을 올려 볶아야 되는데 그들도 나도 긴장했다. 팬에 고기를 담고 휴대용버너를 켠다. 물론 참여자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다. 고기를 넣고 불을 켜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 순서를 바꾸었다. 그리고 팬에서 찌르르 소리가 나면 한손에 팬의 손잡이를 잡고 한손에 주걱을 잡고 뒤적여 주는 작업을 한다. 대개의 참여자는 팬을 잡은 손과 주걱을 잡은 손의 협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걱을 잡고 있으면 팬이 흔들리고 팬의 손잡이를 잡으면 주걱은 그냥 바닥에 놓여 있다. 그래서 협응과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참여자는 따로 지도를 한다. 내가 고기 볶는 방법을 알려 주는 동안 팬을 꼭 잡게 하고, 반대로 내가 팬을 잡아 주고 참여자가 고기를 볶게 한다. 그렇게 몇 번 하다보면 혼자서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에 나와서 고기를 볶는 참여자를 지도하지만 이 한사람을 위한 설명이 아니라 기다리는 참여자가 다 볼 수 있게 큰 소리로 설명을 한다. 그리고 앉아 있는 그들이 잘 볼 수 있게 앞에 놓은 그릇이나 재료를 치워 훤하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기다리는 참여자의 이름을 불러 주면서 반응을 유도해야 지루한 시간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활동은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잘 수행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기관의 담당 선생님은 너무 흐뭇해 하셨다. 이렇게 잘 할지 생각지도 못했는데 각자 자기 몫의 불고기를 직접 만들어 갔어요. 너무 좋아요. 그런데 불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군요. 하셨다. 그들에게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그들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칼을 사용하겠다고 했을 때 담당자는 걱정을 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에서 칼 사용을 본격적으로 하였고 네 번째 만남에서 불 사용을 하겠다고 했을 때 담당자는 내가 혼자 불을 이용하여 해 주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렇게 한 명씩 불러내 참여자에게 적합한 방법을 알려 줄지는 몰랐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그들에게 경험은 기억을 하게 한다. 그 기억으로 언어적이던 비언어적이던 표현을 하려고 하고 소통을 한다. 나는 같은 설명으로 16명의 참여자를 지도하였고 그들은 각자가 만든 불고기를 볶아서 도시락에 담아 퇴실을 했다. 나의 몸은 땀으로 젖었다. 특히 불 사용하는 날에는 온 신경이 안전이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의 상황이 일어난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는 절차를 거친다.
내가 사회복지와 치료분야를 하고 특수교육을 하면서 교육과 치료의 매개체로 요리를 선택해야 했는지, 그 선택이 탁월했다는 것을 이 기관에서 또 실감했다. 전원 출석, 결석생이 없다. 늦더라도 꼭 출석한다. 와서 내 눈을 보고 인사를 전한다. (내가 참여자에게 눈을 보면서, 얼굴 보고 인사해요. 말해요 를 너무 강조한 탓이다) 도시락 한 개씩을 들고 퇴실하는 그들의 어깨에는 자신감으로 으쓱해 있었고, 그들의 입에서는 내가 만든 불고기라는 성취감이 노래처럼 들렸고, 집에 엄마 아빠랑 같이 라고 행복함이 보였다. 저는 오늘도 무사히 잘 해 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대.